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조달전략 분석

저금리를 고금리로 갈아타는 포스코

2% 채무를 5%로 차환, 이자부담 증대…불확실성 고려, 적절 대응 시각도

이경주 기자  2023-01-13 08:00:03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포스코가 2023년 연초부터 공격적 조달에 나서고 있다. 3조원이 넘는 자금을 외부에서 끌어왔다. 지난해 중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비상경영을 선포한데 따른 결과다. 계열사들에게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유동성(현금)을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다만 업계는 타이밍에 주목하고 있다. 포스코와 같은 초우량(AA+, 안정적) 기업도 5% 내외의 비싼 금리를 감수해야 하는 시기다. 다른 우량사들은 저금리 시기(2020~2021년)에 선제 조달을 했고 이후 금리가 높아지면서 평년보다 줄이는 분위기다. 포스코는 반대로 저금리 시기 발행을 하지 않았거나 소극적이었다.

◇외화 2.5조, 원화 0.7조…금리는 4~6%, 채무 차환용

포스코는 이달 12일 원화 회사채 7000억원 규모를 발행한다. 발행금리는 2년물 500억원은 3.96%에 3년물 4500억원 4.05%에, 5년물 2000억원은 4.11%로 수요예측 결과 확정됐다.

더불어 달러채도 발행했다. 이달 10일 20억달러(한화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찍었다. 3년물 7억달러, 5년물 10억달러, 10년물 3억달러로 만기구조(트렌치)를 짰다. 발행금리는 6%내외로 추정된다. 수요예측을 거쳐 미국 국채 수익률에 3년물은 1.9%(190bp), 5년물은 2.2%, 10년물은 2.5%를 가산하기로 했다. 이달 12일 미국국채 가격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3년물은 5.806%, 5년물은 5.847%, 10년물은 6.028% 수준으로 예상된다.

대다수 기존 채무를 차환하는데 사용할 전망이다. 저금리에서 고금리로 갈아타는 것이 된다. 포스코는 올해가 만기인 회사채 규모가 2조173억원이다. 당장 이달 17일이 만기인 달러채(7-1차)가 6336억원(5억달러)인데 2020년 1월 발행 당시 금리가 2.38%다. 비용이 두 배 이상 비싼 채무로 바뀐다. 이번 발행(약 3조2000억원)으로 예상되는 연간 이자비용은 원화는 284억원, 외화는 1459억원으로 총 1743억원 규모다.

5년래 연간 회사채 발행(원·외화 합산) 최고 기록을 올해 세울 전망이다. 다른 우량사들이 고금리 소나기를 피하거나 최소화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KT(AAA급)는 9년간 매년 1월 4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올 1월엔 처음으로 3000억원만 찍기로 했다. 9년간 유지했던 10년물 편성도 비용절감을 위해 처음으로 제외했다.

비슷한 신용도(AA급)의 기업들도 저금리 시기 선제적 조달을 하고 점차 줄이는 추세다. 포스코가 속한 AA급 원화채는 발행량이 가장 많았던 해가 2020년으로 38조9950억원 규모였다. 이후 2021년 37조6700억원으로 소폭 줄더니 2022년 29조7110억원으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



2020년은 금리가 가장 낮았던 시기다. AA등급평균 금리는 3년물 기준 2019년 초 2.2%에서 2020년 초 1.7% 같은 해 말에는 1.3%대로까지 떨어졌다. 이후 2021년 말 2.3%대로 반등했고 2022년 말엔 5%대로 치솟았다. AA급 발행량이 2020년에 정점을 찍고 내리막이었던 이유다.

포스코는 시장 흐름과는 다르게 움직였다. 상장사 포스코 시절(물적분할 전)인 2019년 원화채를 1조5000억원 발행했지만 2020년엔 아예 생략했다. 그리고 금리가 비싸지기 시작한 2021년엔 5000억원, 더 높이 오른 2022년엔 전년보다 더 많은 8000억원을 발행했다.


(사진 좌=AA급 3년물 금리, 우=미국 국채 3년물 금리)

외화채도 금리 흐름과는 반대로 움직였다. 이번 발행에 기준점으로 삼은 미국 국채 금리는 3년물 기준으로 2021년이 0.1%대에 달할 정도로 가장 저렴한 시기였다. 그런데 포스코는 그해 외화채를 찍지 않았다. 미국국채금리가 2%대로 높아진 2022년에 10억달러 규모를 발행했다. 당시 3년물 발행금리는 4.38%, 5년물은 4.5%였다.

이어 금리가 더 오른 올 초에 전년(10억달러)보다 두 배(20억달러)를 찍어냈다. 특히 이례적으로 10년물까지 편성하면서 장기간 비용부담을 감수했다.

물론 이번 조달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선 의미가 크다는 시각도 있다. 금리가 향후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고, 또 고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이번 전략은 성공한 것이 된다. 특히 올 경기침체 여파로 한 두 건이라도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례가 나올 경우 자금시장이 급격히 얼어붙는 '돈맥경화' 위기가 발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포스코는 '신의 한수'를 둔 것이 된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 지분취득에 조단위 소모

업계에선 지배구조 변화에 따른 비용증대 영향으로 해석한다. 포스코는 2022년 3월 1일을 분할기일로 포스코홀딩스(옛 상장사 포스코)의 철강부문이 물적분할 돼 설립된 회사다. 철강부문이 주력이었던 만큼 신설 포스코는 여전히 뛰어난 현금창출력을 갖췄다. 지난해 3분기까지 포스코 연결기준 상각전 영업이익(EBITDA)는 3조5703억원에 이른다.

더불어 대다수의 채무도 떠안았다. 같은 시기 총차입금은 9조9182억원이다. 단기성차입금은 3조9382억원으로 전체 총차입금의 39.7%를 차지하고 있다. 차환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물적분할 이후 후속 지배구조 재편에 따른 비용이 크게 발생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포스코홀딩스의 자회사로 있는 철강관련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그룹 철강사업을 모두 포스코 산하로 재배치시키는 작업이다. 이에 따른 비용이 지난해 3분기까지만 1조2000억원 가량 발생했다.

이에 고금리 시기임에도 대규모 조달이 필요했는데, 작년 중순 그룹차원의 현금확보 주문으로 올 초 더욱 공격적 조달을 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물적분할 1년 전인 2021년에라도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비용을 예상하고 선제 조달을 했다면 현재 비용부담은 크게 줄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포스코는 사업안전성과 현금창출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최근 대규모 조달이 고금리로 이뤄졌다해도 재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계열사 지분 취득에 따른 비용은 단기적인 것이고, 중장기적으론 ESG흐름에 맞춘 사업전환에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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