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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고려아연, 보수적 부채관리 불구 경영성과 '옥의 티'

[Weakness]③영업익 30% 감소에 주가도 연동

구혜린 기자  2024-10-11 16:17:29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고려아연은 이사회 평가 지표 중 경영성과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극도로 보수적인 부채관리로 인해 재무건전성 지표는 매우 우수하나, 실적과 주가 관리에 미흡했던 탓이다. 금속가격 하락 및 원가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두 자릿수 비율로 감소했다. 최근에는 적대적 M&A 이슈로 인해 주가가 급등했으나, 지난해에는 저조한 실적에 주가도 연동된 흐름을 보였다.

◇부채비율 25%, 100대 기업 평균 크게 밑돌아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고려아연은 255점 만점에 166점을 받았다.

이 가운데 가장 점수가 낮은 항목은 '경영성과'다. 55점 만점에 30점, 평점은 5점 만점에 2.7점을 획득했다. 경영성과는 이사회가 제기능을 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지난해 고려아연은 정기 이사회는 6회, 임시 이사회는 10회 개최했는데 대부분의 안건은 기업의 재무건전성 및 실적과 직결되는 의사결정 사항이었다.

THE CFO는 경영성과를 △주가순자산비율(PBR), 배당수익률, 총주주수익률(TSR) 항목으로 구성된 '투자' △매출성장률, 영업이익성장률,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로 구성된 '경영성과' △부채비율, EBITDA 대비 순차입금, 이자보상배율로 구성된 '재무건전성' 지표로 나눠 살폈다. 고려아연은 재무건전성은 우수, 투자와 경영성과 지표는 저조하다.


재무건전성의 경우 3개 항목에서 모두 만점을 받았다. 지난해 기준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은 24.93%, EBITDA 대비 순차입금은 0.03, 이자보상배율은 15.57배로 집계됐다.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 상위 20% 수준이다. 100대 기업의 부채비율 평균은 91.96%, 이자보상배율은 9.72배다. EBITDA 대비 순차입금은 마이너스인 기업이 과반이다.

고려아연은 그간 극도로 보수적인 부채관리를 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 총자본은 10조원대이나 2조원대 부채 규모를 꾸준히 유지 중이다. 지난해의 경우 2022년(31.1%) 대비 부채비율이 더 낮아졌다. THE CFO는 경영성과 기준치를 내기 위해 KRX300 종목 중 비금융기업의 평균치를 냈고 지표의 왜곡을 막기 위해 상·하위 10% 기업은 모두 제외했다.

◇배당성향만 높을뿐, 핵심 경영성과는 부진

경영성과 핵심인 실적 부분에서는 부진한 성적을 받았다. 고려아연은 ROA를 제외하고는 매출성장률과 영업이익 성장률, ROE 항목에서 모두 최하점이다. ROA는 4.42%로 100대 기업 평균치(3.76%)를 웃돌았으나, ROE는 5.65%로 평균치(6.82%)에 못 미쳤다. 총자산은 효율적으로 운용했으나, 자기자본은 그렇지 못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매출성장률(-13.5%)과 영업이익 성장률(-28.2%)은 모두 마이너스 수치를 기록했다. 100대 기업 평균 매출성장률은 4.7%, 영업이익 성장률은 -2.42%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9조7045억원, 영업이익은 6599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뿐만 아니라 지난 2021년과 비교해도 매출은 -3%, 영업이익은 -40% 역성장이다.

특히 2년 연속 영업이익 감소 폭이 두 자릿수 비율을 유지 중이다. 고려아연은 이에 대해 "금속가격이 하락했고 전력 비용 등 매출원가가 상승하면서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대규모 법인이므로 15% 이상 매출 또는 영업이익, 순이익이 감소해도 실적 변경 공시를 해야한다. 지난해 순이익은 2022년 대비 33% 감소했다.

투자 지표도 매우 점수가 낮다. 4개 항목에서 배당수익률을 제외하고서는 모두 최하점인 1점을 받았다. 고려아연은 2020년부터 꾸준히 중장기 주주환원책을 공시했으며 배당성향은 무려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배당수익률은 24.93%를 기록했다. 시총 100대 기업 평균 배당수익률(1.42%)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배당을 제외하고는 주가 관리에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PBR은 1.1배, 주가수익률은 -7.6%, TSR은 -4.82%을 기록했다. 100대 기업 평균 PBR은 2.38배, 주가수익률은 25.74%, TSR은 27.64%다. 지난해 초 고려아연의 주가는 61만원을 기록했으나, 44만4500원까지 떨어졌다. 시장 컨센서스 대비 부진한 실적 영향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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