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은 이사회 평가 지표 중 경영성과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극도로 보수적인 부채관리로 인해 재무건전성 지표는 매우 우수하나, 실적과 주가 관리에 미흡했던 탓이다. 금속가격 하락 및 원가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두 자릿수 비율로 감소했다. 최근에는 적대적 M&A 이슈로 인해 주가가 급등했으나, 지난해에는 저조한 실적에 주가도 연동된 흐름을 보였다.
◇부채비율 25%, 100대 기업 평균 크게 밑돌아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고려아연은 255점 만점에 166점을 받았다.
이 가운데 가장 점수가 낮은 항목은 '경영성과'다. 55점 만점에 30점, 평점은 5점 만점에 2.7점을 획득했다. 경영성과는 이사회가 제기능을 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지난해 고려아연은 정기 이사회는 6회, 임시 이사회는 10회 개최했는데 대부분의 안건은 기업의 재무건전성 및 실적과 직결되는 의사결정 사항이었다.
THE CFO는 경영성과를 △주가순자산비율(PBR), 배당수익률, 총주주수익률(TSR) 항목으로 구성된 '투자' △매출성장률, 영업이익성장률,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로 구성된 '경영성과' △부채비율, EBITDA 대비 순차입금, 이자보상배율로 구성된 '재무건전성' 지표로 나눠 살폈다. 고려아연은 재무건전성은 우수, 투자와 경영성과 지표는 저조하다.
재무건전성의 경우 3개 항목에서 모두 만점을 받았다. 지난해 기준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은 24.93%, EBITDA 대비 순차입금은 0.03, 이자보상배율은 15.57배로 집계됐다.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 상위 20% 수준이다. 100대 기업의 부채비율 평균은 91.96%, 이자보상배율은 9.72배다. EBITDA 대비 순차입금은 마이너스인 기업이 과반이다.
고려아연은 그간 극도로 보수적인 부채관리를 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 총자본은 10조원대이나 2조원대 부채 규모를 꾸준히 유지 중이다. 지난해의 경우 2022년(31.1%) 대비 부채비율이 더 낮아졌다. THE CFO는 경영성과 기준치를 내기 위해 KRX300 종목 중 비금융기업의 평균치를 냈고 지표의 왜곡을 막기 위해 상·하위 10% 기업은 모두 제외했다.
◇배당성향만 높을뿐, 핵심 경영성과는 부진
경영성과 핵심인 실적 부분에서는 부진한 성적을 받았다. 고려아연은 ROA를 제외하고는 매출성장률과 영업이익 성장률, ROE 항목에서 모두 최하점이다. ROA는 4.42%로 100대 기업 평균치(3.76%)를 웃돌았으나, ROE는 5.65%로 평균치(6.82%)에 못 미쳤다. 총자산은 효율적으로 운용했으나, 자기자본은 그렇지 못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매출성장률(-13.5%)과 영업이익 성장률(-28.2%)은 모두 마이너스 수치를 기록했다. 100대 기업 평균 매출성장률은 4.7%, 영업이익 성장률은 -2.42%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9조7045억원, 영업이익은 6599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뿐만 아니라 지난 2021년과 비교해도 매출은 -3%, 영업이익은 -40% 역성장이다.
특히 2년 연속 영업이익 감소 폭이 두 자릿수 비율을 유지 중이다. 고려아연은 이에 대해 "금속가격이 하락했고 전력 비용 등 매출원가가 상승하면서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대규모 법인이므로 15% 이상 매출 또는 영업이익, 순이익이 감소해도 실적 변경 공시를 해야한다. 지난해 순이익은 2022년 대비 33% 감소했다.
투자 지표도 매우 점수가 낮다. 4개 항목에서 배당수익률을 제외하고서는 모두 최하점인 1점을 받았다. 고려아연은 2020년부터 꾸준히 중장기 주주환원책을 공시했으며 배당성향은 무려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배당수익률은 24.93%를 기록했다. 시총 100대 기업 평균 배당수익률(1.42%)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배당을 제외하고는 주가 관리에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PBR은 1.1배, 주가수익률은 -7.6%, TSR은 -4.82%을 기록했다. 100대 기업 평균 PBR은 2.38배, 주가수익률은 25.74%, TSR은 27.64%다. 지난해 초 고려아연의 주가는 61만원을 기록했으나, 44만4500원까지 떨어졌다. 시장 컨센서스 대비 부진한 실적 영향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