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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지주사 전환

계열분리 대신 인적분할 택한 까닭은

'백화점·그린푸드' 지분 맞교환 재무 부담 커, 지배력 강화 후 홀로서기 관측

김규희 기자  2022-10-04 16:02:38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장남-백화점·유통부문, 차남-비백화점부문으로 나뉘어있는 경영구도에 따라 계열 분리에 나설 것으로 관측됐지만 결국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을 택했다.

시장에서는 오너일가 보유 지분을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당장 계열 분리를 위한 지분 맞교환에 나설 경우 정지선 회장의 금전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재계는 오너일가가 그룹 지배력을 강화한 뒤 중장기간 계열 분리를 모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중심으로 한 지주사 체제 전환을 공식화했다. 현대백화점홀딩스와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지주사가 되어 각각 현대백화점·한무쇼핑, 현대리바트·현대에버다임 등을 자회사로 두는 형태다.

각 지주사는 자회사 관리와 신규 사업 투자를 담당하고 사업회사는 영위하던 사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제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지배구조 변화는 어느정도 예상된 일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장남인 정 회장이 현대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유통 부문을, 차남인 정교선 부회장이 현대그린푸드를 중심으로 한 식품, 비유통 부문을 이끌고 있는데 독립 경영 체제를 위한 계열 분리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았다.

재계에서 오너제체 아래 핵심 계열사가 성장하게 되면 승계 일환으로 별도법인으로 분리하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계열 분리가 이뤄지게 되면 대기업 집단 지정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백화점그룹이 당장 계열분리 대신 지주사 체제 전환을 택한 건 정 회장 형제가 보유 중인 지분가치 차이가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 회장이 갖고 있는 현대그린푸드 주식과 현대그린푸드가 소유한 현대백화점 주식을 맞교환 할 경우 정 회장이 상당한 금전적 부담을 져야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 회장이 가진 현대그린푸드 지분 12.7%(1238만여주)는 16일 종가 기준으로 907억원이지만 현대그린푸드의 현대백화점 지분 12.05%(281만여주)는 1701억원이다. 이를 맞교환하게 되면 정 회장에게 약 800억원의 부담이 생긴다.

아울러 지주사 체제 전환은 부족했던 오너일가 지배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현물출자 방식 등으로 유상증자가 이뤄질 경우 투자회사와 사업회사 지분 교환 과정에서 오너일가의 지주사 지분율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그룹 지배력이 강화되는 셈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계열 분리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계열 분리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지주사 전환은 계열 분리를 위한 중간 수순으로 향후 현대그린푸드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형제간 홀로서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오너일가의 보유 지분을 고려한 중장기 포석으로 보인다”며 “아직 시간이 많이 남긴 했지만 향후 4세 승계 등을 위해 계열 분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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