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자산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순자산가치보다 웃돈을 얹어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업권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는 추세다. 또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손상검사는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영업권 현황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분석해본다.
이창엽 대표(사진·부사장)가 지휘봉을 잡은 롯데제과가 인도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춤했던 인도 사업은 2021년부터 기지개를 폈고 작년 호실적을 달성했다. LG생활건강 출신으로 외부에서 영입되며 수장에 오른 이 대표가 신년사에서 '세계화'를 천명한 가운데 해외사업에도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는 롯데제과 쪽에서 중요성이 더 부각되는 시장이다. 8개 해외 진출국 중 법인 2곳을 배치한 유일한 국가다. 14억 인구를 보유한 인도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식품시장으로 통한다.
롯데제과의 건과 해외법인 1호는 2004년 인수한 롯데 인디아(LOTTE INDIA)다. 롯데는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인도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 첸나이와 북부 하리아나 중심으로 사업을 펼친다. 캔디류, 초코파이, 껌 등을 판다.
2017년 12월 하브모어(HAVMOR ICECREAM LIMITED)를 1670억원가량에 인수하며 현지 빙과시장에도 진출했다. 롯데제과의 빙과 해외법인 1호다. 하브모어는 인도 전체 28개 주 가운데 20여개주에서 216개의 아이스크림 가맹점을 운영한다. 2021년 '월드콘'을 출시했고 지난해 '설레임'을 선보이는 등 롯데제과 메가 브랜드를 도입하고 있다. 인수합병(M&A)따라 재무제표에 계상된 하브모어 영업권은 2017년 말 886억원이었다.
영업권 잔액은 2018년 말 811억원으로 감소했고 2020년 말 709억원으로 줄었다. 2021년 말 기준 760억원이다. 외형 축소로 영업권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브모어 매출은 2018년 907억원에서 2019년 1020억원으로 증가했으나 2020년 587억원으로 감소했다. 팬데믹 탓에 2020년 인도 정부의 이동 봉쇄령, 공장 운영 중지 등이 사업 확장 장애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보고서에는 롯데 인디아의 공장 가동률이 기록돼 있다. 공장 평균 가동률은 2019년, 2020년 각각 25%, 67%다. 2021년과 작년 9월 말 기준 공장 가동률은 각각 84%, 108%다. 하브모어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2021년부터 인도 현지 공장 운영이 정상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2021년 매출 994억원으로 반등에 성공한 하브모어는 작년 9월 말 누적 매출과 순이익으로 각각 1269억원, 136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의 연간 매출(994억원)과 순이익(78억원)을 3분기 만에 돌파했다. 10년 이상 먼저 진출한 롯데 인디아(678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최대 매출 해외법인 롯데 라하트 JSC(1521억원)에 육박했다.
엔데믹으로 전환하며 나타난 기저효과에 현지 시장의 긍정적인 요인이 더해지면서 호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작년 빙과 성수기인 여름에 인도 평균 기온이 평소보다 높아 제품 수요 확대로 이어졌다"며 "엔데믹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한 점도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매년 손상검사를 거치는 영업권의 경우 하브모어의 꾸준한 성장에도 팬데믹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다만 2017년 대비 14% 줄어 감소 폭은 크지 않은 편이다. 사업성을 인정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권은 검사 결과에 따라 차손을 반영할 뿐 절대 가치는 증가하지 않는다. 2021년 말 기준 영업권 잔액은 760억원으로 전년보다 51억원 증가했다. 이는 환율차이에 따른 결과다. 2019년에도 824억원으로 전년(811억원)대비 증가했다.
롯데제과는 인도시장 공략을 위해 고삐를 다시 죈다. 5년 동안 700억원을 투자한다고 최근 밝혔다. 하브모어 인수 이후 6년여 만이다. 실적 반등과 현지 상황을 종합해 팬데믹에서 벗어났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시 MIDC(마하라슈트라 산업개발공사) 탈레가온에 6만㎡미터 규모 빙과 생산 시설을 설립할 계획이다.
하브모어 인수 후 신규로 지어지는 첫 번째 공장으로 각종 자동화 설비 등 한국의 선진 식품제조 기술이 적용된다. 이 공장이 준공되면 아마다바드(Ahmedabad), 파리다바드(Faridabad)에 이어 3번째다.
이번 투자는 롯데제과 창사 후 첫 외부 출신 CEO인 이창엽 대표의 글로벌 경영이 본격화되는 신호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 대표는 한국P&G, 허쉬 한국 법인장, 농심 켈로그 대표, 한국코카콜라 대표 등을 거친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다. 올해 신년사에서 "국내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K스낵'과 'K푸드'의 인기는 큰 기회가 된다"며 글로벌 식품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인도시장은 특히 1인당 아이스크림 소비량이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아 성장성이 크다"며 "신공장 증축으로 인도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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