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이환주 행장 체제를 맞아 조직에 변화를 줬다. 변화의 폭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일부 부서의 통폐합이 이뤄지면서 전반적으로 효율성이 높아졌다. 그러면서도 디지털 등 은행의 명운이 걸려있는 사업엔 힘을 실어줬다.
특히 금융권에 불고 있는 조직 슬림화 바람을 KB국민은행도 피하지 못했다. 임원 수가 4분의 1가량 줄어들고 부행장은 절반 이상 교체되는 등 대대적인 인적쇄신이 이뤄졌다. 부행장 수가 크게 줄면서 조직이 한층 가벼워졌다.
◇현장 중심 디지털 전환과 영업에 방점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18그룹 31본부 139부를 18그룹 27본부 11부로 바꿨다. 표면적으로 보면 18개 그룹이 그대로 유지된 거 같지만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2개 그룹이 1개 그룹으로 합쳐졌고, 본부 2개가 더해져 1개 그룹이 새로 만들어졌다.
우선 디지털 전환과 AI, 빅데이터 지원 조직을 일원화하기 위해 DT추진본부와 AI데이터혁신본부를 AI·DT추진그룹으로 통합했다. AI·DT추진그룹은 조영서 부행장이 이끈다.
조 부행장은 지난해 말까지 지주에서 디지털 겸 IT부문장을 지내던 인물이다. 연말 인사를 통해 이창권 전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디지털 겸 IT부문장으로 선임되면서 조 부행장은 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디지털 전환이 결국 은행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한층 실무와 가까운 곳에서 은행의 디지털 전략을 이끌게 됐다.
조 부행장은 디지털금융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1971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콜럼비아대에서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마쳤다. 행정고시 37회로 공직에 입문한 경제관료 출신이다. 이후 맥킨지앤컴퍼니와 베인앤컴퍼니 등을 거쳤으며 조용병 당시 신한금융 회장의 러브콜을 받아 신한금융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한금융 디지털전략본부장(CDO)과 신한DS부사장을 역임했다.
이밖에 경영지원 업무 성격을 띠는 HR지원그룹과 업무지원그룹이 통합해 경영지원그룹이 만들어졌다. 경영지원그룹은 최석문 부행장이 이끈다. 비슷한 업무를 한데 모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디지털사업그룹은 디지털영업그룹으로 이름을 바꿨다. 디지털 전환의 목적이 결국 '영업'에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대고객 비대면 접점 채널의 영업미션 강화를 위해 디지털영업그룹으로 명칭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보직 직급 낮아져…가벼운 조직 임원 인사를 마무리한 결과 KB국민은행 부행장(이사부행장 포함)은 기존 24명에서 18명으로, 상무는 15명에서 11명으로 줄었다. 영업그룹대표가 이사부행장을 맡는 관행은 이어졌다. KB국민은행 내부에선 경영기획그룹대표를 거치고 영업그룹대표에 오르는 게 '은행장 코스'라고 인식되고 있다.
경영기획그룹대표 부행장의 경우 이종민 부행장이 자리를 지켰다. 영업그룹대표 부행장 자리엔 손석호 부행장이 물러나고 박병곤 부행장이 새로 선임됐다. 박 부행장은 지난해까지 기업고객그룹을 이끌던 인물이다.
부행장 수가 크게 줄면서 지난해 부행장이 맡던 보직 가운데 일부를 올해부터 상무가 맡는다. 지난해엔 리스크관리그룹대표와 브랜드홍보그룹대표만 상무급이었으나 올해는 고객컨택영업그룹대표와 WM고객그룹대표 자리에도 상무급이 선임됐다.
이밖에 지난해까지만 해도 테크개발본부장, 기획조정부장, S&T본부장 자리에도 부행장들이 선임됐으나 올해는 모든 부행장이 그룹대표(지역그룹대표 포함)를 맡고 있다. 조직이 젊어지고 가벼워진 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올해 선임된 18명의 부행장 가운데 6명이 승진을 통해 처음 부행장에 올랐다. 상무 9명 중 4명도 새로운 인물이다. 전반적으로 탈(脫)권위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