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두산그룹 지주사 ㈜두산은 지난해 이익이 크게 늘면서 주주친화정책의 지표 중 하나인 TSR(총주주수익률)도 높아졌다. 그룹 경영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체 수익 창출능력이 축소된 만큼 앞으로는 실적 개선을 통한 TSR 제고가 다소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두산은 자체사업인 전자소재사업(전자BG)뿐만 아니라 자회사들을 통해 협동로봇, 수소드론, 물류자동화 솔루션 등 3대 미래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들의 성장성이 앞으로 TSR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두산 TSR 실적 개선에 급반등, 올해부터는 미지수
2021년 ㈜두산의 TSR은 131%로 집계됐다.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TSR은 주주가 일정 기간 특정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으로 확보한 전체 수익률을 의미한다. 주가 변동뿐만 아니라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정책도 TSR에 포함된다.
㈜두산의 TSR 추이를 분석해보면 단순 수치상으로는 2019년의 -34%가 저점이었다. 다만 이 해는 ㈜두산이 동박(두산솔루스)과 연료전지(두산퓨얼셀) 두 신성장동력의 인적분할을 진행한 만큼 ㈜두산은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했다. 실질적으로는 2020년의 -22%가 저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단 1년 만에 급격한 상승 반전이 이뤄진 것이다.
지난해 ㈜두산 TSR의 급등은 주가 상승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021년 총주주수익 상승분 1조1264억원 가운데 주주환원정책이 차지하는 부분은 358억원의 배당금이 전부이며 나머지 1조906억원은 모두 시가총액 상승분이다.
주가 상승은 실적 개선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2021년 연결기준 순이익 6567억원을 거둬 2020년 순손실 9639억원에서 흑자전환했다. 연결 자회사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가 2020년 별도 순손실 1조8802억원에서 지난해 순이익 266억원으로 돌아선 덕이 컸다. ㈜두산의 별도 순이익 역시 2020년 1802억원에서 지난해 4108억원으로 128% 급증했다.
올해부터는 ㈜두산이 당분간 지난해 수준의 이익을 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두산에너빌리티의 재무위기 극복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3대 자체사업인 전자BG(전자소재), 모트롤BG(유압기기), 산업차량BG 중 모트롤BG와 산업차량BG가 팔려나갔기 때문이다.
실제 ㈜두산의 2021년 별도기준 순이익 가운데 계속사업이익은 890억원뿐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 ㈜두산의 별도 순이익은 전년 대비 51% 감소했다.
㈜두산이 거둔 2021년 순이익 가운데 63%가 자체사업(별도기준) 수익이었다. 이를 고려하면 자체 수익 창출능력 감소는 ㈜두산이 지난해 보여준 '실적 개선을 통한 TSR 제고'의 지속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두산 미래사업 성장성 입증 중, 주주이익으로 이어질까
다만 ㈜두산 주가를 향한 증권업계의 눈높이는 아직 높은 수준이다. ㈜두산 주가는 최근 8만원 초반대를 오가고 있으나 국내 증권사들의 ㈜두산 목표주가 평균은 15만9000원에 이른다. 증권사 연구원들은 ㈜두산 미래사업의 성장성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의 자회사 두산로보틱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 등은 향후 매출 성장세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미래사업의 성장성이 앞으로 ㈜두산 기업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3개 자회사들은 두산로보틱스가 협동로봇,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이 수소드론,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이 물류자동화 솔루션사업을 각각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합산 매출이 2020년 369억원에서 2021년 1030억원으로 급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두산은 올해 3사 합산 매출을 2114억원까지 키우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시장에서도 ㈜두산의 미래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12월 상장 전 투자유치(Pre-IPO)를 통해 400억원,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은 올해 3월 270억원의 투자재원 마련에 각각 성공했다. ㈜두산은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2024년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중장기 계획도 세웠다.
앞선 투자유치를 통해 두산로보틱스는 4000억원,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는 21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두산이 보유한 두 회사 지분(100% 기준)의 장부가치가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두산로보틱스 860억원,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723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성을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두산 관계자는 “미래사업 자회사들의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최선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자회사들의 성장성이 시장에서 인정받을수록 ㈜두산의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결국 ㈜두산 주주들의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