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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CFO

삼성E&A와 30년 한 배 탄 화공학도 김대원 부사장

⑤중후장대 계열사 모두 비재무인사, 사업 확장 앞두고 '현장감' 강조한 인사코드

최은수 기자  2024-12-27 10:32:47

편집자주

CFO를 단순히 금고지기 역할로 규정했던 과거 대비 오늘날의 CFO는 다방면의 역량을 요구 받는다. CEO를 보좌하는 역할을 넘어 견제하기도 하며 때로는 CEO 승진의 관문이 되기도 한다. 각 그룹마다 차지하는 CFO의 위상과 영향력도 상이하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영향력과 존재감 대비 그리 조명 받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용한 자리에서 기업의 안방 살림을 책임지는 이들의 커리어를 THE CFO가 추적한다.
삼성E&A는 올해 사명 변경과 함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김대원 부사장(사진)으로 교체했다. 김 부사장은 30년 넘게 삼성E&A만 재직한 인사로 '비(非)재무라인 출신 CFO'라는 데 방점이 찍힌다.

김 부사장이 새 재무수장에 오른 걸 기점으로 삼성중공업을 포함해 삼성E&A까지 삼성의 중후장대 계열사는 줄곧 경영학을 전공한 재무통이 CFO를 담당하던 룰에서 조금 벗어났다. 다만 앞서 몇 가지를 제외하면 김 부사장도 여느 삼성 상장계열사 CFO들과 비슷한 색채를 띠는 인사로 분류된다.

김 부사장은 1991년 삼성엔지니어링(현 삼성E&A)에 입사한 이후 30년째 재직하고 있다. 그의 커리어를 살펴보면 현장과 지원부서까지 다양한 부문에 걸쳐 있다. 중국법인장과 경영지원팀장, 화공사업지원팀장, 플랜트PMO2팀장 등을 거쳐 2017년 말 상무로 승진, CM팀장에 올랐다.

이후로도 공사혁신팀장, 플랜트사업본부 담당임원 등을 역임했다. 멕시코 타바스코주에서 진행되는 DBNR 프로젝트의 총책임자로 근무하기도 했다. 2023년 삼성E&A 경영지원실장으로 선임됐다.


김 부사장이 남궁홍 대표이사(사장)과 현업에서 합을 맞춰본 경험이 있어 눈길을 끈다. 남 대표와 김 부사장은 플랜트사업본부에서 함께 일한 이력이 있다. 김 부사장은 2020년 초부터 2023년 말까지 약 4년간 플랜트사업본부 담당 임원으로 일했는데, 남궁 사장은 중동지역 총괄법인장으로 재직하다 2020년 말 플랜트사업본부장으로 이동했다.

전임 CFO인 정주성 부사장을 비롯해 역대 삼성E&A CFO는 모두 외부 출신에 경영학을 전공한 정통 재무전문가로 분류된다. 특히 대부분이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내 계열사 재무라인을 거쳤다. 다만 김 부사장은 삼성E&A에만 재직했고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그를 CFO로 임명했단 건 삼성E&A가 기존과는 다른 재무전략이 필요하단 것을 뒷받침한다.

삼성E&A는 재무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등 과제를 안고 있다. 더불어 사명 변경과 함께 공식화 한 사업 확장 등 새로운 과업도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단순하게 숫자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영역을 CFO가 담당하기 위해 기존의 인사 관행에 약간 변화를 줘 삼성E&A에서 두루 경험을 쌓은 내부인사를 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김 부사장 선임을 삼성의 인사 색채를 크게 거스른 사례로 보긴 어렵다. 삼성그룹은 50대 중반 남성 임원을 꾸준히 CFO로 선임해 왔고 대부분을 등기임원으로까지 올리며 힘을 실어줬다. 1969년생인 김 부사장도 2024년 3월에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정식 선임되면서 여느 그룹 CFO들과 비슷한 길을 걷는다.

삼성E&A는 에너지 및 환경 사업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마침 김 부사장은 CFO로 부임하기 직전까지 주요 사업을 총괄했다. 현장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프로젝트 수행과 수익성 개선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33년 만에 사명을 바꾼 삼성E&A에 에너지 및 환경 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과거 삼성엔지니어링 시절 에너지 트랜지션(Energy Transition) 신사업에 2000억원 투자를 포함해 총 3700억원을 미래기술 확보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하는 R&D를 뒷받침한 대규모 현금 유출이 예고됐지만 재무구조는 건전한 편이다.

정통 재무 전문가로 분류되는 정 전 CFO는 삼성E&A의 부채비율을 200% 아래로 낮추며 안정화시켰다. 2023년 별도재무제표 기준 현금성자산도 6000억원 이상을 쌓아둬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체력을 마련해 뒀다. 삼성E&A는 전임 CFO를 통해 신사업을 위한 동력과 안정성을 확보했으니 김 신임 CFO에서 투자를 현실화할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부사장을 기점으로 삼성그룹 내 중후장대 계열사(삼성E&A·삼성중공업) CFO들은 비재무 출신 인사로 바뀐 점도 흥미롭다.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규 선임된 김경희 삼성중공업 CFO도 1994년 삼성중공업에 입사해 약 30년 간 삼성중공업에 몸담으며 현장과 해외사업 경험을 두루 익힌 인사다. 양사가 모두 경영부침을 이겨내고 이제는 도약을 위한 초입에 들어선 것도 공통 분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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