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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우수한 참여도' 유한양행, 평가개선프로세스는 '부진'

[총평]①255점 중 146점, 견제기능·정보접근성 '강점'…구성·경영성과 개선 필요

이영호 기자  2024-10-16 07:09:52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유한양행은 유일한 박사가 1926년 설립한 제약사다. 일제강점기 당시 발족한 기업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기업이다. 유 박사가 유한양행을 창업하면서 '우수 의약품을 생산해 국민 건강향상에 기여하겠다'는 기업 이념을 앞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유한양행은 유한락스, 안티푸라민과 같은 생활용품, 소염진통제에서 이제는 신약 개발 기술력을 갖춘 메이저 제약사로 거듭났다는 평이다. 유한양행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가 대표적이다. 렉라자는 국산 항암제 중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는 데 성공했다.

특히 유한양행 창업자인 유 박사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기업인이었다. 성공한 사업가이자 독립운동가, 교육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로서도 명성이 높다. 그는 사후 그의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했다.

유한양행 역시 창업주의 영향으로 모범기업 표본으로 여러 일화가 소개된 바 있다. 그렇다면 유한양행의 이사회 운영 행보도 모범적으로 이뤄지고 있을까. 유한양행의 이사회는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것으로 분석됐다.

◇255점 만점에 146점 기록, 참여도·견제기능·정보접근성 '우수'

유한양행 이사회 평가는 2023년 사업보고서와 올해 공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등을 토대로 이뤄졌다. 평가 항목으로는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개선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여섯가지가 있다. 유한양행은 255점 만점에 146점을 획득했다.

유한양행 평가지표 차트(자료 : 더벨)

유한양행의 참여도는 40점 만점에 28점을 얻으며 평가 기준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5점 만점으로 환산할시 3.5점이다. 참여도는 이사회가 정기적으로 열리는지, 이사들이 이사회에 성실히 참여하고 있는지, 이사들에 대한 교육은 적절하게 이뤄지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유한양행은 이사회 구성원들의 출석률(90% 이상), 구성원들에게 자료가 주어지는 시간(7일 이상) 등에서 만점을 받았다. 연간 이사회 개최 수(9~11회), 감사위원회 회의 개최 수(7~8회), 감사위원회 지원조직과 별도 교육과정에서도 각각 4점을 받으며 전반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이끌어냈다. 이사들이 이사회 일정을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동시에 회사에서도 이사회 활동을 적극 지원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견제기능도 5점 만점에 3.1점을 받으며 좋은 평가를 얻었다.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이 마련됐고, 정보 접근성이 우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3인 이상 독립적 사외이사로 감사위원회가 구성됐다는 점, 공인회계사 자격을 갖춘 감사위원(김준철 감사위원장)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만점을 받았다.

정보접근성은 5점 만점에 3점을 기록했다. 이사회, 개별 이사 활동내역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회사 홈페이지에 공개된다는 점 때문에 5점을 받았다.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이 80%이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5점이었다.

◇'2.1점' 평가개선프로세스 개선 필요

반면 2점대에 머무르며 부진한 분야들도 있었다. 특히 평가개선프로세스는 여섯가지 항목 가운데 가장 낮은 평점을 받았다. 5점 만점에 2.1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평가개선프로세스는 이사회 활동 평가, 평가 결과의 활용 여부를 체크한다.

평가개선프로세스 세부 평가를 살펴보면, 유한양행은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ESG등급 A를 획득하며 5점 만점을 받았다. 또한 이사회 구성원이 사회적 물의나 사법 이슈에 연루된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마찬가지로 5점을 받았다. 그러나 나머지 항목에서는 모두 1점을 받았다.

유한양행은 이사회 활동에 대한 평가를 수행하지 않고 있고, 이사회 평가결과 역시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평가와 평가 결과를 이사 재선임에 반영하지 않으면서 최저점인 1점을 받았다.

2점대를 기록한 분야는 평가개선프로세스 외에도 경영성과(2.9점), 구성(2.8점)이 있다. 경영성과에서는 배당수익률, 매출성장률, 자기자본이익률, 이자보상배율 등이 1점을 받았다. 구성의 경우 이사회 내 위원회 추가 설치가 없는 점 등이 문제로 꼽혔다. 이사회 운영에 있어 강점과 약점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것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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