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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캐즘 대처하는 또 다른 방법론 '1.5조 순차입'

줄어든 영업현금흐름 대체+새 먹거리 드라이브

최은수 기자  2024-09-19 09:21:28

편집자주

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전기차 시장은 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침체)을 직면했다. 전기차의 심장인 2차전지 및 양극재 등을 다루는 배터리 업계에서도 이 변화와 흐름에 고전하면서 대응 방안을 마련에 힘쓰고 있다.

중장기 관점에서 시장 전략을 꾸린 삼성SDI도 기로에 서 있다. 2차전지 경쟁사들이 선제 투자를 진행할 때 참고 호흡을 가다듬은 결과 이제는 새 먹거리에서 차이를 벌릴 단계에 왔다. 당장 급감한 영업현금흐름을 대체할 뒷배는 '대규모 차입'으로 택했다.

◇100억 밑돈 영업현금흐름 1조5000억 차입으로 대체

삼성SDI의 올해 2분기 별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98억원이었다. 마이너스(-) 전환은 아니지만 1조원을 웃돌던 영업현금흐름이 급감했다. 삼성SDI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2년엔 1조2379억원, 2023년엔 약 1조5000억원이었다.


아직 반기 실적이기는 하나 작년 상반기에도 조단위를 웃돌던 삼성SDI의 영업현금창출력은 올해 상반기엔 백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추세가 급격하게 꺾인 것만으로 배터리 업계에 닥친 캐즘의 여파를 실감할 수 있다.

2023년 하반기부터 전기차 시장에는 캐즘의 드리웠다. 어느새 1년 가까이 침체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전반적으론 우상향 기조가 유지되고는 있지만 성장 둔화를 전 섹터가 체감하는 중이다. 특히 수요 침체는 원자재 공급 등 전방산업에 영향을 미치며 산업 전반이 가라앉았다.

2020년 초반 폭발적인 수요 증가세에 맞춰 대규모 투자에 돌입했던 배터리 업계 역시 조금씩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투자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전면 백지화하는 의사결정은 국내를 넘어 중국, 일본 등 경쟁 국가에서도 속속 포착된다.

다만 삼성SDI는 국내 경쟁 3사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이 증설 러시에 나설 때 삼성SDI는 다소 완만한 속도로 투자 집행에 나섰다. 당시 삼성SDI의 소극적 태도를 두고 시장에선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저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배터리업계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초호황기를 앞두고 캐즘이 찾아왔다. 단순히 일시적으로 보기엔 뜻밖의 규모로 시장을 잠식했다. 물론 결과에만 초점을 둔 해석이긴 하지만 삼성SDI의 판단이 옳았다는 쪽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줄어든 현금창출력은 대규모 차입으로 대체했다. 2022년과 2023년 약 4000억원의 순상환 기조를 보이던 삼성SDI는 올해 하반기에만 1조5000억원의 순차입 기조로 전환했다. 특히 차입 규모가 줄어든 영업현금창출흐름을 대체하는 데서부터 타 기업과 다른 전략을 읽을 수 있다.

◇모두가 'NO' 외치지만 지금이 새 먹거리 투자 적기… "하반기 만전 기할 것"

삼성SDI는 대 투자의 시기에 숨고르기에 나섰던 때완 달리 침체기에서 다시금 공격적인 투자 태세를 취하는 셈이다. 특히 앞다퉈 달려나가던 경쟁사들이 투자 일정을 연기하거나 번복하는 것과 달리 국내는 물론 말레이시아, 미국 등에 동시다발적으로 생산능력(캐파) 확장을 시작했다.

삼성SDI는 캐즘이 본격화한 올해 초에 울산시와의 MOU를 맺으며 투자 보폭을 넓힌 것도 주목할 사안이다. 세부적으로 울산 하이테크밸리 내 3공구 개발사업과 양극재 공장 설립 립을 예정했다. 더불어 배터리 소재 공급망까지 강화하고 있다. 자체 소재 조달을 통해 가격 및 공정 경쟁력을 향상하려는 차원이다.


삼성SDI 역시 올해 하반기엔 연초와 대비해 기존 전망을 다소 완화한 수요 전망을 내놓았다. 올해 4분기 전기차 수요치가 600만대를 넘어설것이란 예상을 다소 조정했다. 다만 이 정도 수요 침체는 매출확재나 비용 구조 혁신 등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계산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의 행보는 침체를 넘어 새로운 먹거리인 전고체전지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작년 파일럿 기지 'S라인'을 정식 가동하고 전고체전지 소재 내재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전고체전지는 리튬이온전지의 양극과 음극 사이를 채우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변경한 배터리다. 캐즘을 촉발한 주요 원인인 안전성 이슈를 넘을 비기다.

삼성SDI 측은 "올해 하반기는 시황이 회복하는 시기에 발맞춰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한 준비를 지속하는 때"라며 "앞으로 점진적인 수요 회복세를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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