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넥신은 최근 이사회에서 CFO인 홍성준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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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각자대표는 상장 14년차에 아직 상용화된 신약이 없는 제넥신의 꼬리표를 떼기 위한 중책을 맡았다. 상용화에 성공한 파이프라인을 미국과 유럽 시장에 진출시키는 작업도 그의 손을 거칠 예정이다. 더불어 제넥신의 최대주주 한독 CFO로 역임한 경험은 김영진 한독 회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제넥신 이사회에 윤활유로 작용할 모습이다.
◇툴젠 인수, 852억 유증 이끈 재무·법무 전문가… 파이프라인 상용화 '구심점' 제넥신은 1월 27일 이사회에서 홍 부사장을 신임 각자대표로 선임했다. 제넥신은 이사진 변화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홍 대표를 중용하는 모습이다. 닐 워마 대표는 CEO로서 경영을 총괄하고 기존 R&D를 총괄하던 우정원 사장은 기존 각자대표 직만 내려놓고 이사회 사내이사직을 유지한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 멤버였던 홍 부사장을 대표로 올렸다.
홍 신임 대표는 기존 CFO 업무를 계속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그가 재무 및 법무 전문가인 것과 관련이 있다. 홍 대표는 미국 반더빌트로스쿨 법학석사 출신으로 국내 CPA, 미국 변호사 및 공인회계사이기도 하다. 앞서 한독을 포함해 안진회계법인, 나이키코리아, 슈나이더일렉트릭코리아 로킷헬스케어 등 국내외 업체에서 이력을 쌓았다.
홍 대표는 2020년 제넥신 합류 이후 줄곧 회사의 굵직한 딜 중심에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툴젠 M&A, 아이맵바이오파마 지분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 852억원의 유상증자를 매조지한 점이 꼽힌다. 이번 대표 발탁 또한 이같은 재무 성과를 폭넓게 인정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제넥신은 각각 만성 신장 질환과 관련한 빈혈증을 타깃하는 'GX-E4', 장기 지속성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적응증으로 한 'GX-H9'의 임상 3상 환자모집이 끝났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곧 각국(인도네시아·중국) 인·허가당국의 상업화 신청 절차를 밟을 예정이며 품목허가 후 직접 판매에 나서거나 라이선싱 작업을 통한 수익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제넥신 관계자는 "현재 파이프라인의 상업화로 현금을 창출할 시기에 맞춰 미국과 유럽 시장에 진출할 세부 계획을 수립한 상태"라며 "홍 대표는 자금 조달 등 성과와 추후 미국 진출 등 상업화와 글로벌화로 요약되는 '넥스트 제넥신'으로 회사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설립 후 첫 신약 출시 '전력투구'… 최대주주 한독과 '긴밀한 관계'홍 대표가 'CFO'로서 각자대표에 오른 또 다른 배경으론 제넥신의 핵심 파이프라인이 후기 임상을 끝내고 상업화 목전에 다다른 점이 꼽힌다. 바이오텍의 수익 창출 모델은 파이프라인 발굴과 임상을 진행하는 R&D, 품목허가 등의 인·허가, 출시된 신약으로 수익을 얻기 위한 영업·마케팅으로 나뉜다.
세부적으로 보면 R&D 단계에 있는 바이오텍은 연구 및 임상에 특화한 전문성을 중시한다. 반면 사업개발로 요약되는 인·허가 영업·마케팅에 돌입한 회사의 경우 경영 마인드를 갖춘 C레벨을 선봉에 두곤 한다.
홍 대표 스스로도 당면과제를 1999년 설립 이래 아직 전무한 신약 상업화를 비롯한 관련 성과 창출로 꼽은 모습이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중단하는 것을 비롯해 신약개발 성과를 내놓지 못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회사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한 번 크게 꺾인 영향이다. 한 때 2조원에 육박했던 제넥신의 시가총액은 4000억원을 오르내린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2021년 9월 창업주 성영철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주력 파이프라인을 4개로 재정비하는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 회장이 경영을 총괄하던 시절 종종 한독과 의사소통에서 엿보였던 엇박자는 홍 대표 체제에선 사라질 전망이다. 홍 대표가 한독 CFO로 재직한 경험이 있고 현재 제넥신 이사회 의장을 김영진 한독 회장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홍 대표가 제넥신에 합류하기 전인 2020년 경 제넥신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1200억원 규모의 CB 발행 계획이 먼저 외부에 알려진 뒤 발행을 철회한 적이 있다. 이는 대표적인 양사 간 소통 미비 사례로 꼽힌다. 당시 한독 측은 제넥신의 CB 발행과 철회 이슈를 뒤늦게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