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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맥스, '채권회수 리스크' 둔화된 현금흐름

'대금 지연·고객사 손실'로 대손상각 급증, K-뷰티 호조에도 순익 감소

홍다원 기자  2024-09-06 08:25:49

편집자주

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코스맥스가 호실적을 냈음에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K-뷰티 호황에 따라 외형이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일부 고객사로부터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출채권 회수가 지연되면서 손실을 반영했고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향후 안정적인 현금창출을 위해서는 매출채권 회수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호실적에도 '787억→439억' 현금흐름 감소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코스맥스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 43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787억원) 대비 44% 급감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시작점인 순이익은 549억원을 기록하며 91%나 증가했지만 대손상각비가 반영돼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줬다.

대손상각비는 돈을 빌려준 곳이 파산하거나 폐업하는 등 돌려받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매출채권을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는 것이다.

코스맥스 판관비 항목 중 대손상각비 계정을 살펴보면 올해 2분기에만 대손상각비는 118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2분기에는 마이너스(-) 21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국내와 중국 등 고객사의 채권회수가 지연되면서 평소보다 비용 인식이 커졌다. 경상적 비용 50억원, 미국 법인 대금 회수 지연 30억원, 고객사 관련 손실 인식 30억원 등이 반영됐다.


덩달아 순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 부담이 커지면서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줬다. 현금흐름표상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의변동 항목은 2023년 상반기 순유입(9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순유출(-612억원)로 돌아섰다.

매출채권이 늘어난 점이 발목을 잡았다. 올해 상반기 매출채권이 증가해 909억원 규모의 현금이 유출됐다. 현금 유출 폭은 전년 동기(375억원) 대비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외형 확장에 따른 매출채권 급증은 자연스럽기 때문에 향후 회수가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재무 건전성에 부담이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코스맥스의 대손상각 리스크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대손상각비가 꾸준히 실적에 반영된다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실제 올해 2분기 코스맥스는 대손상각비가 발목을 잡으며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 코스맥스 영업이익은 46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하는데 그쳤다.

◇재공품 늘어 '글로벌 수요' 확인, 채권회수 관건

재고자산을 쌓으면서 현금이 140억원 빠져나가기도 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재고자산은 2425억원을 기록하면서 2023년 말(2184)억원보다 11% 증가했다. 재고자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품목은 재공품이다. 아직 제조과정 중에 있는 미완성 화장품이다.

2023년 말 292억원이었던 재공품 재고자산은 414억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재공품의 증가는 악성 재고로 판단하기 힘들다. 고객사의 수요가 없다면 그만큼 많은 제품들을 제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호황을 누린 K-뷰티의 수요와 코스맥스의 수주 확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코스맥스가 다시 안정적인 현금창출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선 수요 급증에 따른 매출채권 회수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수요가 명확한 만큼 채권 회수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 대비 부진했던 가장 큰 요인은 국내 대손상각비"라며 "업황 수혜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고 향후에도 이러한 리스크 발생 가능성은 아직까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대손상각비에 대해 "올해 상반기 유독 대손상각비 반영이 증가했는데 특정 고객사가 파산한 영향이라기보다는 아직 받지 못한 돈 등 대금 회수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양한 고객사와 장기 계약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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