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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프로젝트'가 어렵지 않은 이유

'LG엔솔' 지분 활용 대규모 자금 확보 가능...현 보유 지분 가치 약 90조원

양도웅 기자  2022-12-19 16:47:19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2025년까지 10조원. 지난해 7월 LG화학 신학철 대표이사(부회장)가 밝힌 투자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친환경 소재와 배터리 소재, 바이오 사업에 각각 3조원, 6조원, 1조원을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이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발표 이후 올해 9월 말 현재까지 △태광산업과 세운 아크릴로니트릴 생산법인 '티엘케미칼' △영국 폐플라스틱 재활용 업체 '무라테크놀로지' △경북 구미에 설립한 양극재 생산법인 'LGBCM' △일본 도레이와 헝가리에 세운 분리막 생산법인 'LG Toray Hungary Battery Separator Kft.' △중국 리튬 생산업체 '천제리튬' △켐코와 설립한 전구체 생산법인 '한국전구체' 등에 약 1조원을 출자했다.



(출처=LG화학)

내년 1분기 안에 한화로 8000억원 안팎에 인수 예정인 미국 항암제 신약개발업체 '아베오' 건까지 포함하면, 발표한 지 만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지분투자와 인수합병(M&A) 투자만으로 계획의 20%를 달성하게 된다. 연구개발 투자까지 포함하면 달성률은 더 올라갈 것으로 풀이된다. 이대로 라면 당초 세운 목표를 초과달성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2조원대인 한 해 잉여현금흐름(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필수 설비투자금을 차감한 금액)의 4~5배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무리없이 추진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잘 키운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덕분이다.

LG화학은 올해 1월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는 과정에서 구주매출로 현금 2조5500억원을 확보했다. 이는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회사 잉여현금흐름보다 많은 규모이자, 그 무렵 회사가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보다 2배 이상 큰 규모였다.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시장 관심이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형 프로젝트를 계획할 수 있었던 셈이다.



(출처=LG화학 사업보고서)

투자 재원으로서 LG에너지솔루션의 역할은 지난 한 번에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LG화학은 에너지솔루션 지분 81.84%를 보유한 압도적 지위의 최대주주다. 19일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시가총액은 약 111조원이다. 이를 고려하면 LG화학의 지분가치는 대략 90조원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자회사의 손자회사 의무 지분보유율은 상장사의 경우 30%다. LG화학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는 '㈜LG→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이다.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지분 51.84%를 매각해도 지배구조 변동은 없다는 얘기다. 지분 51.84%의 현 가치는 57조원이 넘는다.

지금처럼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높은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분 50% 이상을 맞춘다고 가정해도 LG화학은 지분 31.84%를 매각할 여유가 있다. 해당 지분의 현 가치는 35조원이다. 35조원은 '10조원 프로젝트'를 최소 3회 이상 할 수 있는 규모다.

꼭 지분 매각이 아니더라도 LG에너지솔루션 주식에 대한 기업과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활용해 지분 맞교환 방식으로 특정 기업에 투자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네이버가 CJ대한통운과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이마트, 신세계인터내셔날 등과 잇따라 자기주식 교환으로 투자한 사례다.



(출처=한국거래소 및 LG에너지솔루션 사업보고서 등)

LG화학도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활용해 친환경 소재와 전지 소재, 바이오 분야의 기업과 '혈맹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잘 키운 자회사 하나 덕분에 투자 규모를 늘릴 수 있을 뿐 아니라 투자 방식 또한 다양화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아울러 향후 LG에너지솔루션이 지급할 배당금도 무시할 수 없는 투자 재원이다. 올해가 LG화학에서 물적분할된 지 3년차인 LG에너지솔루션은 아직 별도기준으로 순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북미를 포함한 주요 완성차 생산 국가에 배터리 생산법인을 세우는 게 현재 우선순위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배당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설령 배당이 이뤄지더라도 큰 규모를 기대하긴 힘들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회사의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 및 경영환경과 재무구조 등을 감안해 배당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올해 초 LG에너지솔루션이 공시한 향후 투자 규모만 10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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