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주주총회 풍경도 바꿔놓았다. 이전까진 오프라인 주총이 기본이었지만 차츰 온라인 중계를 병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에서는 테슬라처럼 온라인 주총만 개최하는 기업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목적은 하나다. 주주 편의 제고를 위해서다. 주총은 주주들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몇 안되는 이벤트 중 하나다. 하지만 시간·장소 제약으로 현장 참석이 쉽지 않다. 이에 기업들은 전자투표와 서면투표 등을 서서히 확대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도 이같은 분위기를 부채질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주주가 중심이 되는 주총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지난해(사업연도 2020년)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제시하는 주주 관련 핵심지표를 모두 이행했다. 아직 보고서 발간 전이지만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주총 4주 전 소집공고, '주주' 관련 지표 100% 이행
현대글로비스는 지난달 23일 '제21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집중 개최일이었던 25·29·30·31일을 피해 보다 많은 주주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소집공고는 주총일 29일 전인 2월22일 공시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전자투표를 실시했고 의결권 대리행사도 권유했다.
해당 내용들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라면 매년 의무적으로 발행해야 하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들어가는 '주주' 관련 핵심지표다. 기업들은 △주총 4주 전 소집공고 실시 △전자투표 실시 △주총 집중일 이외 개최 △배당정책·배당실시 계획 연 1회 이상 주주 통지 등 네가지 항목에 대해 준수 여부를 표기해야 한다.
현대글로비스의 최근 4년간 현황을 살펴보면 배당 관련 내용을 제외하곤 모두 '이행(O)'한 것으로 파악된다. 소집 공고는 늘 법적기한(2주 전)보다 두배 이상 빠른 29~30일 전에 냈다. 주주들이 충분히 안건을 이해하고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 것이다.
날짜도 주총이 몰리는 월말을 피해 잡았다. 기업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은 가능한 집중일을 피해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기회를 보장하라고 권고한다. 이 밖에 서면투표제는 2001년 회사 출범 당시, 전자투표는 2019년 도입해 계속 유지해오고 있다. 위임장 권유 역시 2019년부터 시작했다.
아직 2022년도(사업연도 2021년) 보고서 공시 전이지만 네 가지 모두 '이행'을 체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당 관련해서는 2020년 2월 중장기(3개년) 계획을 발표해 일찌감치 시장과 공유를 끝냈다. 전년 주당배당금을 기준 삼아 최소 0%에서 최대 10%까지 상향 조정하는 게 골자다.
다만 배당은 'X' 표시를 할 가능성도 있다. 배당실시 계획(1월28일)은 '공시대상 기간(2021년)' 내에 공시했지만 배당정책은 2020년에 발표했기 때문이다. 앞서 이같은 이유로 2018년과 2019년 해당 항목을 '미이행'으로 표기한 바 있다. 다만 'X'로 표기한 사유를 부연해 불필요한 오해를 막았다.
핵심지표는 주주 외에도 이사회와 감사기구 관련 내용으로 구성된다. 이 중 주주항목의 이행률이 가장 높다. 2020년 보고서에서 주주 관련 항목은 100% 준수했지만 이사회 관련은 50%(6개 중 3개), 감사기구는 80%(5개 중 4개)에 그쳤다.
◇외국인 지분율 44%, 외국국적 이사 선임으로
현대글로비스는 주주제안권 보장에도 앞장서고 있다. 주주들의 경영참여 수단 중 하나라는 이유다.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주주제안 절차를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지분율과 보유 기간 등 자격을 갖춘 주주가 의안을 제안하면 법령이나 정관에 위배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총에 상정하기로 방침을 정해뒀다. 다만 최근 6년간 주주제안은 없었다.
주총 외 주주와의 소통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매분기 실적발표 때마다 개최하는 기업설명회 외에도 기관과 외국인투자자, 애널리스트 등을 상대로 수시 IR 미팅을 진행한다. 연간 20여회 가량이다. 애널리스트와의 소통은 리포트 발간으로 이어져 일반주주들이 해당 기업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밖에 증권사 주관 컨퍼런스 등에도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외국인 주주를 위한 배려도 빼먹지 않는다. 외국인 지분율이 44%를 넘기 때문이다. 영문 홈페이지를 통해 경영정보와 재무정보, 주식 정보 등을 공개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외국인 이사 선임에도 신경을 쓴다. 국적과 인종, 문화적 배경에서 벗어나 이사회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차원이다. 2020년 보고서를 통해 "해외물류와 해운사업 부문에 대한 이사회의 자문 기능을 강화하고 주주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주주를 고려해 1명의 외국인 기타비상무이사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외국인 이사는 2대주주 측 얀예빈왕 이사를 의미한다. 현재는 3대주주 측 엘리엇 메릴 이사까지 합류해 외국국적 이사가 2명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