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5월 한화그룹에 편입되며 한화오션으로 새단장했다. 그룹에 새롭게 들어간 인수 후 통합 작업(PMI)이 이뤄졌고 이에 따라 인수합병(M&A)을 전후로 해서 이사회도 활발히 열렸다.
지난해에만 총 19차례의 이사회가 열려 한화오션은 THE CFO 이사회 평가 '참여도'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이사회 내 자체적인 평가를 시행하지 않아 평가개선 프로세스에선 낮은 평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한화오션은 향후 사외이사 평가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룹 편입 전후 이사회 10차례씩, '참여도' 4점대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공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지난해 사업보고서, 올해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를 기반으로 이사회 운영·활동을 분석한 결과 한화오션은 255점 만점에 151점이었다.
6개 지표 중 참여도 지표가 4.3점으로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다. 참여도 지표는 이사회 및 소위원회 개최 횟수, 출석률 등의 항목을 평가한다. 한화오션은 지난해에만 19차례의 이사회를 개최해 해당 항목에서 5점 만점(연 12회 이상)을 받았다. 감사위원회 및 기타 위원회 개최도 연 9회 이상 열어 5점 만점이었다. 전체 8개 항목으로 구성된 참여도 지표에서 5개 항목이 5점 만점을 받았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한화그룹 편입이 완료되기 전까지 10차례의 정기·임시 이사회를 열었고 인수가 완료된 후에도 9차례의 이사회를 개최했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23.14%), 한화시스템(11.57%), 한화임팩트파트너스(9.26%) 등을 통해 한화오션을 인수했다. 인수가 완료되기 전까지 한화오션 이사회는 신주인수계약 변경계약 체결, 에콰도르 지점 청산 등 안건을 처리하며 그룹 편입을 준비했다.
최대주주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바뀐 5월부터는 신임 이사진 선임,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 등 한화그룹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안건이 통과됐다. 총 9차례의 이사회가 개최됐는데 같은 시기 이사회 내 소위원회인 내부거래위원회가 8차례나 열렸다. 그만큼 그룹 편입을 위한 내부거래 사안을 사전에 논의해야 했다는 의미다.
PMI를 위한 활발한 이사회 개최로 참여도 지표가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나머지 공통 지표는 평균 또는 평균 이하의 평점을 받았다. 구성(3.3점)과 견제기능(3.0점)이 3점대 평점을 얻었고 경영성과(2.8점), 정보접근성(2.5점), 평가개선 프로세스(2.0점) 등은 평점 2점대에 머물렀다.
◇이사회 평가 활동 없어, 도입 검토 시사
한화오션은 별도의 이사회 활동 평가 절차를 마련하지 않아 평가개선 프로세스가 공통지표 중 가장 낮은 평점을 받았다. 평가개선 프로세스는 이사회 내 평가 수행, 평가결과의 공개, 사외이사 선임 재반영 여부 등을 주요 항목으로 평가받는다.
한화오션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평가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대신 사외이사 회의 참석률, 의결 승인 여부 등의 지표를 기반으로 사외이사 활동을 모니터링 중이다.
이러한 모니터링 활동이 이사회 평가 수행으로 분류되진 않아 평가 실시, 재선임 반영 등 평가개선 프로세스 주요 항목이 5점 만점에 1점을 받았다. 총 7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평가개선 프로세스 지표에서 한화오션은 5개 항목이 1점이었다.
다만 한화오션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사외이사 평가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순히 평가 수행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해당 평가를 보수산정 및 재선임 등에 활용하는 방안까지도 함께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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