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와 주주 사이의 거리가 부쩍 가까워진 요즘이다. 기업 총수를 회장님이라고 존칭하기보다 '형'으로 부른다. 오너의 경영 방식부터 라이프 스타일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만큼 오너의 언행이 기업의 주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오너의 말 한마디에 따라 주가가 급등하기도, 리스크로 돌아오기도 한다. 더벨이 오너 경영과 주가와의 상관관계를 들여다봤다.
SK케미칼의 기업가치가 '저평가' 상태라는 점은 시장의 공통된 의견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은 8.01배로 화학업종 기업의 평균 PER인 16.62배보다 현저히 적다. 주가 대비 주당 순자산의 비율을 보여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9배다. PBR이 1보다 낮다는 것은 기업의 순자산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금의 성적표가 초라하기는 하지만 SK케미칼은 한때 화려한 주가 상승률로 시장의 기대감을 모으던 기업이었다. 주가의 변동폭이 워낙 가파르게 일어났다보니 주주들의 불만이 더 크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SK케미칼은 지난해 주주총회 기간에 홍역을 치러야 했다.
◇한때 50만원 바라보던 주가, 거버넌스 리스크에 '와르르'
SK케미칼의 최고 주가는 지난 2021년 2월 장중 기록한 46만7000원이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됐던 당시 SK케미칼이 백신사업부를 분할해 만든 SK바이오사이언스가 수혜기업으로 지목되며 주가가 치솟기 시작했다. 주가를 하락세로 돌린 결정적인 사건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공개(IPO)였다.
SK케미칼의 사례는 LG화학과 더불어 '쪼개기 상장'으로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결국 SK케미칼의 거버넌스 리스크가 주가 하락의 트리거가 된 셈이다.
주가부양을 위해 SK케미칼이 그간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사실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취했다. 배당금을 대폭 확대했고 무상증자를 실시했다.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이를 소각까지 하며 의지를 보였다. 이후 지난해 9월 모회사 SK디스커버리가 SK케미칼의 주식을 당시 시장가보다 15%가량 높은 주당 10만8800원에 92만주를 공개매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주가의 흐름을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SK케미칼이 주주환원 행동에 나설 때마다 반짝 주가가 상승한 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SK케미칼의 보통주 1주는 8만5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고 주가(무상증자 권리락 적용 31만1583원)와 비교했을 때 하락폭이 72.6%에 달한다.속절없이 하락한 SK케미칼의 주가를 두고 압박을 가한 곳은 안다자산운용, 메트리카파트너스 등이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SK케미칼의 지분 6.32%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주식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주주활동에 나설 것임을 예고하는 사안으로 해석된다.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주주행동에 나선 곳은 없지만 SK케미칼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진 상태라 투자자들로서는 주주행동에 나설 명분을 쥐어준 상태다.
여기에 전년 대비 실적이 악화되며 총 배당규모가 적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3분기 SK케미칼의 별도 순이익은 63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80% 하락했다. SK케미칼은 비경상적인 이익 및 손실을 제외한 별도 당기순이익의 30%를 배당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주주환원 vs 성장, 자산매각으로 두 마리 토끼 잡을까
SK케미칼은 다른 화학업종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대대적인 사업전환기를 맞은 상태다. 장기적으로 보면 주주환원과 투자는 같은 선상에 있겠지만 단기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SK케미칼이 제시한 비전은 '친환경'에 있다. 석유를 원료로 한 코폴리에스터 등 소재 사업은 버려진 플라스틱, 자연 유래 바이오로 원료원을 2030년까지 전량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 소재 PO3G와 생분해 플라스틱 고유연 PLA 등 바이오 소재 확장, 플라스틱 폐기물 순환경제 생태계 구축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1조8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부터 투자를 시작한 상태다.
SK케미칼 별도 보유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700억원 정도다. 여기에 지난해 들어 순이익이 크게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영업을 통한 현금유입이 원활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SK케미칼이 보유한 핵심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활용 방안에 주목된다. SK케미칼이 보유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은 68.2%다. 지난 26일 종가 기준 지분가치를 환산하면 4조2000억원에 해당한다. 지분 일부만 매각해도 대규모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혹은 일부 주주들의 요구한 바와 같이 현물배당 등으로 활용하는 옵션도 있다.
다만 SK케미칼 지분 매각은 회사 차원에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SK케미칼은 지난해 SK디스커버리의 종속회사로 편입됐다. 최창원 회장에서 SK디스커버리로, SK디스커버리에서 SK케미칼로 이어지는 형태의 지배구조다.
독립경영이 이뤄진다고 해도 의사결정상 대주주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SK케미칼 이사회에 안재현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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