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동원그룹 핵심 계열사였던 동원산업은 2022년 11월 합병비율에 대한 논란 끝에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합병하면서 사업지주사로 거듭났다. 합병 당시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보유한 차입금을 가져왔지만 막대한 자기자본을 함께 가져오면서 오히려 재무건전성이 개선됐다. 이후 동원산업은 당기순이익 흑자를 지속하면서 재무건전성을 추가로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지주사 합병' 차입금 증가에도…자본 확충에 재무건전성 개선 동원산업은 애초 동원그룹의 원양어업 사업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였다. 그러다 그룹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하면서 사업지주사로 거듭났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간 합병비율(액면분할 후 기준)에 대한 논란 끝에 2022년 11월 최초 1 대 3.8385530 보다 낮아진 1 대 2.7023475로 합병을 완료했다.
동원산업 최대주주는 지분 59.88%를 보유한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이다. 김 회장은 올해 3월 기존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김 회장은 최대주주이면서 사내이사이지만 대표이사나 이사회 의장은 아니다. 동원산업은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있다. 2대 주주는 지분 21.49%를 보유한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다. 김 회장은 김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김 명예회장은 동원산업의 미등기임원으로 이사회 멤버는 아니다.
합병 직전인 2021년말 동원산업의 별도 기준 총차입금(리스부채 기준)은 6358억원으로 이에 따른 부채비율은 100.0%였다. 특히 차입금의존도가 38.9%로 비교적 높았다. 공모채 중심의 차입구조를 갖추고 있었지만 은행권으로부터 조달한 장·단기 차입금도 일부 있었다.
동원산업은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하면서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보유하고 있던 차입금도 함께 가져왔다. 이에 따라 합병 직후인 2022년말 총차입금은 1조435억원으로 증가했다.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발행한 합산 2500억원 규모 미상환 공모채 외에도 일부 장·단기 차입금을 떠안은 결과였다.
그럼에도 동원산업의 2022년말 부채비율은 64.0%로 크게 하락했다. 차입금의존도도 30.2%로 낮아졌다. 비록 총차입금이 늘었지만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에 따라 괄목할 만한 자본 확충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2021년말 8176억원이었던 자본총계는 2022년말 2조1096억원으로 1조3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사업지주사 전환' 당기순이익 흑자 지속…재무건전성 추가 개선 합병 직전인 2021년말 동원엔터프라이즈의 별도 기준 자산총계는 2조4935억원이었다. 이중 종속기업 투자주식 비중이 93.3%(2조3253억원)에 이르렀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서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순수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룹 정점의 순수지주사인 만큼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차입을 통제해왔다. 2021년말 부채비율은 19.4%에 머물렀고 차입금의존도는 15.7%에 그쳤다. 총차입금이 3906억원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자기자본으로 종속기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 이후 동원산업은 올해 상반기에 이르러 재무건전성을 추가로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꾸준히 당기순이익 흑자를 달성하면서 자본총계가 2조2011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총차입금은 8762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46.4%로, 차입금의존도는 27.2%로 각각 하락했다.
동원산업은 사업지주사인 만큼 자산총계에서의 자회사 지분 비중이 과거 동원엔터프라이즈만큼 크지는 않다. 올해 상반기말 동원산업 자산총계는 3조2229억원으로 이중 종속기업 투자주식(2조1597억원)과 관계·공동기업 투자주식(110억원) 합계의 비중은 67.4%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