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개척을 위해 수년간 상당액을 시설투자(CAPEX)에 쏟아왔다. 곳간이 휘청이는 것을 감내하면서 액정표시장치(LCD)를 대체할 차세대 신기술과 시장 선점을 위해 돌진했다.
다만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내에 투자하겠다는 CAPEX 기준을 올해는 감가상각비 내로 바꿨다. 내년에는 EBITDA 기준으로 투자하되 증설 등 신규설비 매입은 감가상각비의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업황이 악화되자 지갑을 닫고 재무건전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OLED 증설에 전력 쏟던 LGD, 연속된 적자에 투자감축 결정
LG디스플레이의 3분기까지 현금흐름표 기준 CAPEX는 3조4247억원으로 전년 한해(2조6043억원) 수준을 넘었다. 파주사업장의 6세대(1500㎜×1850㎜) 중소형 OLED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3년간(2021년 8월 13일~2024년 3월 31일) 3조3000억원을 투입하는 중장기 시설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대형 OLED 시장을 석권한 LG디스플레이는 LCD 가격폭락에 따른 적자 부담에도 중소형 OLED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문제는 회사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여의치 않다. 지난 2분기 488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2020년 2분기 이후 8분기만에 적자를 낸 데 이어 3분기에도 7593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LG디스플레이 매출의 절반이 넘는 LCD의 글로벌 판매가격이 떨어지면서 마진이 그만큼 감소한 탓이다. 전 세계 TV·IT기기 수요가 줄면서 세트업체들이 LCD 구매를 줄이자 시장은 공급과잉 상태로 바뀌었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해 LCD TV 출구 전략을 앞당긴다. 국내 7세대 TV 생산 종료를 6개월에서 1년 앞당기고 중국 생산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유사한 시점에 8세대도 생산량을 많이 축소할 예정이다.
이는 투자 효율화로 이어진다. 올해 CAPEX를 연초 계획 대비 1조원 이상 축소시켜 감가상각비 수준에서 집행할 예정이다. 작년에 CAPEX를 EBITDA 내에 집행하겠다며 제시한 기준이 감가상각비로 바뀌었다.
◇기존 시설 보수 등 필수 경상투자만 집행 계획
기업들의 CAPEX 전략을 보면 어느 기준을 세우느냐에 따라 행보가 갈린다. 어떤 기업은 영업활동현금흐름 내, 또는 EBITDA 내를 기준으로 세운다. 자체적으로 벌어들이는 영업현금 내에서 투자지출 규모를 맞추는 격이다.
반면 감가상각비 내로 한다는 것은 당분간 필수 경상투자만 집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설투자를 통해 설비와 공장 등 유형자산이 대거 늘어난 경우 이듬해부터 감가상각이 시작된다. 이를 보수하는 차원의 투자만 진행한다는 뜻이다.
LG디스플레이로선 쌓이는 재고와 투자·운영비용 최소화를 위해 결국 CAPEX 축소를 추진해야 할 상황이다. 재무건전성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내년 이후에도 필수 경상투자를 중심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CAPEX는 EBITDA 내로 집행하되 신규설비 매입 등 발주는 감가상각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등 전략을 재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고강도 사업구조 재편과 동시에 재고수준도 최소화할 방침이다. 3분기 말 재고가 전분기 대비 소폭 감소한 4조5000억원이나 연말까지 1조원 이상을 추가 축소하고 생산 역시 이와 연동해 과감하게 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