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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막코리아 투자'로 깨달은 것

인수 후 3년 만에 매각...페라이트 아닌 다른 차량용 소재 개발에 '집중' 계기

양도웅 기자  2022-12-13 13:33:16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투자에는 실패가 있기 마련이다. 성공만 하는 투자자도, 순이익만 내는 포트폴리오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실패가 불가피하다면 그로부터 무엇을 배웠느냐가 중요하다. 많은 투자 구루가 실패보다는 배움을 강조하는 이유다.

최근 지분투자와 인수합병(M&A) 투자를 확대하는 LG화학에 뼈아픈 사례는 '우지막코리아'다. 2018년 회사는 우지막코리아 지분 100%를 230억원에 인수했다. 차량용 소재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일환이었다. 우지막코리아의 핵심 사업이 자동차 전자장치용 자석(페라이트)이다. 차량이 전동화되는 전기차 시대에 페라이트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투자였다.

그 당시 인수대금 230억원 가운데 절반 가량인 116억원이 영업권(웃돈)이었다. 그만큼 비싸게 샀다는 의미이기도 했지만, 바꿔 말하면 LG화학이 우지막코리아 성장성에 큰 기대를 걸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인수 이듬해인 2019년 LG화학은 영업권 116억원을 몽땅 손상 처리했다. 정해진 기간 내에 우지막코리아로부터 116억원을 회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또한 예상보다 회사의 성장성이 크지 않고 기업 본연의 가치보다 비싸게 샀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출처=LG화학 사업보고서 및 우지막코리아 감사보고서)

그도 그럴 것이 글로벌 페라이트 시장은 이미 일본과 중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우지막코리아가 빠른 시일 내에 그 벽을 뚫기엔 기술력과 생산능력 면에서 역부족이었다. LG화학의 판단 미스였다. 그럼에도 우지막코리아에 매년 자본을 수혈하면서 회사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애를 썼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추가로 출자한 규모만 340억원에 달한다.

인수 이후 3년간 인수대금보다 많은 돈을 추가로 지원했음에도 자산과 매출, 이익에서 모두 개선의 여지가 없자, LG화학은 결국 우지막코리아 지분 전량을 오르토닉에 매각한다. 인수한 지 만 3년도 되지 않은 2021년 7월이었다.

LG화학이 매각할 무렵 우지막코리아 자산은 2018년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어 있었다. 매출은 5배가량 늘었지만 순손실은 이보다 큰 7배가량 확대된 상황이었다. 투자 실패를 지적하는 여론이 적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매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지원이 불가피했던 점을 고려하면 매각과 시기 모두 적절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후 양사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LG화학은 우지막코리아 인수 때 관심이 있었던 페라이트를 포함한 차량용 소재 사업보다는 배터리와 친환경 소재, 바이오, 리사이클링 사업을 키우기 위해 잇딴 투자를 하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M&A 투자가 될 아베오도 항암제 개발업체다. 2020년만 해도 부사장급이 책임자였던 자동차소재사업부도 현재 첨단소재사업본부로 통합됐다. 변화가 있었던 셈이다.



(출처=LG화학 사업보고서)

업계 관계자는 "모든 투자가 성공하긴 어렵다"며 "LG화학은 우지막코리아를 매각하면서 페라이트 사업에 대한 관심이 줄었지만 차량용 소재 사업은 여전히 활발하게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LG화학은 현재 철보다 강하고 알루미늄보다 가벼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와 재활용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소재 등을 개발하고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두 소재는 모두 자동차에 쓰이는데, 페라이트처럼 낯선 영역은 아니다. 차량 경량화와 친환경과 관련 있다는 점에서 회사의 현 미래 전략과도 부합한다.

우지막코리아도 오르토닉에 인수된 직후 '기계가공, 플라스틱 부품 및 전장품'이라는 사업목적을 추가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존 페라이트 사업을 지속하지만, 이 사업에만 의지하기에는 조직을 지속하기에는 어렵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를 보면 LG화학의 매각은 적절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LG화학 관계자는 “회사는 현재 친환경 소재, 배터리 소재, 글로벌 신약 등 3대 신성장 동력 육성에 투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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