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두산그룹 지주사 ㈜두산은 과거 고배당과 배당 계획성을 모두 갖춘 주식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두산그룹이 경영난에 빠진 2020년 ㈜두산이 배당계획의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고배당과 계획성의 매력을 모두 잃었다.
그룹이 채권단 관리를 졸업하면서 ㈜두산 주식의 배당 관련 투자매력의 회복을 향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과거와 같은 수익 창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고배당주로의 복귀가 빠른 시일 안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두산은 2021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주당 2000원, 우선주 주당 205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357억7200만원으로 2021년 ㈜두산의 배당은 이 결산배당뿐이었다.
㈜두산은 2020년에도 보통주 주당 2000원, 우선주 1주당 2050원의 현금을 결산배당으로 지급했다. 이 해 배당금 총액은 198억9500만원이었는데 오너 일가가 그룹 경영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기 위해 배당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10여년 ㈜두산의 배당 기조를 살펴보면 별도기준 배당성향은 일정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으나 배당 금액은 점차 높아져 왔다. 2010년 보통주 주당 2500원에서 2019년 보통주 주당 5200원에 이르기까지 주당 배당금이 감소한 적은 단 한 해도 없었고 우선주에는 주당 50원의 프리미엄이 적용됐다.
㈜두산은 2019년과 2018년 매 분기마다 배당을 실시해 주주들에 계획적 배당 실시에 따른 편의성도 제공했다. 2015~2017년에는 분기배당을 실시하지 않았으나 그 이전에는 반기 배당을 통해 주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 왔다.
그러나 2020년 두산중공업의 재무위기로 촉발된 그룹 경영난이 ㈜두산 배당의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자회사 두산중공업이 채권단으로부터 3조원을 차입하게 되면서 ㈜두산도 두산중공업의 지원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처지가 됐다.
㈜두산은 주당 배당금이 보통주 기준 2000원으로 낮아지면서 한때 90%에 이르렀던 배당성향이 10% 안팎으로 낮아졌다. 분기배당도 실시하지 않게 되면서 주주 편의성도 옛말이 됐다.
앞서 2월 두산그룹은 공식적으로 채권단 관리체제를 졸업했다. ㈜두산도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반도체 후공정회사 테스나(현 두산테스나)를 4600억원에 인수하는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두산이 배당을 다시 확대할 여유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두산의 수익원이 경영위기 이전에 비해 크게 축소된 만큼 배당 확대를 거론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두산은 두산중공업을 지원하기 위해 계열사 두산솔루스를 매각하고 두산퓨얼셀 지분 전량을 두산중공업에 양도했다. 이들로부터 나오는 배당수익은 올해부터 없다. 뿐만 아니라 자체사업 모트롤BG(유압기기사업)를 매각했고 산업차량BG를 두산밥캣에 넘겼다. 두 BG는 전자BG와 함께 두산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곳이었다.
이제 ㈜두산에 남은 수익원은 사실상 전자BG 뿐이다. 신사업 자회사 두산로보틱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도 아직은 ‘기대주’일 뿐이다. 이 자회사들은 2021년 합산 순손실 332억원을 내 배당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두산은 2021년 별도기준 순이익 4108억원을 거뒀으나 이는 모트롤BG와 산업차량BG의 중단사업이익이 포함된 수치다. 존속사업의 순이익만 따지면 890억원에 불과하다. 2019년 배당금 총액인 1000억원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두산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보통주 주당 2000원의 배당을 실시한 2020년과 2021년이 가장 적게 배당한 시기였고 경영상 가장 힘든 시기이기도 했다”며 “앞으로 배당액이 최소한 이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높아질 것으로 보나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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