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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계열사 그 이상...주주가치 높여야할 이유

①LNG 운송 등 넌캡티브 사업 확장 집중, 칼라일그룹 '3대주주' 합류 후 주가 상승세

유수진 기자  2022-05-09 08:17:45

편집자주

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 단순 계열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일단 태생부터 남달랐다. 완성차를 해외로 운송해야 하는 현대차와 기아의 니즈에 의해 출범했다. 그룹을 위한 목적이 컸던 셈이다. 실제로 현재 양사 수출 물량의 60%를 책임지며 물류비 절감에 기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대주주이자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지분을 들고 있는 회사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현실화할 경우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 가능하다. 정 회장의 핵심 자금창구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주가부양이 필수적이다.

바꿔말해 현대글로비스는 주주가치 제고에 신경을 써야하는 이유가 분명하다. 주주를 중시하는 최근 재계 분위기는 차치하더라도 지배구조 개편과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배당 확대 같은 직접적인 방법 외에도 미래 먹거리 발굴 등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는 모습이다. 최근 사업다각화 움직임이 주목받는 이유다.

◇LNG·수소 운송 본격화, '자동차 운송' 외 해운 포트폴리오 확대

현대글로비스는 이달 중순 액화천연가스(LNG) 해상운송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고 선언했다. 자동차 운송 중심인 해운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른 분야로 확장하기로 한 것이다.

글로벌 에너지기업 우드사이드와 체결한 장기계약이 도화선이 됐다. 선박이 인도되는 2024년 하반기부터 호주에서 생산되는 LNG를 동북아 등 글로벌 수요처로 실어 나를 계획이다. 계약기간은 옵션 포함 최장 15년이다.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왼쪽)와 멕 오닐 우드사이드 대표가 LNG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했다. <출처:현대글로비스>

LNG는 탈(脫)탄소 움직임이 거세지며 석탄 등 기존 화석연료와 수소·재생에너지 사이에서 '브릿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연료다. 모건스탠리는 오는 2030년까지 LNG 수요가 25~50%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LNG 시장에 한발 앞서 대응하겠다는 각오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상 사업목적에 '수소·암모니아 발전사업 및 탄소중립 관련 부대사업'을 추가하기도 했다. 신사업 추진을 위한 사전작업 성격이다. LNG 운송을 통해 쌓은 가스운송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수소와 암모니아 공급망 구축에도 선제적으로 나서겠단 구상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 흐름 속에서 글로벌 선사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라며 "자동차선 시장을 넘어 가스 해상운송 영역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업다각화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 제고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서 먹거리를 찾은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미래 경쟁력은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투자를 유치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연히 주가흐름에도 우호적이다.

◇공정위 기준 부합 칼라일에 지분 매각, 주가부양 목표 '일치'

사업다각화는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올랐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규제 기준이 오너일가 지분율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낮아진데 따른 결과다.

이는 정의선 회장·정몽구 명예회장이 해가 바뀌자마자 지분 10%(375만주)를 사모펀드(PEF) 운용사 칼라일그룹에 매각한 배경으로 꼽힌다. 해당 거래로 정 회장 지분율이 20% 미만으로 낮아졌고 칼라일그룹은 3대주주에 올랐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현대글로비스는 꾸준히 내부거래 비중 축소에 나서고 있다. 사업 확장은 물론 재계에 만연해 있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대차·기아가 아닌 글로벌 완성차기업의 해상운송 계약을 따내는데 더해 다양한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칼라일그룹이 주요주주로 들어선 이후 기업가치 제고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목적은 다를지라도 주가를 높여야 한다는 방향성 측면에선 정 회장과 칼라일 측이 한배를 탄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주가 흐름은 주요주주를 포함해 모든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지점이다.

정 회장은 그룹 경영권을 갖고 있지만 지분구조에 기반한 안정적인 지배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외부 공격에 취약해 언제든 엘리엇의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고 10대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고리를 갖고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실탄 확보가 필수적이다. 정 회장 입장에선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숙제가 수월해진다.

PEF 운용사인 칼라일그룹 역시 최종 목표가 성공적인 엑시트다. 투자기업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최고의 수익률을 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영 참여도 공식화했다. 정 회장과 칼라일그룹이 체결한 주주간계약엔 이사(1명) 지명권과 동반매각청구권이 포함됐다. 지난달 주총에서 CGP 전무이자 공동 대표인 엘리엇 메릴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했다.

최근 칼라일 측은 현대차그룹 경영진과 만나 기업가치 제고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향후 신사업 확대 등에 더욱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칼라일이 주주로 들어선 이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칼라일 측이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주주가 된 이튿날 주가가 전일 대비 1만1000원 껑충 뛰었다. 기업가치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해석 등이 나왔다. 26일 20만2000원으로 장 마감하는 등 3개월 여 만에 17% 가량 오른 것으로 산출된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를 거론하기엔 다소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정 회장 역시 최근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지배구조 개편 관련 질문을 받고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신사업에 들어가고 줄어드는 부분이 있는 등 사업적으로 많이 변하고 있다. 그것을 보면서 페이스에 맞춰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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