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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투자' 아베오, 현재와 미래는

팜한농 때보다 최소 수십억원 더 투자...운영·연구개발비 지속 확보 과제

양도웅 기자  2022-12-08 16:48:16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LG화학이 미국 나스닥 상장사이자 암 치료제 개발사인 아베오 인수에 투입하는 돈은 5억6600만달러다. 8일 현재 원달러 환율 1321원으로 환산하면 약 7476억원이다. 취득 대상은 아베오 지분 100%다. 예정대로 내년 1분기 내 인수가 완료되면 LG화학은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곳을 인수한 기업이 된다.

아베오 인수는 LG화학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다. 이전까지는 2016년 농약 제조·판매 업체인 팜한농 투자가 최대 규모였다. 당시 회사는 팜한농 지분 100% 인수를 위해 7245억원을 투입했다(신주 인수 포함). 이렇게 보면 LG화학은 신사업 진출 필요성이 발생할 때마다 인수합병(M&A) 카드를 과감하게 꺼내들고 있다.




◇프리미엄 43% 붙여 아베오 인수...높은 유동비율과 현금 비중 장점

팜한농 인수 때 LG화학이 부담한 영업권(웃돈)은 868억원이었다. 여기에 인수 직후 유상증자로 3000억원을 투입한 점까지 고려하면 실제 기업가치의 2배 가격을 주고 인수한 것과 다름없다. 2016년 사업보고서에서 회사는 순자산 공정가치(실제 기업가치)를 3376억원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은 아베오 인수에도 적지 않은 영업권을 부담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가 책정한 아베오 주당 가격은 15달러로, 이는 10월18일 인수 발표가 나온 전날 주가 10.48달러에 프리미엄 43%를 붙인 것이다. 실제 기업가치를 가리키는 순자산 공정가치는 인수 이후 실사를 통해 정확히 파악되겠지만 이 점을 보면 많은 웃돈을 주는 셈이다.

긍정적인 점이 있다면 아베오 전체 자산에서 현금및현금성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자산 1억123만달러(1335억원) 가운데 7739만달러가 현금및현금성자산으로 비율로는 77%다. 유동비율도 200%가 넘는다.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부채보다 2배 이상 많다는 의미다. 단 최근 3년래 최저치라는 점은 향후 LG화학의 개선 과제다.

고환율로 달러를 활용한 투자 시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때에 43%의 프리미엄까지 붙여 아베오 인수에 나선 건 무엇보다 2021년 FDA 허가를 받은 신장암 치료제 포티브다(FOTIVDA)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존 치료제보다 뛰어난 효과를 보이면서 관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출처=미국 증권거래위원회 등)

◇신장암 치료제 '포티브다'로 성장성 확실...추가 출자 불가피

포티브다 덕분에 아베오의 성장세는 탄력이 붙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7배 가량 증가한 4229만달러를 기록했고, 올해 3분기까지 올린 매출은 7667만달러로 이미 지난해 매출을 2배 가까이 뛰어넘었다. 매출은 기업의 성장성을 판단하는 대표적인 척도다. 아베오의 성장성은 의심하기 어렵다.

또한 고무적인 건 올해 3분기에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양(+)으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약 20만달러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사업으로 실제 빠져나가는 돈보다 들어오는 돈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돈 먹는 하마'로 불릴 정도로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숱한 연구개발 성과에도 사업화에 실패한 점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성장 가도에 들어선 것이다.

그럼에도 인수 이후 빠른 시일 내에 추가 출자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랜 순손실로 자본이 꾸준히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말 아베오 자본은 2884만달러로 지난해 말 4587만달러와 비교해 37% 줄어들었다. 자본이 주는 상황에서 운영자금과 연구개발비도 부채로 충당한 탓에 부채비율은 이 기간 130%에서 251%로 악화했다.

또한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 구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인수가 이뤄지기 때문에, 아베오가 받는 돈은 '0원'이다. 포티브다 개발 이후 아베오는 현재 두경부암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신약후보 물질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연구개발비로 3355만달러를 썼는데 이는 전년동기 대비 66% 증가한 규모다.

양으로 전환됐다지만 아직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풍부하지 않고, 현금및현금성자산이 많다지만 부채를 갚고 나면 한 해 연구개발비에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운영자금과 연구개발비 확보를 위해서는 과거 팜한농에 그랬던 것처럼 인수 이후 유상증자 통한 추가 출자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출처=미국 증권거래위원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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