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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DI동일은 동일그룹의 모기업이다. 1955년 섬유제품제조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오랜 역사만큼 이른 시점에 기업공개에 나섰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건 1964년이다. DL동일의 홈페이지에도 '민간기업으로는 16번째로 기업을 공개해 투명경영'을 실천하고 있다는 문구가 존재한다.
다만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구성은 미흡한 편이다. 오너가 2세인 서민석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데다 사외이사 비중이 절반을 밑돈다.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도 설치되지 않았다. 별도기준 자산총액이 2조원을 하회하는 만큼 의무설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주효했다.
◇참여도 2.5점…6개 평가지표 가운데 최고 득점 THE CFO가 평가한 DI동일 이사회는 총점 255점 중 99점을 받아 다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는 △구성 △참여도 △견제 기능 △정보 접근성 △평가개선 프로세스 △경영 성과 등 6가지 공통 지표(각 5점 만점)로 평가했다. 올해 5월 발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지난해 사업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DI동일 이사회를 평가한 6가지 공통 지표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참여도'다. DI동일 이사회는 참여도의 세부 평가 항목 8개 중 3개에서 만점(5점)을 받아 평균 2.5점을 기록했다. 지난 한해동안 이사회가 16회 열린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평가기준상 연간 12회 이상 개최될 시 만점을 부여한다.
이사회 구성원의 평균 출석률도 만점 기준(90% 이상)을 충족했다. DI동일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는 이사들이 평균 94% 참여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안건을 통지하고 정기 이사회가 개최되기까지 평균 53일정도의 시간을 뒀다. 이사들이 안건을 살펴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부여해준 셈이다.
'정보접근성'도 DI동일이 2점대 점수를 받은 몇 안되는 평가 지표다. 7개 평가 항목 가운데 3점을 획득한 항목이 상당수 존재했다. 대부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에 개별 이사의 활동 내역이나 이사회의 주요 의안,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하고 있어 받을 수 있던 점수들이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의 핵심지표 준수율은 20%에 머물렀다. THE CFO는 준순율이 20% 이상 40% 미만일 경우 2점을 부여한다.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의 설치'와 '내부감사기구에 회계 또는 재무 전문가 존재 여부', '경영 관련 중요정보에 내부감사기구가 접근할 수 있는 절차 마련 여부'가 이행하고 있는 핵심지표다.
◇견제기능 최하 점수, 소위원회 미설치에 구성 지표도 발목 나머지 지표들은 모두 1점대에 그쳤다. '견제기능'이 1.4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9개 항목 가운데 7개가 1점에 머물렀다.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사외이사만으로 회의가 열리고 있지 않은 점,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이 마련되지 않은 점 등이 견제기능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한 배경이다.
등기이사와 미등기이사의 보수 차이 정도에서만 4점을 기록했다. DI동일은 등기이사에 1인당 평균 보수액으로 3억3102만원을 지불하고 있다. 미등기이사의 평수 보수는 1억2828만원으로 등기이사 대비 38.8%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4점을 받기 위해서는 30% 이상 50% 미만 사이의 값이 나와야 한다.
'구성'도 1.7점에 그친 평가지표다. 먼저 DI동일은 서 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등재돼 있어 1점을 받았다. 사외이사 비중도 38.8%에 불과했다. THE CFO는 이사회 총원의 70% 이상이 사외이사일 경우 만점(5점)을, 50% 미만일 경우 최하점(1점)을 각각 부여하고 있다. 이사회 규모(8명)정도에서만 3점을 받았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점도 구성 지표가 낮은 점수를 기록한 이유다. DI동일은 별도기준 자산총액이 7000억원대이기 때문에 감사위원회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다만 자산총액이 2조원을 밑도는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소위원회를 구축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해 낮은 점수가 부여됐다.
'평가개선 프로세스'도 2점을 하회한 평가지표다. DI동일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사외이사를 평가하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명시해 놨다. 이사회 참석율과 기여도, 전문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외이사의 재선임 여부를 결정한다. 명문화된 평가 절차가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