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이 이번 인사에서도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 기용하는 패턴을 이어갔다. 하나금융지주 CFO 자리는 수년째 계열사 사장을 배출하며 그룹 내 요직으로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지난 21일 관계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고 이후승 하나금융지주 부사장(CFO)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 후보로 추천했다.
이 부사장은 1992년 국민은행에 입행했고 1995년 보람은행으로 둥지를 옮겼다. 이후 보람은행이 하나은행과 합병하면서 '하나맨'이 됐다. 하나은행에서 비서실 비서팀장, 뉴욕지점 자금팀장, 경영지원실 부장, 그룹감사총괄을 역임했다. 2019년 하나은행 경영기획그룹장이 되면서 CFO 업무를 시작했고 2020년 6월엔 지주 CFO로 이동해 그룹 재무를 총괄했다.
이 부사장의 계열사 대표 영전은 예측 가능한 수순이었다. 그에 앞서 지주 CFO를 맡았던 임원 다수가 계열사 대표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지주 CFO의 계열사 CEO 이동이 하나의 인사 공식이 된 것이다.
지난 14일 차기 하나은행 행장 후보로 추천된 이승열 하나생명 대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대표는 2016년 하나은행 CFO로 취임해 3년 간 재직했다. 2019년 지주 CFO로 잠시 자리를 옮겼다가 2020~2021년 다시 하나은행 CFO를 맡았다. 지주와 은행 CFO로 도합 6년을 근무했다. 그는 올해 초 하나생명 대표로 취임한 데 이어 이번 인사에서는 하나은행장에 취임하며 함영주 회장 체제의 키맨으로 부상했다.
곽철승 전 하나에프앤아이 대표도 지주 CFO로 근무했다. 그는 2015년 지주 CFO에 취임했다. 당시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문제로 진통을 앓고 있었다. 통합추진단장을 맡았던 전임 CFO가 합병 지연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곽 전 대표가 CFO로 구원 등판했다. 그는 4년 간 지주 CFO로 재직하면서 양행 통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CFO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공로를 인정 받고 하나에프앤아이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주재중 전 하나생명 대표도 2013년 지주 CFO를 맡은 이력이 있다. 이후 하나생명 CFO로 자리를 옮겼다가 2018년 하나생명 대표로 승진했다. 통합추진단장 사퇴 후 금융권을 떠난 이우공 전 하나금융 부사장 정도를 제외하면 지난 10년 간 지주 CFO로 재직한 인물 모두 계열사 대표에 취임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