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그룹이 2018년 인수한 이탈리아 패딩브랜드 듀베티카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계열사 F&F를 앞세워 다시 인수합병(M&A) 시장에 등장했다. 디지털 전환으로 수익성을 강화하면서 4년 만에 다시 자신감을 되찾은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F&F는 사업결합에 따른 영업권으로 304억원을 인식했다. 구체적으로 빅토리콘텐츠 171억원, 세르지오타키니 IP 홀딩스 15억원, 세르지오타키니 오퍼레이션 117억원이다.
이 세 곳은 모두 올해 F&F가 M&A를 인수한 법인이다. 지난해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하기 위해 5580억원을 투입했고 뒤이어 브랜드와 사업다각화를 위해 추가 자금을 들였다. 각 법인의 순자산가치에 더해 304억원의 웃돈을 얹어 인수하는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F&F그룹은 과거 실패 경험이 있다. 2018년 듀베디카를 인수했지만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면서 매년 무형자산에 손상차손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현재 더 이상 듀베티카의 영업권을 별도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실제 F&F홀딩스는 해외 법인 듀베디카 SRL를 인수하고 최초 영업권으로 6억원을 계상했다. 2018년 4월에 듀베티카 인터내셔날 지분 94.56%를 49억원, 듀베티카 SRL 지분 94.55%를 49억원에 취득했다.
이를 인수하는데 투입된 자금은 총 98억원에 달했다. 그동안 해외 업체로부터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패션사업을 진행해온 F&F그룹으로서는 이탈리아 명품 패딩 브랜드를 품에 안으며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그러나 해외 법인 듀베티카크로아티아에 이어 그 다음해인 2021년 듀베티카불가리아도 영업을 중단할 정도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이로 인해 최초로 계상했던 듀베티카 영업권 6억원을 현재는 인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 기간 동안 F&F그룹은 2017년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디스커버리 롱패딩'이 오르면서 매출을 끌어올렸던 경험을 살려 디지털 전환 작업을 수행하면서 경쟁력을 제고했다. 진출한 해외 각 국의 기획·생산·판매 프로세스를 빅데이터로 구현해 나간 시기다.
이를 통한 성과는 중국 시장에서 먼저 이뤄졌다. 중국 법인 F&F차이나 매출이 올해 상반기 2581억원을 기록했고 연간으로 6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디지털 전환 작업을 보다 가속화하면 중국 이외의 해외에서도 이러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서 얻은 자신감을 기반으로 올해 M&A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업을 다각화 해 몸집을 더욱 키웠다. 패션 브랜드에 이어 콘텐츠사업에도 디지털 전환에 따른 경쟁력을 탑재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때문에 듀베티카 실패를 딛고 세르지오타키니와 빅토리콘텐츠를 인수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융전문가를 지주사 F&F홀딩스 대표로 영입하면서 기획·전략·재무 역량을 보강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F&F그룹 관계자는 "세르지오타키니는 내년 국내에 론칭할 목표로 인력 구성을 한창 진행 중"이라며 "올해 인수한 기업의 성장 전략 등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내용을 공개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