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는 유럽 경기둔화에 따른 전기자동차 수요 부진 우려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사업이 호조를 보였다. 덕분에 배터리를 담당하는 에너지솔루션 부문의 영업이익은 9000억원에 육박하면서 전체의 67.9%까지 확대됐다.
그보다 더 많은 1조6000억원의 돈이 시설투자(CAPEX)에 들어갔다. 전자재료 부문의 CAPEX가 전년보다 감소한 253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아직까지는 전자재료에서 번 돈의 상당액이 배터리 생산능력(CAPA) 확충에 투입됐다는 뜻이다.
◇BMW·아우디·리비안 등 고객사향 매출 증가로 호실적
삼성SDI는 BMW과 아우디(Audi) 등 주요 고객사향 배터리 출하가 늘고 원료 값 상승에 따른 판가인상 영향으로 중대형전지 부문이 호조를 이뤘다. 젠5(Gen.5) 등 고수익성 제품군 매출 비중이 확대되면서 영업이익률도 개선됐다.
매출의 41%를 차지하는 소형전지 또한 우려됐던 전동공구 부문이 하이엔드 제품 비중을 늘리며 선방했다. 전동공구 시장의 성장이 둔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초고출력 제품 중심으로 매출이 견조했다.
또 주력 고객사 리비안(Rivian)의 생산량 확대로 원형전지 내 매출 비중이 30% 후반까지 상승했다. 이는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덕분에 에너지솔루션 부문 영업이익률은 3분기 누적기준 8.2%로 전년 동기(5.3%)대비 상향됐으며 전체 영업이익률 역시 7.3%에서 9.3%로 올랐다.
에너지솔루션 부문의 매출은 12조224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6.3%, 영업이익은 8947억원으로 67.9%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각각 80.5%, 52.1%인 점과 비교하면 매출 향상보다 수익성 제고가 더 돋보인다.
삼성SDI는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분기 최고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수년간 삼성SDI 수익성의 발목을 잡았던 중대형전지 사업이 흑자궤도로 돌아서면서 에너지솔루션 부문은 명실상부 회사를 이끄는 주력사업으로 안착했다.
◇전자재료 부문 이익도 에너지솔루션 시설투자에 투입
삼성SDI가 1~3분기 동안 에너지솔루션 부문에 지출한 CAPEX는 1조6521억원으로 작년 동기(1조1286억원)대비 46.3% 늘었다. 캐파 확충과 설비 증설에 영업이익을 훨씬 웃도는 규모의 돈을 쏟아 부은 셈이다.
삼성SDI는 경쟁사 대비 캐파 경쟁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지 않고 수익성 위주 경영을 고수하고 있다. 공격적인 중대형전지의 투자보다 핵심 고객(BMW, 리비안)내 안정적인 점유율 유지, 젠5 등 니켈 비중을 늘려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고부가 배터리 등으로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경쟁사 대비 높은 영업이익률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CAPEX는 아직 영업이익을 웃도는 수준이다. 3분기 말 4225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전자재료 부문의 경우 CAPEX가 2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69억원)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 즉 에너지솔루션에 투입된 CAPEX에는 전자재료 부문에서 벌어들인 돈도 포함돼 있다는 의미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현지 완성차 제조사들과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SDI는 아직 스텔란티스(Stellantis)와 손잡고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북미에 배터리공장(33GWh 규모)을 건설하기로 했다.
다만 최근 GM과의 협력설이 솔솔 나오는 등 또 다른 신규 완성차 업체와의 조인트벤처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에너지솔루션 부문의 영업이익을 상회하는 수준의 CAPEX가 당분간 계속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