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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오일뱅크, '금리 오기재' KB증권 재신임

내달 1500억 규모 공모채 발행 대표주관…HD현대그룹 최고 파트너사·세일즈 역량 '한몫'

권순철 기자  2024-09-02 15:22:11

편집자주

증권사 IB들에게 대기업 커버리지(coverage) 역량은 곧 왕관이다. 이슈어와 회사채 발행이란 작은 인연을 계기로 IPO와 유상증자 등 다양한 자본조달 파트너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기업들이 증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뭘까. 탄탄한 트랙레코드를 기반으로 한 실력이 될 수도 있고, 오너가와 인연 그리고 RM들의 오랜 네트워크로 이어진 돈독한 신뢰감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기업과 증권사 IB들간 비즈니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스토리를 좀 더 깊게 살펴본다.
HD현대오일뱅크가 내달 발행하는 회사채 주관사단에 KB증권을 발탁하면서 변함없는 신뢰를 내비쳤다. 지난해 6월 KB증권의 실수로 7년물 공모채 발행이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별다른 패널티 없이 대표 주관을 맡겼다.

당초 HD현대그룹 최고의 파트너인데다가 DCM(부채자본시장) 내 수준급 세일즈 역량을 갖춘 하우스를 쉽게 배제할 수 없었다. KB증권도 금리 오기재 이후 첫 대표 주관인 만큼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만전을 기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두 번째 공모채…시장금리 하향세에 '상환→차환발행'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는 내달 초 15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하기 위한 물밑 작업에 돌입했다. 만기는 3년, 5년, 7년물로 구성했으며 오는 25일 예정된 기관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25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수 있음을 밝혔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맡았다.

HD현대오일뱅크도 올해 두 번째 공모채 발행에 나선다. 지난 1월 3년물과 5년물로 트랜치를 나눠 1500억원을 모집했던 회사는 연초 효과에 힘입어 조단위 주문을 받았다. 원래부터 연 2~3회 공모채를 찍었고 HD현대그룹 내 최대 이슈어였기에 추후 발행 시점을 둘러싼 관심도도 높았다.

다만 이후에는 상환 기조로 돌아서면서 재등판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회사는 5월 700억원, 7월 1600억원의 회사채 만기 물량을 앞두고 있었다. 이와 같은 스케줄을 고려할 때 차환 발행에 나선다면 상반기 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증권업계에서 거론됐지만 회사의 선택지는 상환으로 향했다.

HD현대오일뱅크가 다시 시장에 나온 배경을 다른 AA급 발행사들의 상황과 구분해서 설명하기엔 어렵다. 시장금리 인하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AA급 이상 우량등급 회사채 금리는 기준금리(3.5%)를 지속적으로 밑돌고 있다. 이에 근래 한 달간 SK, SBS, S-OIL, 동원산업, 종근당 등 유수의 더블 A급 이슈어들이 연달아 시장을 찾았다.

HD현대오일뱅크도 연초 대비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지난 1월 3년물과 5년물을 각각 3.899%, 3.945%에서 조달했다.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30일 기준 회사의 3년물과 5년물 민평금리는 3.393%, 3.403%에 형성된 것으로 집계됐다. 7년물 금리도 3.573%로 거래되는 등 유리한 조달 환경이 펼쳐질 예정이다.

◇'금리 오기재' KB증권 재신임…과거 인연·세일즈 역량 고려

이 가운데 대표 주관사로 KB증권을 발탁한 배경에도 시선이 쏠린다. 통상 공모채를 발행할 때 NH투자증권과 KB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과 함께했기에 이례적인 케이스로 볼 순 없다. 다만 이 하우스는 지난해 금리 오기재로 발행에 차질을 낸 이력이 있어 이번에도 포함될지 여부는 불투명했다.

KB증권의 실수는 2023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 작성을 전담했는데, 그 과정에서 발행조건이 확정된 증권신고서상의 7년물 금리를 투자설명서에 기재된 수치와 다르게 적는 미스가 발생했다. 회사는 7년물로 5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금감원으로부터 해당 트랜치물 발행 취소 결정이 떨어졌다.

이같은 해프닝은 향후 파트너십의 지속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으로 여겨진다. 올해 초에도 신한투자증권의 금리 오기재로 ㈜한화의 2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자체가 취소되는 사태가 있었다. 이후 신한투자증권은 한화 그룹의 공모채 발행 과정에서 한동안 배제되는 등의 패널티를 받게 됐다.

다만 ㈜한화와 달리 HD현대오일뱅크도 KB증권에 징벌적 조치를 취하기엔 잃을 것이 많았다. KB증권은 대표 주관사로 선임되기 시작한 2018년부터 회사가 공모채로 조달한 자금(3조2000억원)의 약 5%인 7050억원을 책임졌다. 올해 HD현대 그룹이 발행한 회사채를 가장 많이 인수한 증권사도 KB증권이다.

결국 주관 증권사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세일즈 역량인데, KB증권은 이런 측면에 있어서 최상위급으로 분류되는 하우스로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회사 측 관계자는 "그동안 주관 업무를 맡은 증권사들이 세일즈를 하면서 내부적으로 느꼈던 부분이나 본사와의 관계적인 측면을 바탕으로 주관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출처: 더벨 리그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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