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사람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 하는 일을 새롭게 하기 위해, 못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잘하는 일은 더 잘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현재 발 딛고 있는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이 리크루팅(채용) 활동에 있다. 더벨이 기업의 재무조직과 관련된 리크루팅 활동과 의미를 짚어본다.
기업이 성장하고 몸집을 키우면서 기업공개(IPO)를 하게 되면 기업설명회(IR)나 주가관리 등 재무조직의 할 일이 늘어난다. 내부의 기업 관련 숫자를 외부 투자자들에게도 공유하는 동시에 우군으로 끌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위상이 높아지는 동시에 의무도 급증한다. 특히 기업집단현황 공시 등 다양한 공시의무가 부과되고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 이익 제공(사익편취) 금지 등 법적인 규정도 적용받게 된다. 이에 대기업 반열에 든 업체가 바로 들어가는 작업이 법무팀 등을 통해 내부 컴플라이언스 등을 정리하는 것이다.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몸집을 불린 크래프톤은 최근 1년 안팎으로 이 두 가지 큰 변화를 한꺼번에 겪었다. 특히 재무조직과 법무조직이 함께 붙어있어 그룹 수장인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어깨에 힘이 실렸다. 늘어난 업무에 조직 인원 확충도 필수적인 상황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최근 CFO 산하 법무팀, 회계팀 등 조직에서 충원하고 있다. 크래프톤 법무 조직인 Legal팀에선 변호사자격증을 소지한 10년차 이상의 시니어 변호사와 3~8년차 주니어 변호사를 찾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관심이 큰 만큼 영어 커뮤니케이션이 자유로운 인력을 선호한다.
이들은 모두 규제(Regulatory) 담당 인력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시니어의 경우 10년 이상 주요 로펌 또는 기업의 사내변호사로서 규제 분야 업무경험 보유가 필수요건이다. 게임을 비롯해 기술·미디어·정보통신(TMT), 개인정보, 핀테크, 가상자산, 소비자보호, 인사(HR) 등 규제 관련 대관업무 경험을 포함한다.
구체적으로 담당 업무는 △규제위반 리스크 확인, 대응전략 수립 및 대안 제시 △규제기관의 질의 및 자료 제출요청에 대한 대응 △게임·IT 업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법집행 트렌드 및 관련 학술 동향 파악, 회사의 사업활동에 대한 관련도 분석 △회사 외부 변호사와의 협업 및 관리 등이다.
회사 측은 "전통적인 사내 법무 업무가 아닌, 게임산업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한 법률적 토대를 마련하는 업무"라고 설명했다.
앞서 크래프톤은 올해 5월1일부로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위는 기업 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기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데, IPO로 인한 공모자금 유입과 매출 증가 등으로 크래프톤 공정자산총액이 6조2920억원을 기록했다. 2007년 설립된 블루홀을 전신으로 한 크래프톤이 출범 15년만에 대기업 반열에 올라선 셈이다.
공시의무 등 각종 규제가 생기면서 새로 뽑는 Legal팀 변호사들은 이를 대응할 로드맵을 짜게 될 것으로 보인다. Legal팀은 현재 재무조직(Finance Division) 산하에 소속돼있다. 책임파트너(VP)인 배동근 이사는 JP모건 투자은행(IB)본부장에서 2018년 크래프톤 CFO으로 스카웃돼 지난해 8월 IPO를 총괄·진행했다.
당시 IPO에서 크래프톤은 총 4조3098억원 공모에 성공했다. 하지만 주가는 작년 11월 60만원 가까이 최고가를 찍은 뒤 신작 부진 등 영향으로 20만원 안팎으로 곤두박질쳤다. 공모가 49만8000원에 우리사주를 취득한 직원들도 절반 넘는 손실을 입으면서 주가관리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최근 별도회계팀, 자금 담당 등 재무 관련 인력도 충원하면서 배 이사 산하 재무조직을 확충하고 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지난해 IPO와 올해 대기업집단 진입으로 확장기에 들어섰다"며 "법적 규제 영역과 주가관리 등에도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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