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폭등 등 악조건 속에서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은 견조했다. 대한항공은 상반기 말 연결 영업이익으로 1조5134억원을, 아시아나항공은 283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대한항공은 영업이익이 5배 이상 증가했고, 아시아나항공은 흑자로 전환했다.
두 항공사가 영업 흑자를 기록했던 배경은 항공화물 사업 덕이다. 항공화물사업은 여객기의 밸리(Belly)에 짐을 실어 나르는 수송 방식으로 이뤄진다.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줄자 여객 운항 횟수도 줄어들었고, 이는 곧 항공화물시장에서 초과수요 현상으로 이어졌다. 팬데믹 발발 이후 오히려 화물 사업의 수혜를 입은 항공사들이 역대급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문제는 저비용항공사(LCC) 들이다. 국내 대표 LCC인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은 화물 사업이 없다. 오로지 여객 사업으로만 먹고 사는 LCC들은 팬데믹으로 치명타를 입고 최근 환율 폭등으로 재무적인 타격까지 입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중 올해 상반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을 낸 항공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순손익으로 봐도 모두 적자다. 에어서울 역시 올해 상반기 37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LCC의 영업 현실은 항공기 가동률에서 드러난다. 단적으로 제주항공의 경우 올해 2분기 보유 항공기 39대중 항공기 가동률은 4.7시간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기 전 2018년에는 같은 기간 13.6시간을 가동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처럼 화물 사업 등 여객 외 이렇다 할 현금창출구가 없다 보니 '강달러' 충격이 재무제표로 그대로 흡수됐다. 환율 상승으로 보유 외화부채의 평가액이 불어나면서 대규모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했다. 이 손실 분은 순손실로 인식돼 자본을 잠식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제주항공은 올해 상반기 외화환산이익으로 53억원을 기록했다. 외화환산손실은 4배 이상인 260억원을 기록했다. 티웨이항공은 외화환산이익으로 253억원을 기록했지만 손실로는 2배가량인 520억원을 기록했다. 진에어 역시 외화환산손실로 224억원을 기록하면서 환산이익보다 약 6배 많은 금액을 기록했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에어부산은 상반기 외화환산손실로 무려 725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기록한 외화환산이익은 28억원에 불과하다. 에어서울 역시 외화환산손실로 213억원을 기록했지만, 이익으로는 12억원만을 기록했다.
환율 타격의 결과는 이미 드러났다. 제주·진에어·티웨이·에어부산·에어서울 중 올해 상반기 말 자본잠식 상태인 곳은 총 3곳(△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이다. 티웨이항공은 부분자본잠식(자본잠식률 7.6%) 상태고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에어부산은 무상감자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강달러' 현상으로 인한 추가적인 재무구조 훼손이 불가피하다. 2분기 말 시점의 마감환율 대비 현 시점 환율이 더 상승하면서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1400원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LCC들 대부분이 완전자본잠식 상황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라면서 "화물 사업이 없는 LCC 업체들의 한계"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