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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 발행 한도 2배→8~10배…한전의 '고육지책'

여야 모두 필요성 공감, 이르면 12월 초 개정안 통과될 듯

박기수 기자  2022-11-01 16:33:07
자금시장의 블랙홀로 여겨지는 한전채를 둔 정·재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전력 입장에서는 사채 발행 한도 조정을 통해 필요 자금을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최근 경색된 자금시장 상황을 더욱 경색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모두 필요성 공감…22일 소위원회 개최

현 한전법 상 한전은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값의 2배까지만 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다만 최근 막대한 규모의 사채 발행으로 이 한도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발행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한전채 발행 한도 상향 필요성은 여야 모두 공감하는 추세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은 9월 30일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제출했다. 한국전력의 사채 발행액을 '자본금+적립금'의 2배에서 10배로 개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 10배 이상의 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도 10월 14일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에서 8배로 개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안했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되지 못해 한전이 사채 발행을 못하게 될 경우 파산하는 경우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연내에 통과가 돼야 한다고 본다"라면서 "양당 간사가 합의할 경우 긴급 상정 법안이 돼 보다 빠른 통과가 가능하고 이에 대한 필요성은 간사실에서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법 개정 관련 협의가 이뤄질 수 있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달 22일 열린다. 상임위를 통과하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 과정을 거친다. 본회의에서 의결이 될 경우 국무회의로 이송돼 최종 의결을 거쳐 개정안이 공포된다. 시기는 빠르면 내달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유동성 경색·재무건전성 악화 '우려'

한전채 발행 한도 상향은 한전에게는 고육지책이자 자본시장에는 '민폐'로 여겨진다. 시장 일각에서는 최근 단기자금시장 경색 파장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 이유 중 하나를 한전채를 꼽힌다. 초우량 등급(AAA)으로 쏟아진 한전채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시장 내 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다.

올해 한전이 발행한 회사채는 작년의 약 2.28배인 23조4900억원이다. 한전채 발행 한도가 현행보다 8~10배 이상 늘어날 경우 내년부터 초우량 등급의 한전채가 더 많이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채권 발행으로 공기업 재무건전성 악화 문제도 우려스러운 점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한전의 연결 총차입금은 100조원을 넘어섰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299%, 46.9%다. 2020년 말까지만 해도 이 두 수치는 각각 187.5%, 36.6%이었다.

정부와 한전 모두 이와 같은 우려에 대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 관계자는 "해외채권을 발행하거나 은행 차입 등 다양한 재원 마련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한전채 문제에 대해 조만간 정부의 입장 표명이 있을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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