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국내 4대 정유사(△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중 현재 기준 유일한 상장사는 에쓰오일이다. 에쓰오일을 제외한 나머지 세 곳의 정유사들은 각 그룹 지주사의 비상장 자회사 신분이다.
불특정 다수의 일반 주주들에게 가장 열려있는 정유사는 사실상 에쓰오일인 셈이다. 다시 말하면 에쓰오일은 다른 정유사들보다 IR 등 경영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투자자들과의 소통에 더욱 적극적이어야 하는 셈이다.
◇'디테일' 살아있는 실적발표 자료
일반 투자자들이 최신 경영 정보에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분기 별 실시하는 실적발표회다. 에쓰오일은 매 분기 실적 현황과 사업 전망에 대해 컨퍼런스 콜 방식으로 실적발표회를 진행한다. 간략한 개인정보만 입력하면 누구나 실시간으로 실적발표회를 청취할 수 있다.
실적발표회때 마다 공개하는 실적발표 관련 자료의 '디테일'도 관건이다. 이달 1일 2022년 4분기 실적발표회를 개최한 에쓰오일은 총 24페이지 분량의 실적발표 자료를 공개했다. △2022년 4분기 실적 및 전망 △주요 경영현황 업데이트 △추가 정보로 자료를 구성했다.
실적 및 전망에서는 전사 손익 실적과 재무 현황을 비롯해 각 사업 부문별 사업 실적 및 전망 내용을 담았다. 특히 에쓰오일은 재무 현황에서 단순 자산·부채·자본총계 뿐이 아닌 각 항목의 세부 계정까지 공개한다.
예를 들면 자산의 경우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현금성자산의 수치를 공개한다. 부채의 경우 총차입금 외 차입금의 구성(장·단기 등) 까지 공개한다. 다른 정유사나 타 업종 기업들보다 '디테일'이 뛰어난 셈이다.
정유 부문에서는 정유업 수익성의 핵심 요소인 싱가포르 정제마진과 두바이 원유가 대비 제품가 스프레드의 추이를 공개한다. 석유화학과 윤활 부문에서도 주력 제품의 스프레드 추이를 제공한다.
에쓰오일의 실적발표 자료는 기타 비상장 정유사들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인다. 에쓰오일을 제외한 3사는 단독 실적발표회를 진행하지 않는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자체 실적발표 자료도 제작하지 않는다. SK에너지는 SK이노베이션의 실적발표 자료의 일부분에, GS칼텍스는 ㈜GS의 실적발표 자료의 일부분에 단순 실적 수준만을 공개한다.
현대오일뱅크는 비상장사임에도 자체 분기별 실적발표 자료를 배포한다. 다만 내용이 사업부문·자회사 별 실적과 전망, 재무지표 공개에 그친다. 에쓰오일의 차별점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에쓰오일은 분기별 실적 전망 외 △주요 경영현황 업데이트라는 항목을 통해 투자자들과 소통한다.
이달 초 진행한 실적발표회의 경영현황 업데이트 내용에는 △중국의 포스트 코로나 리오프닝 △정제설비 부족 △샤힌 프로젝트 등이 담겼다. 정유·석유화학 등 유관 산업군의 글로벌 시황과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들을 회사 입장에서 해석하고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코너다. 투자자들에게 투자 판단의 근거를 회사가 최대한 제공하려는 노력이다.
특히 조원대 투자인 샤힌 프로젝트에 대한 최신 소식도 업데이트했다. 에쓰오일은 실적발표 자료에서 샤힌 프로젝트에 대해 "2022년 11월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 투자 결정 후, 본격적인 EPC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에쓰오일은 '추가 정보'를 통해 사업 부문별 실적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도표 형식으로 제공하고, 자본적지출(CAPEX) 및 운영 현황, 장기 마진 추이, 사우디 아람코와 저탄소 미래에너지 사업 협력 소식 등 투자자들의 판단에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했다.
◇CFO가 직접 답변하는 꼼꼼한 '컨콜'
실적발표 자료에 '디테일'이 살아있는 만큼 컨퍼런스 콜에 참여한 경영진들의 발표와 질의응답에 대한 답변도 섬세하게 이뤄진다. 실적발표 자료에 나온 모든 내용을 담당 임원들이 육성으로 설명한다. 특히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방주완 수석부사장(사진)은 모두발언 외 애널리스트의 질의에 직접 응답하는 등 시장과의 소통에 직접적으로 나선다.
이번 실적발표회에서도 배당 관련 내용과 향후 배당 가이던스에 대해 묻는 애널리스트의 질문에 방 수석부사장은 "배당성향을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라면서 "가이드라인은 변함이 없으나 샤힌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 투자 승인을 받아 본격적으로 투자가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2022년도 연간 배당 성향은 당기순이익의 약 30%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방 수석부사장은 "회사는 구조적인 정제마진 호조로 인해 향후 수 년간 견조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라면서 "샤힌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조달도 충분히 계획을 마련하고 있어 프로젝트 기간 중에도 균형 있는 배당을 지급하고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형식적인 틀에서 벗어나 시장이 궁금한 점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기업 IR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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