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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3년째 무차입' 오리온, 영업현금 롯데제과 4배

보유현금 1조, '역대 최고'…팩토링 거래 등으로 운전자본 경감

고진영 기자  2022-12-29 09:37:18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사실상의 무차입 경영을 3년째 이어가고 있는 오리온이 순현금만 8000억원을 돌파했다. 경쟁사 롯데제과의 2~4배에 육박할 정도로 견고한 영업현금창출력 덕분이다. 5년 전 분할로 떠안았던 재무부담 역시 가볍게 털어냈다.

지금의 오리온은 2017년 6월 오리온홀딩스(옛 오리온)에서 인적분할한 신설법인이다. 당시 옛 오리온의 차입금을 전부 가져오면서 재무부담이 적잖이 무거워졌다. 그 탓에 분할 첫해 총차입금이 연말 기준 5997억원, 현금성자산은 1523억원에 불과했다. 잉여현금흐름도 1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이후 연간 4000억원 안팎의 영엽활동현금흐름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현금을 차곡차곡 쌓았다. 2017년 사드 이슈로 타격을 받았지만 유통망을 신속히 재정비해 극복할 수 있었다.

실제 지역별 매출을 보면 오리온의 중국발 매출은 2016년 1조3460억원에서 2017년 794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18년부턴 다시 늘긴 했으나, 1조1096억원인 작년 매출을 사드 전과 비교하면 완전히 회복하진 못했다.

중국에서 빠진 매출은 베트남과 러시아가 채웠다. 두 현지법인이 오리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1%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22%를 웃돈다. 구체적으로 베트남 매출은 2016년 2045억원에서 지난해 3415억원, 러시아는 612억원에서 1169억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또 같은 기간 국내 매출도 1280억원이 늘면서 사드 충격을 만회했다.

수익성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이다. 2019년부터 15~16%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수성하고 있다. 지난해 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익성이 소폭 떨어지기도 했으나 올해의 경우 중국과 러시아에서 제품 가격을 인상했고 제품라인업을 늘려 판매량이 늘었기 때문에 이익창출 규모가 확대됐다. 특히 6월 러시아 트베리주 제2공장이 완공된 만큼 외형 확대와 효율성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오리온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4406억원, 영업현금흐름은 404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현금흐름(2974억원)보다 36%가량 뛰었다. 경쟁사인 롯데제과(1026억원)와 비교하면 영업현금흐름이 4배에 가깝다. 여기서 자본적지출(CAPEX)과 배당금지급액을 제하고도 남는 잉여현금흐름도 3032억원이다.

운전자본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이 현금흐름에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쿠팡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매출채권은 우리은행에 팩토링 거래로 넘겨 운전자본에서 지워졌다. 거래처가 채무를 지키지 않더라도 오리온에 소구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팩토링 약정은 매출채권을 은행에 양도하고 현금을 받는 것을 말한다.

안정적인 현금창출력 덕분에 보유현금 역시 2018년 2000억원대에서 2020년 4372억원, 작년에는 7243억원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올해 9월 말 기준으로는 금융예치금 2283억원을 포함해 1조157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제과의 3배 수준. 현금이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현금이 빠르게 누적된 반면 차입규모는 감소 추세다. 분할 첫해 6000억원에 달했던 연결 총차입금은 올해 9월 말 1689억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회사채로 빌린 돈만 2017년 3293억원이었는데 지금껏 차환없이 갚아서 1200억원이 남았다. 이중 11월 만기가 도래한 500억원 역시 이미 상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도 분할 당시와 비교해 1조원 이상 감소했다. 2020년부터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사실상의 무차입 상태를 3년째 유지하고 있다. 9월 말 기준 순차입금은 -8469억원에 이른다. 부채 상환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총차입금/EBITDA를 계산하면 0.3배다. 사업에서 창출한 돈으로 빚을 갚는 데 4개월이 채 안 걸린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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