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HMM의 지분 매각을 고려하는 배경이 한국전력공사의 대규모 적자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전의 적자 탓에 산은의 BIS 비율이 국제 규제 기준인 13%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고 이에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HMM 지분 유동화' 카드를 꺼냈다. 다만 경영권을 넘기는 지분 전량 매각이 아닌 소수 지분 매각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금융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산은은 최근 HMM 지분의 일부 매각을 위해 시장 상황에 나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전의 대규모 적자 탓에 산은의 유동성 확보 전략의 일환으로 HMM 지분의 일부 매각을 검토 중"이라면서 "경영권을 민간 사업자에게 넘기는 전량 매각은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산은이 HMM 지분 일부 매각을 고려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BIS 자기자본비율 때문으로 보인다. 한전의 최대주주는 지분 32.9%를 보유한 산은으로, 한전의 실적은 곧바로 산은의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된다. 한전의 올해 3분기 연결 누적 손실은 21조8342억원으로 한전의 BIS비율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
지난 달 강석훈 산은 회장은 국정감사에서 "한전의 1조원 손실은 산은의 BIS 비율을 약 0.06%포인트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전의 적자가 불어나면 시장 안정화 역할을 해야 하는 산은의 기업 지원 여력이 상당 부분 감소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자본건전성 국제지표 기준인 바젤III는 주요 은행이 BIS 비율을 13%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산은의 BIS 비율은 14.9%였다. 강 회장의 말대로면 한전의 대규모 손실로 인해 BIS 비율 13% 선 방어가 어려워졌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산은을 비롯해 국책은행들의 채권 발행도 녹록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경색을 막기 위해 산업금융채(산금채)나 중소기업금융채(중금채) 발행을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최대주주 지위를 민간 업체에 넘기는 지분 전량 매각은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HMM의 현 관리 주체는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로 지분 매각을 통한 '새 주인 찾기'를 산은이 단독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구조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권이 넘어가는 전량 지분 매각이 아닌 부분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산은에 이어 해진공이 지분 19.96%를 보유해 2대 주주다. 만약 산은이 지분 일부 매각에 나설 경우 해진공이 HMM의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은은 HMM 매각과 관련해 시장 상황을 파악한 사실은 있으나 BIS 비율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