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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재무제표 줌인

현대백화점, 최대 미션은 상환능력 유지

②민왕일 경영지원본부장(CFO) 역할 주목...단기 CP·회사채 7000억 발행해 지누스 인수대금 충당

김형락 기자  2022-04-27 15:29:25

편집자주

M&A는 기업 재무구조가 바뀌는 변곡점이다. 기업가치 측정부터 가격 협상, 거래구조 설계, 인수자금 마련 등 일련의 과정에서 재무라인의 역할이 막중하다. 진행 과정에서 내린 모든 의사결정 결과는 재무제표 곳곳에 숫자로 평가된다. 단편적인 사업 시너지 전략만 가지고 M&A를 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더벨은 M&A 전후 과정을 따라가며 기업의 재무활동을 들여다본다.
현대백화점이 매트리스 제조업체 지누스 인수대금을 치르기 위해 시장성 조달에 나선다. 지난해 차입 규모를 줄여둔 덕분에 재무 건전성은 안정권에 머물러 있다. 민왕일 현대백화점 CFO(최고재무책임자)에게 부여된 임무도 조달 능력 입증보다 상환 능력 유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

현대백화점이 지누스 인수자금(8947억원) 조달 방안을 내놨다. 보유 현금 2000억원 외에 단기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발행해 각각 3000억원, 40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지난 28일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이사가 주주총회 전 기자간담회에서 자금 집행 계획을 발표했다.

재무 조직도 바빠졌다. 자금 마련은 오롯이 경영지원본부 몫이다. 기획조정본부가 설계한 M&A(인수·합병) 거래 일정에 맞춰 오는 5월31일 전까지 인수대금을 마련해야 한다. 경영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는 민왕일 전무가 실력을 발휘할 무대가 펼쳐진 셈이다. 현대백화점은 경영지원본부장이 CFO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금은 랩(Wrap)상품을 헐어서 만든다. 지난해 말 현대백화점이 동원할 수 있는 현금 유동성은 3147억원(이하 개별 기준)이다. 대부분 당기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 유동 항목(2990억원)이다. 랩상품으로 2900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56억원이다.

추가 자금 조달은 기존 차입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현대백화점은 은행 대출보다 만기 180일 이하 단기 CP, 전자단기사채, 회사채 발행 위주로 자금을 끌어쓰고 있다. CP와 전자단기사채는 금리는 1% 안팎,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회사채 금리는 1~3% 수준이다.

차입 문턱은 높지 않다. 민 전무가 CFO 취임 2년 차인 지난해 유휴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해둔 덕분이다. 지난해 현대백화점 총차입금은 전년 대비 935억원 감소한 1조3340억원이다.

부채비율은 70% 아래로 묶어뒀다. 2020년과 지난해 부채비율은 각각 65.5%, 66.2%다. 총차입금이 감소하면서 차입금의존도는 2020년 22.2%에서 지난해 20%로 2.2%포인트(p) 떨어졌다. 연결 기준 재무 건전성 지표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차입 구조도 단출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오는 5월 6일이 만기인 원화대출 1000억원이 유동성장기차입금으로 남아있다. 500억원 규모 전자단기사채는 지난 1월 만기가 지났다. 장기차입금은 없다.



사채 만기는 고루 나뉘어있다. 당장 자금사정을 압박할 유동성 사채는 없다. 상환기일이 가장 가까운 사채는 내년 4월이 만기인 1500억원 규모 제24-2회차다. 전체 미상환 사채 잔액(6501억원) 중 47%(3055억원)가 내년, 45%(2956억원)는 2024년, 나머지 8%(500억원)는 2025년 만기가 다가온다.

민 전무가 조달보다 상환에서 진가를 발휘해야 재무구조를 갖춘 셈이다. 금융비용 부담 능력도 충분하다. EBITDA를 금융비용으로 나눈 값은 지난해 말 기준 11.9배다. 관건은 M&A로 늘어난 재무 부담을 경감해나가는 자금 운용이다. 운전자금과 신규 투자 재원을 소화하면서 차입 만기 대응까지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가능한 일이다.

상환 능력은 결국 현금 창출력에서 출발한다. 국내 백화업 시장 '빅(BIG)3' 입지를 구축해둔 덕분에 영업활동현금흐름 부침은 적은 편이다. 최근 3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600억~4100억원 유입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자본적지출(CAPEX), 배당금 지급을 뺀 잉여현금흐름은 들쑥날쑥하다. 2020년 마이너스(-) 838억원이었다가 지난해 1964억원으로 회복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장·단기 사채를 섞어 지누스 인수대금을 조달할 것"며 "상반기 중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으로 구체적인 시점은 시장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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