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드래곤은 그간 당기순이익에 영업활동현금흐름(CFO)이 못 미치는 드문 기업으로 꼽혔다. 매출원가로 반영되기 전에 현금부터 먼저 빠져나가는 드라마 제작비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투자 속도를 조절하면서 영업현금흐름도 개선세로 돌아섰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올 3월 말 ‘건설중인 자산’ 규모가 연결 기준 186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2218억원이었는데 350억원가량 줄었다. 콘텐츠 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 재무제표에서 '건설중인 자산'은 아직 제작 중인 드라마나 예능 등을 뜻한다.
드라마 제작비는 제작 과정에서 바로 충당되지 않는다. 투입된 원가 가운데 일부는 우선 건설중인 자산으로 처리되며 제작을 끝내면 판권으로 인식한다. 올해 건설중인 자산이 대폭 줄어든 이유는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드라마 <눈물의 여왕>이 3월부터 방영됐기 때문이다. 건설중인 자산에서 850억원 규모가 판권으로 대체됐다.
판권은 무형자산이므로 감가상각을 거쳐야 하고 상각 이후 매출원가로 바뀐다. 스튜디오드래곤의 경우 올 1분기 매출원가 1634억원 중에서 493억원이 무형자산 상각비, 906억원이 제작원가로 반영됐다. 매출원가 대부분이 무형자산 상각비와 제작원가였던 셈이다. 상각비가 발생하면 순이익이 줄어들지만 실제 현금이 빠져나가진 않는다.
반대로 ‘판권의 증가’와 ‘선급금의 증가’는 실제 현금 지출이 있었다는 뜻이다. 판권의 증가는 판권 확보에 그만큼 돈을 썼다는 의미고 선급금은 드라마 제작과 관련해 지급한 계약금 등을 포함한다. 스튜디오드래곤은 판권의 증가와 선급금의 증가를 모두 영업현금흐름에서 차감하고 있다. 이 금액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콘텐츠 투자가 활발하다는 얘긴데, 최근 스튜디오드래곤 현금흐름을 살피면 투자 기조에 변화가 엿보인다.
스튜디오드래곤은 2022년 부쩍 공격적으로 투자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비교적 신중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실제로 판권 증가 규모가 원래 1000억~1300억원 규모를 오가다가 2022년 1954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1615억원을 기록,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올해 역시 1분기 말 판권 증가액이 9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86억원) 대비 더 줄었다.
선급금 증가 규모도 비슷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2021년 315억원이었는데 2022년 815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는 오히려 선급금이 108억원 감소했다. 올 1분기에도 3개월간 17억원 늘어 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소소한 수준에 그쳤다.
스튜디오드래곤의 영업현금흐름이 개선 추세인 것도 제작비 부담이 완화한 것과 무관치 않다. 스튜디오드래곤은 그간 순이익이 늘어나는데도 현금흐름은 오히려 나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2020년(52억원)을 제외하면 영업현금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2022년엔 순이익이 처음으로 500억원을 넘겼는데도 영업현금은 역대 최저 수준인 -629억원까지 내려갔다. 그 해 판권 확보를 위해 2000억에 가까운 돈을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 규모가 줄어들면서 지난해는 영업현금이 플러스(+)로 전환, 올해 역시 개선세가 이어졌다. 전년 1분기 대비 순이익이 200억원가량 늘어난 데다 판권과 선급금 증가 규모가 90억원 이상 축소된 덕분이다. 올 3월 말 기준 스튜디오드래곤의 영업현금은 45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50억원 늘면서 흑자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