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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그룹 크레도' 따른 두산에너빌리티, 정보접근성 '양호'

[Strength]②승계정책 부재하나 사외이사 견제기능 평점 평균치 근접

최은수 기자  2024-10-18 08:26:03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두산에너빌리티 이사회의 강점은 이사 및 이사회 활동 내역을 상대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점이다. 투자 안건이나 전략적 행보를 베일에 감추는 타 기업과 달리 있는 그대로 알리고 이사들의 의사결정을 공개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두산 그룹 차원의 정보 공개 정책에 영향을 받아 '정보접근성' 지표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최고경영자 등의 승계정책이 부재했지만 이사회의 견제기능이 제대로 수행하는 지 가늠한 결과 나쁘지 않은 평점을 받았다.

◇'정보접근성' 30점 만점에 22점 평점 기준 최고치

THE CFO는 자체 평가 모델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2024년 5월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했다.

그 결과 두산에너빌리티는 255점 만점에 132점을 받았다. 총점으로 보면 주요 상장사 가운데서도 하위권에 속하는데 각 지표별 평점으로 눈을 돌리면 몇 가지 주목할 강점이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총 6개 공통지표 가운데 평점이 가장 높았던 것은 '정보접근성'이었다. 총 30점 만점에 22점으로 이를 5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3.7점이었다. 2023년 총 15번이 열린 이사회(정기 이사회와 임시 이사회 합산)에서 별도의 반대 의견이 나오지 않아 △이사회 의안 반대 사유를 투명하게 공개하는가란 항목은 채점에서 제외한 결과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각 지표가 대개 1점대에서 2점 초반에 머무는 점을 고려하면 '정보접근성'에선 상대적으로 고득점에 성공했다. 정보접근성은 이사회 활동 내역 및 지배구조보고서, 주주환원정책 등을 개방적으로 공개하고 있는지를 보는 영역이다. 총 6개 지표에 각각 5점씩 배점된다.

먼저 이사회와 개별 이사의 활동 내역, 지배구조보고서 등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홈페이지 등에 충실하게 공시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 세 항목은 모두 평가 체계상 최고점인 5점을 받았다.

먼저 사업보고서와 지배구조보고서가 적절히 공시돼 있고 홈페이지 안에 이사회와 관련된 일반정보를 공개한 것도 가점 사안이었다. 무엇보다 이사회에 회부된 안건을 가감없이 공개하면서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투명성을 높였다.

일례로 거래처와의 클레임 종결에 관한 건, 각 자회사에 대한 보증 제공 등의 민감 정보에 해당한 이사회 판단과 표결과 관련한 내용을 공개한 점을 꼽을 수 있다. 이사회 안건을 그대로 공개하는 점은 두산그룹의 공통 행보다. 적잖은 이사회들이 사안의 중요성 등을 들어 회부된 기업을 익명 처리하거나 안건 자체에 비식별화 처리를 진행한다.

◇성과·기업가치 연동 미비하지만 대체로 양호한 '견제기능'

두산에너빌리티가 '정보접근성'에 이어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항목은 '견제기능'이었다. 총 9개 항목에서 29점을 획득해 3.3점의 평점을 마크했다. 경영진과 분리한 사외이사만의 회의 개최횟수가 손가락에 꼽은 점 그리고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이 마련되지 않아 감점이 된 점을 고려하면 무난한 수준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사 추천을 외부 자문단을 통해 추천을 받고 있었다. 외부 공모를 거치는 것은 아니지만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추천위원회(사추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운영해야 하는 대부분 상장사들이 사추위 추천만 받고 마는 것과 대조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비록 그룹의 경영철학이나 사업방식을 담은 두산 크레도(Credo)를 따른다는 점을 명시하진 않았다. 그러나 곳곳에 이 규율을 고려한 행보가 보인다. 별도의 내부거래위원회를 꾸려 내부거래에 대한 이사회 통제가 이뤄지는 점도 이와 관련이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내부거래위원회는 특수관계자나 이해관계자와의 거래 내역과 대주주 신용 공여와 관련해 회부된 안을 살펴보고 있다. 지배주주 등과의 자기거래와 관련한 기업의 통제 장치로서 기능하고 있단 뜻이다.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이 부재했고 이사들의 성과와 기업가치가 연동되지 않으며 점수가 깎인 부분을 벌충했다.

이밖에 2023년을 기준으로 감사위원회를 전부 사외이사로 꾸리고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배치한 점도 양호한 평가를 받은 비결이다. 다만 공인회계사인 배진한 사외이사는 2024년 3월 임기가 끝났다. 배 사외이사는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와 공정거래학회 경영교육학회 부회장, 한국석유공사 투자심의(리스크)위원회 자문위원을 역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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