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자산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순자산가치보다 웃돈을 얹어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업권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는 추세다. 또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손상검사는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영업권 현황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분석해본다.
LF는 인수합병(M&A)으로 패션 울타리에서 벗어나 생활문화기업으로 도약을 꾀한 기업이다. LF푸드(2007년), 코람코자산신탁(2018년) 인수로 각각 식품, 부동산금융 시장에 진출했다.
2015년 4월 품에 안은 트라이씨클의 경우 주력 패션 사업의 온라인 확장을 의미했다. 앞서 2014년 론칭한 LF몰은 중고가 온라인 패션시장을 타깃으로 했고 트라이씨클 인수로 중저가 포트폴리오를 더했다. 트라이씨클은 아울렛 쇼핑몰 '하프클럽', 유아동 전문 쇼핑몰 '보리보리'를 운영한다.
◇흑자기업 변모, 영업권 손상 '0'
하프클럽은 명품 등 브랜드 제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VIP 고객층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리보리는 국내 최대 유아동 전문 쇼핑몰이다. 패션, 리빙, 도서, 식품 등 출산·육아 관련 상품을 유통하며 업계에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다.
LF가 트라이씨클을 인수하는데 쓴 금액은 236억원가량이었다. 트라이씨클의 작년 말 기준 영업권은 153억원 그대로 남아 있다. 인수 이후 매년 손상검사를 진행하지만 6년 이상 LF 재무제표상 계상되는 손상차손은 '제로(0)'다. 인수 당시 순손실 상태였지만 체질 개선에 성공하며 외형 확장을 이룬 게 주효한 것으로 평가된다. 거래액이 커지면서 흑자 기업으로 반전했다.
트라이씨클은 인수 당시 적자를 면치 못했다. 2015, 2016년 각각 50억원, 8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적자 폭을 줄이며 흑자 기업으로 도약하는 게 당면 과제였다. LF에 인수된 뒤 수익성 회복을 위한 상품력 강화에 전사 역량을 모았다. 브랜드 신규 입점·재입점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매입 비즈니스를 강화했다.
흑자 전환에 성공한 2017년은 기업 경영이 정상 궤도에 오른 해다. 최대 80~90% 이상의 할인율을 꾸준히 유지하는데 집중했다. 트라이씨클 관계자는 "다른 종합몰 대비 높은 할인율은 소비자 선택을 받는 요인으로 판단한다"며 "다양한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브랜드별 최적 가격을 선보이기 위해 프로모션과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2017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70억원, 17억원을 기록했다. 흑자 전환 이후 고속 성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8, 2019년 매출은 각각 430억원, 597억원으로 증가했다. 전년대비 매출성장률은 각각 16.2%, 38.8%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2020년 매출 880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성장률은 47.4%에 달했다. 영업이익은 처음 100억원을 돌파하며 105억원을 기록했다.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소비 활동이 위축되며 반사이익을 얻었다.
LF와의 시너지도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LF 브랜드 제품 사입 물량을 확대해 관련 매출이 증가했다. 트라이씨클 관계자는 "LF 대표 브랜드를 유통한 부분이 마중물이 되면서 매입 비즈니스가 강화됐다"며 "수익성 개선을 이루는 성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거래액 6600억…연매출 1000억 고지 목전
지난해 매출은 919억원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눈앞에 두게 됐다. 영업이익이 41억원으로 크게 감소했으나 이는 중장기 성장 전략을 실행하면서 나타난 결과였다. 작년 초 하프클럽, 보리보리가 대대적인 플랫폼 개편으로 투자비가 확대됐다.
트라이씨클의 거래액은 2016년 1500억원 규모에서 2020년 58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올해(추정치)는 6600억원에 달한다. 하프클럽, 보리보리가 각각 4940억원, 1666억원이다.
올해는 데이터 기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회원 수 확대라는 성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프클럽의 신규 회원 수는 전년대비 50%가량 증가했고, 활성 회원 수(1년 이내 로그인)는 30%가량 늘었다. 마케팅 수신 동의한 접촉 가능 회원은 20%가량 증가했다. 보리보리의 경우 신규 회원, 활성 회원, 접촉 가능 회원 각각 약 68%, 33%, 17% 늘었다.
트라이씨클은 향후 브랜드 입지를 더 굳건히 하고 고객 연령층을 확장하는데 주력할 계획으로 파악됐다. 하프클럽은 이월 1년차 상품을 확대하고 사입·생산 상품을 늘린다. 보리보리는 백화점·럭셔리 패션 브랜드 품목을 늘리고 유아동 식품·용품을 확장한다. 트라이씨클 관계자는 "하프클럽은 40~60대 여성·남성으로 고객 층을 넓히고 보리보리는 출산 전부터 17세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트라이씨클은 목표 달성을 위해 이커머스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일 것으로 관측된다. 고객 데이터 분석을 중시하는 기업으로 맞춤형 상품·혜택 제안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 추진에 역량을 집중한다. 최근 인사에서도 데이터 플랫폼 개발본부장을 역임하던 문찬욱 이사가 상무로 승진하며 조직에 힘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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