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잇단 수주 잭팟은 '투자-수주-재무'의 선순환 구축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작년부터 이어진 위탁개발생산(CDMO) 빅딜로 유입 현금이 최근 4년 사이 4배가 늘며 실적으로도 입증하게 됐다.
생산캐파 확장에 투입되던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작년 대폭 축소됐고 쌓아뒀던 현금은 채무 상환 쓰면서 재무건전성도 우수하게 관리되고 있다. 신규투자에 나설 재무적 체력을 비축하며 또 한번의 퀀텀 점프를 기대하게 한다.
◇영업현금흐름 1조 상회, 차입상환으로 재무건전성 높여 의약품(CDMO) 수주가 곧바로 매출로 직결되는 건 아니다. 납품기한을 정해두고 의약품을 생산하고 납품하는 동시에 실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잔고가 10조원대로 올라갔다고 해서 당장 10조원의 실적이 되는 건 아니다.
최근 수주한 유럽 제약사와의 2조원 규모 CDMO 계약 역시 곧바로 매출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해당 상대방과의 생산 및 납품 계약기간은 2024년 12월 13일부터 2030년 12월 31일까지다. 앞으로 6년간 해당 제약사로부터 얼마의 매출이 반영될 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다만 단순 계산으로 따지면 연간 3458억원 수준의 매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 정도로 영향력을 파악할 수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별도기준 연간 매출로 3조원을 벌어들인다는 걸 고려하면 10% 비중의 수주를 추가로 따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수주 잭팟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재무에 즉각적으로 연결된다. 4년 전인 2021년 매출 1조5000억원대 시절까지만 해도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4500억원이 유입되는데 그쳤다. 그러나 매출 3조원대에 다다른 2023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조4000억원대로 뛰었다.
매출3조원을 거뜬히 넘길 것으로 기대되는 2024년 3분기 누적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 매출액은 2조5000억원,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8036억원 순유입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6882억원 대비 대폭 늘었다. 4분기 실적을 반영하면 2024년 역시 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1조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캐파'에 집중하며 공격 투자에 나섰던 상황에서 재무 기조가 바뀌면서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재무적 체력을 비축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투자활동 현금흐름 순유출이 크게 줄면서다.
2024년 3분기 누적 투자활동으로 순유출된 현금 규모는 1054억원. 2022년과 2023년 6~8공장이 들어설 제2캠퍼스 부지대금,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바이오젠 지분 취득 등으로 각각 3조2244억원, 1조4611억원의 순유출이 있었던 것과 대조된다.
투자는 속도조절에 들어간 반면 그간 캐파 확장을 위해 일으켰던 차입을 상환하는데 현금을 썼다. 같은기간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6691억원 순유출로 집계됐다. 사채 및 유동성장기차입금, 리스부채 등을 상환했다. 투자와 재무관리에 투입할 비용을 적절히 관리하는 모습이다.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캐파는 곧 매출이라는 전략 하에 차입 등을 활용해 생산력을 키우는데 몰입했고 최고 수준으로 역량을 끌어올려 수주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는 수주 그리고 매출로 연결되면서 차입을 줄이며 재무를 안정화 시키는 '선순환'을 마련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6789억원, 총차입금은 5451억원에 그친다. 부채비율은 단 32.4%. 이제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투자금을 쓸 재무건전성까지 갖춘 상황이다.
탄탄한 재무관리와 꾸준한 실적확대는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사채 발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0월 8000억원 규모의 무보증 공모사채를 발행했는데 이는 당초 계획한 5000억원에서 3000억원 증액된 규모다.
수요예측서 3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몰렸다. 시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투자-수주-재무' 선순환 구조를 통한 성장에 기대감을 갖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송도 신부지 매입·해외시설인수 검토, 선순환구조 '굳히기' 매출과 재무 두마리 토끼를 다잡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5년 새로운 투자를 곧바로 착수했다. 지난해부터 공고가 진행 중인 송도 내 18만7827㎡ 면적의 새로운 부지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1차 공고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단독으로 응모했고 절차에 따라 재공고가 진행 중이다. 재공고에서도 단독 입찰해 우선협상대상자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부지면적은 제2캠퍼스의 절반가량으로 매입가격은 약 2248억원이다. 제2캠퍼스만큼 3개 공장이 합쳐진 초대형 생산기지가 들어서긴 힘든 크기이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신규 생산시설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직접 건설뿐 아니라 공장 인수 등 캐파 확장을 위한 인오가닉 전략도 검토 중이다. 주로 mRNA(메신저리보핵산)나 AAV(아데노연관바이러스) 등 차세대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모달리티 생산시설이 대상이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다만 신규 모달리티의 경우 항체의약품과 생산주기나 방식이 달라 상황에 따라 세부전략을 다르게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 올해 새롭게 시작한 '항체약물접합체(ADC)'는 생산주기가 짧아 500리터 소규모로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