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지누스 CFO(최고재무책임자)를 교체한다. 윤종원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 재무담당(상무)에게 지누스 재무 사령탑을 맡긴다. 윤 상무에게는 지누스를 모기업인 현대백화점의 부채 부담을 덜어주는 조력자로 만드는 임무가 떨어졌다.
지누스가 현대백화점을 최대주주(오는 31일 유상증자 이후 지분 35.82%)로 맞이하면서 재무조직을 새로 꾸린다. 현대백화점에서 재무담당 임원인 윤 상무를 CFO로 내려보낸다. 그동안 재무를 살폈던 이왕희 지누스 부회장은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서 CFO직도 내려놓는다.
윤 상무는 지누스 사내이사로도 들어간다. 현대백화점은 윤 상무가 지누스 이사회에서도 재무 사안을 챙길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 모회사 CFO인 민왕일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장(전무)은 미등기임원이다.
현대백화점은 윤 상무를 비롯해 임원 3명, 팀장 1명 등 총 4명을 지누스 사내이사로 내려보낸다. 인수 후 통합(PMI) 작업을 챙길 인력이다. 기획조정본부 윤영식 경영전략실장(전무), 이종근 미래전략담당(상무), 박영빈 투자기획 팀장이 지누스 신임 사내이사 후보로 올라있다.
이사회 구성은 변화보다 조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누스 창업주인 이윤재 회장을 포함해 기존 사내이사 3명은 재선임 후보로 올라왔다. CEO(최고경영자)도 심재형 지누스 대표이사로 변동이 없다. 미등기임원인 데이비즈 젠슨(David Jensen)과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한다. 이 회장을 비롯한 기존 경영진의 침대 매트리스사업 운영 역량을 믿고 경영 참여를 보장해줬다.
사외이사 3명은 모두 교체한다. 오는 25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 안건을 처리한다.
윤 상무는 임원 승진 2년 만에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CFO로 영전한다. 윤 상무는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9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했다. 경영지원본부 재무팀장(2014~2020년)으로 일하다 2020년 11월 정기 인사에서 상무를 달았다. 지난해부터 민왕일 전무가 이끄는 경영지원본부에서 재무담당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100% 자회사인 부동산 임대업체 현대쇼핑 감사도 겸직하고 있다.
윤 상무에게 주어진 임무는 지누스의 현금창출력 증대다. 현금창출력이 뒷받침돼야 현대백화점이 지누스 인수대금(8947억원)을 치르면서 늘린 차입을 줄이는 데도 힘을 보탤 수 있다. 지누스에서 거둬들이는 배당은 현대백화점 현금흐름 개선에 한 몫을 차지하게 된다. 지누스는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786억원이 들어왔다.
지누스는 이익에 연동하는 배당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연결 당기순이익의 25% 수준을 배당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2019년 코스피 재상장 후 매년 결산 배당을 지급하고 있다. 2019년 연결 배당성향은 14%(배당금총액 100억원)다. 2020년과 지난해 배당성향은 16%다. 배당금총액은 각각 71억원, 82억원이다.
지누스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국내 판매 실적이 약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1238억원 중 87%(9831억원)가 미국에서 발생했다. 국내 매출 비중은 3%(310억원)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유통 기반을 활용한 국내시장 확대로 M&A 시너지를 보여줘야 한다.
지누스는 소형 박스 포장 매트리스와 침대 프레임 제품이 미국 아마존에 입점하면서 사세가 커졌다. 2014년 1498억원이었던 연결 기준 매출은 지난해 1조억대로 늘었다. 2020년 지누스의 미국 온라인 매트리스시장 점유율은 25~32%(미국침대협회 ISPA 자료 기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