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전쟁과 전염병, 금융위기 등 거시경제 리스크는 업종마다 다르게 생채기를 남긴다.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만 봐도 지난 3년간 비대면 온라인 기업들과 마스크업체들에 수혜를, 항공이나 화장품업체들엔 직격탄을 줬다.
겨우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는 화장품업계는 경기불황이라는 새로운 복병을 만났다. 식품이나 생활용품 등 필수재에 비해 화장품은 쉽게 소비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소비자들 지갑의 여유가 줄어들면 옷이나 화장품 등 품위유지비부터 줄여 허리띠를 졸라매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의 IR전략에도 이 같은 환경변화가 담겼다. 태평양에서 식품, 화장품, 생활용품 부문을 인적분할하면서 2006년 재상장할 때만 해도 아모레퍼시픽은 IR 공시에 적극적이었다.
재상장 직후 연도인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거의 매년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 등 연간 가이던스를 꾸준히 공개하며 시장과 소통했다. 이 시기는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시장의 수요까지 흡수하며 몸집을 키워온 기간이었다.
그랬던 아모레퍼시픽이 2016년부터 돌연 가이던스 공개를 중단했다. 이상목 그룹 사장이 당시 아모레퍼시픽 경영지원유닛장(전무)으로 선임되면서 처음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기 시작한 해였다.
이때부터 아모레퍼시픽 실적은 정상을 찍고 다시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특히 2016년 시작된 중국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의 타격으로 매출 등 실적이 전부 뒷걸음질쳤다.
비즈니스환경이 전면 바뀌면서 CFO인 이 사장 입장에선 기존처럼 연간 가이던스 내기가 부담스러워졌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가이던스가 공시의무는 아닌 데다 시장불확실성이 높아져 전망치를 내더라도 실제 달성률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아모레퍼시픽 바통을 넘겨받아 2016년부터 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 연간 가이던스를 공시하기 시작했다. 이 사장이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퍼시픽그룹 CFO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조치였다. 기존 사업회사 중심으로 외부와 소통하던 IR전략을 그룹에서 총괄해서 관리하기로 했다.
이마저 코로나19 리스크가 터진 2020년엔 관련 공시를 내지 못했다. 2021년 다시 한 차례 연간 가이던스 공시를 냈던 아모레퍼시픽은 2022년 경영주기를 7월로 바꾸면서 올해까지 공시를 중단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투자자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지만 전략적으로 가이던스와 실제 실적의 오차범위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는 판단"이라며 "경영주기가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로 바뀌면서 내부실적 전망주기가 회계연도 주기와 달라져 이를 외부에 공개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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