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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두산에너빌리티, 취약한 견제·균형감에 낮은 총점

[총평]①구성·평가개선프로세스 2점대…일부 경영성과 양호

최은수 기자  2024-10-17 08:16:45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두산그룹에서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 과정과 관련한 잡음의 진앙지였다. 두산밥캣 인적분할 방법론을 두고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인적분할은 무위로 돌아갔다. 다만 이 과정에서 두산에너빌리티 이사회는 알짜 자회사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의사결정을 내릴 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THE CFO가 살펴본 결과 두산에너빌리티는 이사회는 비슷한 시가총액을 갖춘 기업들의 평균치보다 열위한 평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이사회 구성부터 평가개선프로세스 등 영역에서 평균을 하회했다. 앞서 인적분할과 논란이 이사회에 전반적으로 견제나 균형감이 부족했던 데에서 비롯됐단 가정도 가능해진다.

◇'KOSPI100 기준 하위권' 255점 만점서 132점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에 나온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삼아 총 6개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를 꾸렸다. 이에 맞춰 두산에너빌리티의 이사회를 전반적으로 평가한 결과 255점 만점에 132점이 나왔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총점은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 중 최하위권이다. 자산총액이 2조원을 밑돌아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나 위원회 설치 의무가 없어 낮은 총점을 받은 한미반도체(114/255점)나 에코프로머티(132/255점), 자산은 25조원이 넘지만 사외이사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이나 정책이 대체로 부족했던 HMM(131/255점)에 버금간다.

먼저 '구성' 항목에서 평균 2.4점을 얻었다. 사내이사 3명보다 많은 사외이사를 구성했지만 해당 사외이사의 직무역량이나 전문성 등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별도의 BSM(Board Skills Matrix)을 꾸리지 않았고 이사회 내 위원회가 의무설치 위원회를 제외하면 내부거래위원회 한 곳에 불과해 낮은 점수를 받았다.

'참여도' 항목에선 3.1점을 받았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각 평점에 놓고 보면 높은 편이지만 다른 상장사나 코스피 시가총액 50위권 이내의 비교기업들과 대비하면 역시 열위한 수치다. 전체 이사회는 충분하게 개최했으나 앞서 역량을 가늠하기 어려운 사외이사들이 중심이 되는 소위원회 활동이 적었던 게 감점 요인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IR팀과 컴플라이언스팀을 통한 감사위원회 지원을 진행했다. 그러나 감사위원회와 관련 교육은 연 1회 정도 진행했다. 교육 횟수가 적은 것도 총점에 안 좋은 영향을 줬다.

◇이사회 외부 평가 부재, 향후 개선안도 없었다

'정보접근성' 항목에선 3.7점이 나왔다. 역시 두산에너빌리티의 각 평점에 놓고 보면 양호하다. 이사회의 개별 이사 활동 내역이나 관련 내용을 잘 공시한 데에서 가점을 받다. 다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던 게 감점요인이었다. 이는 이사회의 독립성이나 견제기능과도 연계된 부분이다.

주주환원정책이 미흡했던 점이 가장 큰 감점 요소였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3년 별도 배당을 진행하지 않았고 향후 계획 역시 모호하고 선언적인 수준으로 공개하는 데 그쳤다.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도 53.3%에 머무르며 정보접근성 항목의 총점 하락에 영향을 줬다.

이사회 활동을 평가하고 추후 활동에 반영하는 '평가 개선 프로세스' 항목은 평점 2점을 받았다. 이사회 활동에 대한 평가를 수행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이사회 평가 결과를 주주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이사회 평가방식에 대해서도 외부평가, 내부평가(상호평가 등), 자기평가 없이 내부평가만 진행한 점 등이 감점 요인으로 두루 지목됐다.

'경영성과' 두산에너빌리티의 평가지표는 전반적으로 점수가 낮았지만 특히 경영성과는 1점대에 머물렀다. 경영성과 지표가 매우 부진한 이유는 '투자'와 '재무건전성'과 관련한 지표가 시장 평균치 즉 KRX300 소속기업과 비교했을 때 미흡했기 때문이다.

반면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등 재무건전성으로 우수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불황으로 실적이 크게 꺾였으나 탄탄한 재무구조와 시장의 신뢰성 회복을 끌어낸 덕분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영성과 항목에서 주목할 부분은 매출성장률과 영업이익성장률 뿐이었다. 각각 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하며 최고점(5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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