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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투자 포트폴리오 중 국내 주식 비중을 지속 축소하고 있다. 2024년 7월 말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전체의 13.6%에 그친다. 2020년 대비 7%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반면 동 기간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은 10.6%포인트 올랐다. 해외 주식과 국내 주식 간 투자액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자본시장 큰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변화는 금융당국에서 추진 중인 밸류업 정책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따른다. THE CFO는 2024년 국민연금 투자 현황을 짚어본다. 지분율 감소, 증가 기업을 중심으로 이들의 재무와 지배 체계를 점검해 본다.
뷰티 테크 기업 '에이피알'은 올해 적극적인 영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 2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발판 삼아 글로벌 시장으로 영업망을 빠르게 확장하는 그림이다.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매출 신장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상반기 신규 진출한 유럽, 중동 국가에서도 원활히 저변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다만 현금 순환 면에선 일부분 정체가 있었다. 활발히 영업을 펼치며 1년새 유의미한 매출 성장을 이끌어냈지만 실제 현금 흐름은 막히며 외려 여유 자금을 남기는데 실패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동 기간 부진했던 패션 브랜드 사업이 발목을 잡았다. 미판매 재고가 누적되며 현금 유입이 침체된 결과로 이어졌다.
에이피알은 올해 실질 현금 창출력이 다소 약화됐다. 영업 활동을 통해 잉여 자금을 남기지 못했다. 현금 흐름이 순유출 상태로 전환되며 재정 여력을 위축시켰다. 구체적으로 상반기 연결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77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간 540억원 가량을 FCF로 인식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이는 영업에서의 성과와 상반된다. 에이피알은 상반기 뷰티 기기와 화장품 부문이 두루 성장하며 전년대비 매출 규모가 확대됐다. 대표 제품인 '부스터프로' 글로벌 호조세가 이를 견인했다. 메디큐브, 에이프릴스킨 등 자체 화장품 브랜드 역시 동기간 약 33%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매출 신장을 뒷받침했다.
그럼에도 현금 순유출 상태가 이어진 것은 재고자산이 누적된 탓이다. 판매하지 못하고 쌓인 제품이 재고로 상당분 반영되며 현금 흐름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상반기 말 에이피알 연결 재고는 연초대비 약 382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입채무분도 140억원 이상 늘었지만 결과적으로 재고 및 매출채권액이 더 가파르게 증가하며 최종 현금 흐름은 순유출 상태로 돌아섰다.
재고 증가에 일조한 것은 패션 사업부다. 올해 국내 의류 시장 업황이 침체되며 제품 소진 속도가 둔화됐다. 에이피알은 현내 자체 패션 브랜드 '널디'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 가운데 동 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18% 수준이었으나 현재 10% 안팎에 그친다. 뷰티 부문에선 성과를 거둔 반면 상대적으로 비주력 사업인 의류 영역에선 난항을 겪었던 셈이다.
일부 조기 생산분을 늘린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하반기 블랙프라이데이 등 유통 업종에서 굵직한 이벤트를 앞두고 미리 물량을 확보해둔 것이 재고자산으로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신규 시장 진출 및 확대 전략을 견지하고 있고 그 일환으로 아마존, 큐텐 등 유통 동향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러 프로모션들에 대비해 상반기 말부터 생산량을 조금씩 늘려나간 것이 재고 증가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 설명했다.
당장 영업에서의 현금 순유출 기조 부담이 크진 않은 편이다. 이를 상쇄할 만한 재무적 이벤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에이피알은 올초 기업공개를 통해 약 743억원을 신규 조달했다. 이어 은행 차입금 상환, 자기주식 취득 등 경영 활동에 자금을 소요했다. 그럼에도 상반기 말 연결 기준 1190억원대의 현금성자산을 보유 중이다. 부채 등을 모두 고려한 순차입금액은 -659억원으로 나타난다.
세부적으로 보면 차입 규모는 증가했다. 상반기 말 에이피알 연결 총차입금액은 전년말 대비 약 140% 증가한 5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장기 차입금을 늘린 영향이다. 당반기 말 비유동리스부채가 327억원 가량 인식됐다. 새롭게 확보한 경기도 평택 2~3공장 부지와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 건물 임차분이 비유동리스부채에 포함됐다. 모두 1년 이상 기간의 리스 형태다 보니 재무제표상 장기 부채로 반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