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에서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주력 계열사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각각 부사장과 전무로 승진했다. 지주사 체제 전환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승진은 그만큼 재무에 힘을 싣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10일 부사장 4명, 전무 6명을 포함한 승진 30명, 전보 22명 등 총 52명에 대한 2023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현대백화점의 민왕일 경영지원본부장이 전무에서 부사장, 현대그린푸드의 이진원 경영지원실장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앞서 두 계열사는 각각 투자부문(지주회사)과 사업부문(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는 지주사 체제 전환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년 2월 예정된 임시주총을 거쳐 인적분할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인적분할 이후 지주사가 되는 현대백화점홀딩스와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핵심 계열사를 종속기업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그룹은 교환공개매수를 통한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지주사 체제 전환을 단계에 맞춰 순조롭게 수행해나가기 위한 차원에서 현 CFO의 직급을 한 단계 높일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현대백화점그룹의 기획조정본부가 위치한 계열사 현대백화점의 CFO는 이번 승진으로 사장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현대백화점의 CFO인 민 부사장(
사진)은 1968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93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했다. 이후 경영지원본부에서 회계·재경담당을 거쳐 2019년 경영전략실장으로 활동했다. 현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선임된 건 2020년이다.
2020년 현대백화점은 코로나19 위기를 맞이하면서 안정적인 재무관리가 필요한 시기였다. 당시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 현대백화점그룹은 계열사에 위기 극복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정지선 회장도 "비상(非常)이 일상이 됐다"며 신년사를 통해 혁신성장을 주문했다.
이를 보면 민 부사장은 안정적인 재무관리와 함께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자금조달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만 했다. 다행히 지난해 2월 개점한 여의도 '더현대 서울'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실적이 개선됐고 부채비율도 안정선을 유지했다.
물론 백화점·아울렛 신규 출점 등 대규모 투자를 위한 차입으로 부채비율은 이전에 비해 상승했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66.2%로 51.3%를 기록한 2019년에 비해 14.9%포인트 올랐다. 다만 보수적 재무기조를 유지해온 덕분에 재무적 타격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가운데 현대백화점은 올해 5월 글로벌 시장 진출과 온라인 사업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가구제조업체인 지누스 지분 35.82%를 879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자금은 대부분 레버리지를 일으켜 조달했다. 이러한 인수합병(M&A) 전략을 재무에서 뒷받침한 이가 민 부사장이다.
민 부사장의 승진과 함께 현대그린푸드의 이 상무(
사진)도 이번 인사를 통해 전무로 승진한다. 이 둘은 현대백화점그룹에서 경력을 쌓은 순혈 인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외부 인사 영입에 보수적인 현대백화점그룹의 기조가 재무 조직에도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1966년생인 이 전무는 성균관대 회계학과를 졸업했고 2014년 한무쇼핑 관리담당, 2017년 현대백화점 미아점장, 2018년 현대리바트 운영지원사업부장을 거쳐 2020년부터 현대그린푸드 CFO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그는 2020년 하반기 자체 현금을 활용해 복지몰 운영업체인 현대이지웰(옛 이지웰) 지분 28.26%를 1250억원에 인수하는 성과를 거둔 적이 있다. 물론 M&A전략은 현대백화점그룹에서 최종 판단을 내렸지만 이를 현대그린푸드에서 현실화시킨 임원이 이 전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전문성과 추진력을 두루 갖춘 인재를 대거 중용해 차세대 리더를 각 계열사의 핵심 포지션에 전진 배치한 게 이번 인사의 특징"이라며 "그룹의 미래 혁신과 지속 성장을 준비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