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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LX홀딩스

이사회 투명화 핵심 '사추위' 설치, 언제쯤

②자산총계 2조원 넘으면 의무, 상반기 말 자산은 1조6000억원 수준

김위수 기자  2022-09-16 16:36:40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LX홀딩스는 임직원 숫자가 40명에 불과한 '슬림'한 조직이다. 기획·전략·재무·인사 등 필요한 핵심인력만 모아 조직을 꾸려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런 기조는 이사회 구성에도 마찬가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투명화와 같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표보다는 합리성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대표이사인 구본준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거나 이사회 구성이 일정한 배경에 집중된 점 등이 이를 보여준다. 현재로서는 성장이 우선이다 보니 대표이사 중심의 빠른 의사결정을 1순위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LX그룹의 덩치가 커짐에 따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자산이 늘어나면 이사회 구성에 대한 법적 규제가 강화되기도 한다. 자산 2조원이 넘는 상장사가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가 이사회의 투명성 강화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 2조원 돌파하면 사추위 조직·여성 사외이사 선임해야

LX홀딩스의 별도 자산총계는 올 상반기 말 기준 1조6000억원 수준이다. 회사가 출범한 이래 LX홀딩스의 자산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2분기 1조3088억원으로 출발해 1년여만에 자산이 22.6% 늘어났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이르면 내년에는 LX홀딩스 자산이 2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현행 상법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은 자산총계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이사회 구성에 있어 보다 엄격한 규정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대비가 된 부분도 있다. 이를테면 사외이사를 이사회 절반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LX홀딩스의 이사회는 회사가 출범하던 당시부터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4인으로 사외이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LX홀딩스의 경우 이사회의 절반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할 의무는 아직 없다. 상법상 자산 2조원이 되지 않는 상장사의 경우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만 사외이사로 두면 된다.

또 회사 설립 초기부터 사외이사 3인이 포함된 감사위원회를 이사회에 둔 점도 상법 시행에 대비할 수 있는 사안이다. 자산 2조원 이하 상장사는 감사위원회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사추위의 설치다. 감사위원회와 더불어 사추위 설치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의무다. 또 지난달 실시된 자본시장법 제165조20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이사회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해서는 안 된다. 이에 따라 여성 사외이사 선임도 준비해야 한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사추위에서 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사추위 구성이 선결 과제로 보인다.

◇법적 의무 생겨야 사추위 설치 나설듯

자산 2조원이 넘지 않더라도 자율적으로 사추위를 설치하는 기업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LX홀딩스는 아직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LX홀딩스 관계자는 "아직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다보니 사추위 설치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사외이사들의 임기가 많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큰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LX홀딩스는 지난해 출범과 동시에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는 한 회사에서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돼있어 이들의 임기만료는 아직 5년여가 남아있는 상태다.

LX홀딩스가 사추위를 조직하는 시점은 자산 2조원이 넘어 법적 의무가 생기는 즈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법과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한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별도 자산 2조원이 넘는 그다음 해다. 올해 자산 2조원을 넘긴다면 내년, 내년에 넘긴다면 그 이듬해에 규제가 적용된다.

사추위가 조직되면 이사회 투명성 확보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LX홀딩스의 이사회는 '시카고대에서 최종 학위를 취득', '70대', '남성' 위주로 편중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존재하는 사추위는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관리 및 검증을 통해 알맞은 인물을 추천하는 역할을 한다. 이사회 전문성 및 다양성, 독립성 확보를 위해서는 사추위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상장사는 이사회의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둬야하는 만큼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사추위가 적절히 기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추위가 설치되더라도 실질적인 기능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의가 제대로 개최되지 않거나 역할이 단순한 후보 추천 또는 승인에 그칠 경우 위원회의 실효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사추위는 주주총회 전에 단 한 차례 개최하는 식으로 운영돼서는 안 된다"며 "이사회 및 위원회의 활동과 역량을 평가, 이사회 및 위원회 승계 계획 수립, 회사의 전략 방향에 부합하는 역량을 갖춘 후보군의 관리 등을 주도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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