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중단된 것처럼 보였던 수협의 '지상과제' Sh금융지주(가칭) 설립 작업에 다시 불이 붙었다. 신학기 신임 Sh수협은행장이 금융지주의 초석이 되는 사업 다각화(비은행 계열사 M&A)와 자본적정성 등을 임기 동안 수행해야 할 중대한 과제로 꼽으면서다.
앞서 수협중앙회는 핵심 계열사인 수협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지주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익 창출 구조를 다변화해 지속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수산·어업인에 대한 직간접적인 미래 지원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롤모델로는 DGB금융지주를 삼았다.
◇신학기 행장, 취임 일성으로 금융지주 준비 언급 신 행장은 지난 18일 취임식에서 "우리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한다"며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이 이미 진출한 금융지주의 초석이 될 사업 다각화 및 자본적정성 확보라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사그라들던 수협 금융지주 설립의 불씨를 되살린 발언이었다.
앞서 수협중앙회는 지난 2022년 11월 정부로부터 수혈받은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 상환 약정을 기념하면서 금융지주사 설립을 공식화했다. 수협중앙회 자본출자의 효율적 배분과 수익 다변화에 비은행 계열사를 보유한 금융지주가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수산·어업인의 이익 증진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목적을 지속 실현하려면 수익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수협에는 수협은행이라는 확실한 수익센터가 있으나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꾸준히 성장 중이더라도 규제 및 시장 환경상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긴 어렵다.
이에 수협은 지주 설립에 필요한 비은행 계열사 인수 추진 시점을 2023년 상반기까지로 설정하고 작업을 추진했다. 복합 경제 위기가 오히려 M&A 적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당초 계획은 완전히 틀어졌다. 비은행 계열사 인수 작업은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는 등 답보 상태다.
이런 가운데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이 올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금융지주사 설립 관련 질의에 "여러 경제적 사안을 고려해 지금은 보류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수협이 금융지주 설립 작업을 사실상 일시 중단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금융지주 설립 밑그림은 DGB금융지주 그러나 신 행장의 취임 일성은 금융지주 설립 계획이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 시켜줬다. 수협 안팎에선 향후 2년간의 임기 동안 금융지주 설립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어떤 형태로 밑그림이 그려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초 수협중앙회가 금융지주 설립의 롤모델로 삼은 곳은 DGB금융지주다. 특히 Sh금융지주 설립 선포 당시 수협은 DGB금융의 자산성장과 비은행 계열사 이익기여도에 주목했다.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통해 외연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수협의 청사진과도 맞닿았다.
지방은행으로 성장한 DGB금융은 지주 설립 후 10여 년간 공격적인 M&A를 통해 자산규모 확대와 신성장동력 확보에 성공했다. DGB금융은 출범 당시인 2011년 대구은행(현 iM뱅크)과 대구신용정보(현 iM신용정보), 카드넷(현 iM유페이) 등 3개 계열사로 시작했다.
이후 2014년과 2017년을 제외하고 거의 매년 M&A를 통해 비은행 계열사를 흡수하며 종합 금융지주사로 거듭났다. DGB금융 출범 당시 33조7000억원 규모였던 자산은 수협중앙회가 금융지주 설립을 선포한 2022년 3분기 연결 기준 94조원가량으로 두 배 이상 팽창했다.
이 시기 DGB금융 비은행 계열사의 연간 누적 순이익은 1481억원으로 전체 손익의 31%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29.1%)와 NH농협금융지주(28.1%) 등 대형 금융지주보다 높은 수치였다.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통해 수익을 다변화해야 하는 수협에 이상적인 형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