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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EX 톺아보기

삼성전기, MLCC→패키지 기판으로 투자 축 선회

패키지솔루션 CAPEX 급증, 컴포넌트 추월…핫산 '반도체 기판' 과감 투자

원충희 기자  2022-11-23 11:03:33
삼성전기를 그간 이끌어온 곳은 적층세라믹캐퍼시티(MLCC)를 위시로 한 컴포넌트사업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요 수익원인 만큼 시설투자(CAPEX) 규모도 가장 크다. 첨단 전자제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부품이라 생산능력(CAPA) 확충에 상당액을 쏟았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기류가 달라졌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에 초점을 맞추며 패키지솔루션사업부에 거액을 쏟아 붓고 있다. 반도체가 메인보드에 있는 여러 부품과 전기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패키지기판은 글로벌 IT기업들의 수주가 기대되는 분야다.

◇올해 컴포넌트사업부 CAPEX 감소, MLCC 판매 위축

기업 경영에서 CAPEX는 그 회사가 어느 분야를 육성하고 어떤 업종에 캐파를 확충하는데 많은 돈을 쓰느냐를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삼성전기의 총아는 컴포넌트사업부다. MLCC 등 수동소자를 생산하는 컴포넌트사업부는 그동안 가장 많은 매출과 수익성을 안겨준 분야다.

MLCC(Multi-layer Ceramic Capacitors)는 전기를 보관했다가 일정량씩 내보내는 '댐'의 역할을 하는 초소형 부품이다.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조절하고 부품 간 전자파 간섭현상을 막아준다. 크기는 좁쌀보다 작지만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쌀 정도로 고부가 제품이다.

쌀 한 톨 크기의 250분의 1, 즉 0.3mm의 얇은 두께의 내부에 최대한 얇게 많은 층을 쌓아야 많은 전기를 축적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력이 중요한 분야다. 현재 MLCC를 제조·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서 몇 손에 꼽히는데 삼성전기의 시장점유율은 25%대로 2위 수준이다.



이런 위상을 가진 컴포넌트사업부인 만큼 CAPEX가 집중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2019년 전체 시설투자 1조1471억원 가운데 66%(7579억원)가 컴포넌트사업부에 투입됐다. 이후 2020년에는 4190억원, 지난해 5091억원 등 전체 CAPEX의 절반 이상을 컴포넌트사업부에 쏟았다.

다만 올 3분기까지는 2929억원에 그쳤다. 4분기에 얼마나 투자할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MLCC 재고가 쌓이면서 컴포넌트사업부의 재고자산이 1조2235억원으로 전년 말(1조57억원)대비 급증한 점을 감안, 시설보수 외에는 캐파를 대폭 확충할 유인이 적은 것으로 관측된다.

◇애플도 눈독 들이는 FC-BGA에 1.9조 공격 투자

컴포넌트사업부와 반대로 올해 CAPEX가 대폭 늘어난 곳은 패키지솔루션사업부다. 패키지솔루션사업부의 전신인 기판사업부는 2014~2018년 5년간 누적 적자가 3865억원에 달하면서 2015년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간 곳이었다.

고부가 사업인 반도체 패키지 기판만 남기고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과 스마트폰 메인기판(HDI) 사업을 정리했다. 중국 현지 쿤샨법인( Kunshan Samsung Electro-Mechanics Co., Ltd.)을 청산하면서 해외 생산기지도 과감하게 쳐냈다.

2019년 영업부문 흑자를 기록하면서 전환점을 잡은 뒤 반등세를 보였다. CAPEX 역시 점차 늘기 시작했다. 2019년 620억원에서 2020년 1455억원, 지난해 2229억원을 기록했다가 올 3분기까지 4359억원으로 전년 수준을 이미 뛰어넘었다. 컴포넌트사업부의 CAPEX를 추월했다.

삼성전기가 패키지솔루션에 CAPEX를 쏟는 배경에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성능 반도체를 쓰는 서버나 PC, 자율주행 등 미래차량 부품으로 선호되는 '플립칩 볼그레이드어레이(FC-BGA)'가 핵심이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반도체가 메인보드에 있는 여러 부품과 전기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부품이다. FC-BGA의 경우 그 중에서도 고난이도 제품인데 선 대신 작은 볼을 활용해 고밀도 반도체 대응이 가능토록 됐다. 반도체에서 신호가 오가는 부분을 공(Ball) 모양으로 배열(Array)해 반도체 칩과 기판을 연결한다.

삼성전기는 최근 애플에도 FC-BGA을 공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다. 끊임없는 러브콜에 대비해 삼성전기는 기술력 고도화와 동시에 캐파 확대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베트남 생산법인에 1조3000억원, 올 3월 부산사업장에 3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패키지기판 투자를 발표했다. 이어 6월에 약 3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반도체 패키지기판에 투입되는 금액만 1조900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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