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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반기는 SKT, 심란한 네카오

SKT 김진원 CFO "상용화 기대"…카카오 홍은택 CEO "기회이자 위기"

고진영 기자  2023-02-13 17:01:18

편집자주

시장 전체를 '숲'으로 본다면, 시장 속 플레이어들인 개별 기업들은 '나무'입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개별 기업이 숲을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창구입니다. CFOs View는 기사 형식으로 담아내기 부족했던 CFO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는 콘텐츠입니다. 금리·환율·제도 등 매크로한 이슈를 비롯해 재무, 인수·합병(M&A), 주가, 지배구조 개편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CFO들의 발언을 THE CFO가 전달합니다.

Topic인공지능(AI)언어생성모델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대응전략

Summary

알파고가 바둑으로 인간을 꺾은 것이 2016년입니다. 그 전까지 AI가 바둑에서 최적의 전략을 도출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라 여겨졌죠.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보다 많을 정도로 복잡한 게임이거든요. 오죽하면 심신수양과 도(道)의 상징이겠어요? 알파고의 승리는 허탈함과 함께, AI의 가능성을 일깨워줬습니다.

2년 뒤인 2018년 비영리회사 오픈AI가 GPT-1을 공개합니다. 처음엔 별로 주목을 못 받았죠. 이미 비슷한 언어모델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GPT-2는 학습 파라미터(매개변수)를 기존 1억1700만개에서 최대 15억개로, GPT-3은 무려 1750억개까지 늘렸습니다. 파라미터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더 정교한 배움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초거대 모델로 진화한 GPT-3는 자연어 처리(NLP, Natural Language Processing)의 새 지평을 엽니다. 사람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기술을 자연어 처리라고 하는데요, 자연어 생성은 NLP의 세부 분야 중 하나고요. 특히 GPT-3가 차별화되는 부분은 퓨샷러닝(Few-Shot Learning)에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퓨샷러닝은 아주 작은 사례만으로도 학습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자연어 처리의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파인튜닝(Fine-Tuning) 즉 미세조정인데, 방대한 데이터로 사전훈련된 모델을 재학습시켜야 하죠. 많은 인프라와 시간이 요구될뿐더러 태스크별로 파인튜닝이 필요해서 비효율적이고 업데이트와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GPT-3은 두 개 이상의 예시로 사례를 이해하도록 합니다. 미세조정이 필요없이, 즉 새로운 태스크를 위해 새로운 데이터셋을 만들지 않고도 대부분의 태스크를 완성도 높게 수행할 수 있는 범용 언어모델입니다. 간단히 예를 들어볼까요? 보통 딥러닝 모델은 수백만장의 코끼리 사진을 학습한 뒤에야 코끼리를 알아보는데요, 퓨샷러닝 모델은 사진 몇장만 있으면 코끼리와 자전거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획기적이고요.



OpenAI 홈페이지

챗GPT에는 GPT-3에서 더 개선된 GPT-3.5가 활용됐고, 올해 공개될 GPT4에는 파라미터가 100조개 사용될 것으로 추측됩니다. 챗GPT발 기술 전쟁에도 불이 붙었죠. ‘뒤처지면 끝’이라는 위기감이 빅테크시장을 엄습하고 있거든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 빌 게이츠는 “생성형 AI는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혁신이며, 챗GPT의 등장은 인터넷의 발명만큼 중대한 사건”이라고 하네요.

실제로 MS는 이미 오픈AI와 손을 잡고 검색엔진 ‘빙(Bing)’을 포함한 모든 제품에 챗GPT 기능을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구글이 인공지능 검색엔진 ‘바드(Bard)’를 대항마로 내놨지만 이번 승부에선 체면만 구겼습니다. 이달 기능을 시연하다가 바드가 오답을 내놓은 탓입니다. 설익은 서비스 공개로 망신을 당했다는 내부 비판이 뒤를 따랐죠. 경영진이 그만큼 다급했던 모양입니다.

국내는 어떨까요? SK텔레콤은 반기는 표정입니다. 발도 빨랐습니다. GPT-3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에이닷’에 대해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김진원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길게 설명했습니다. 아무래도 MS나 구글과 경쟁하기 보다는 기존 AI 모델에 기반해 다른 서비스를 창출하는 입장이기 때문이겠죠. SK텔레콤이 하는 데이터센터사업 수요로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보였고요.

반면 네이버는 경각심이 두드러집니다. MS와 구글의 인공지능 검색엔진이 판도를 흔들 수도 있을테니까요. 지금은 국내 검색시장에서 네이버가 60%를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말이죠. 최수연 대표(CEO)와 김남선 CFO가 최근 함께 컨콜을 진행했는데 최 대표가 GPT의 단점을 이야기하며 꽤 박한 평가를 줬습니다. 그럴만도 한게, 챗GPT에게 물었더니 한국의 경쟁자로 네이버와 카카오를 가장 먼저 꼽네요.




카카오 역시 신중한 태도입니다. 네이버처럼 카카오도 올해 컨콜을 통해 대표이사가 직접 전략을 이야기했는데요, 홍은택 대표는 초거대 AI모델은 글로벌 기업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씁쓸함을 표하면서도 버티컬(분야에 특화된) 서비스로 틈새시장을 노리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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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원 SKT 코퍼레이트 플래닝 담당(CFO)

"GPT-3 상용화서비스 '에이닷' 시작, AI서비스 확산되면 데이터센터 수요 늘어날 것"

최근 챗GPT와 연관된 뉴스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매일 굵직굵직한 빅테크기업들의 챗GPT 관련기사가 도배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작년에 출시한 '에이닷'에 대한 진행 상황, 기술적 특성 등을 말씀드리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지난해 오픈 베타 서비스로 시작한 ‘에이닷’은 B2C(기업과소비자간거래) 분야에서의 세계 최초 한국어 GPT-3 상용화 서비스입니다. GPT-3 기술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했습니다. 오래된 정보를 기억해 대화에 활용할 수 있는 ‘장기기억’ 기술과 텍스트 뿐 아니라 음성, 이미지, 제스처, 생체 신호 등 여러 방식의 데이터를 인간처럼 종합 추론하고 의사소통까지 할 수 있는 ‘멀티모달’이 적용됐고요.

앞으로 내재적 GPT-3 기술 고도화는 물론, 다양한 외부 대화 생성모델 접목에 대해서도 검토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또 챗GPT가 화제되면서 가장 먼저 영향을 받았던 게 엔비디아라고 합니다. (거대 AI모델이)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많이 쓰기 때문에 아마 1차적 수요는 그쪽으로 갈 것이고요. 하지만 이런 AI 서비스가 확산되면 당연히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로도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CEO)

"챗GPT, 신뢰성·최신성 부족…서치GPT 선보일 것"

현재 GPT를 두고 세계적인 관심이 높은데 네이버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 중입니다.

다만 아직은 신뢰성이나 최신성 등의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특히 비용 효율화 면에서도 검토할 과제가 많다고 보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경우 올해 상반기 내 '서치GPT'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챗GPT 등) 생성용 AI의 단점으로 꼽히는 신뢰성, 최신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실험과 베타의 장을 별도로 오픈하는 방안을 고민 중입니다.

다만 이를 통해서 이용자의 만족도나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고 나면 특히 정보성 검색에 대해서는 검색결과에 넣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검색기술의 연구개발 목적으로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네이버가 구축해 놓은 '하이버클로바'라는 거대한 AI 모델을 계속해서 저희는 발전해 나갈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한 유료 B2B 솔루션 시장은 계속해서 열리고 있습니다.

지금도 AI 관련 여러 솔루션들이 네이버 클라우드 위에서 상품화되고 있으며 앞으로 투자를 통해서 더 수익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카오 홍은택 대표이사(CEO)

"기회이자 위기, 혁신적 아이디어 아닌 자본 싸움"

최근 시장에서 큰 화두가 되고 있는 챗GPT같은 초거대 AI모델의 등장은 카카오에 기회이자 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초거대 AI모델이 혁신적 아이디어에 의해 차별화되는 것이 아니라 모델의 크기와 품질, 결과적으로 풍부한 자본과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카카오는 글로벌 기업들과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기보다는 카카오브레인이 가지고 있는 한국어 특화 AI 모델인 'KoGPT'를 활용해 날카로운 버티컬 AI 서비스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연내 AI 기반 버티컬 서비스를 내놓고 비용 경쟁력을 지키면서 관련역량을 높여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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