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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주인없는 HMM…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부재'

[견제기능]⑤평점 5점 만점에 2.7점…경영진 없는 사외이사 회의도 전무

고진영 기자  2024-10-10 07:10:45
HMM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최고경영자의 순조로운 승계는 기업가치 유지를 위한 가장 기본적 조건이다. 실제로 과거 지엠(GM)과 메릴린치 등은 모두 리더십 부재에 대응하지 못해 곤경에 빠졌다. 기업이 갑작스런 CEO 공백에 대비하려면 후보자 발굴뿐 아니라 양성과 평가과정까지 모두 공들일 필요가 있다.

THE CFO는 이사회의 '견제기능' 지표를 통해 최고경영자에 대한 승계정책을 살펴봤다. HMM의 경우 승계정책을 전혀 수립하고 있지 않아 큰 감점 요소가 됐다. HMM은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사실상 국유화됐는데 그간 리더십 문제가 약점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HMM의 이사회 운영과 활동을 분석한 결과 255점 만점에 131점으로 산출됐다.

'견제기능' 지표는 이사회가 지배주주, 오너를 견제하고 독립적으로 경영을 일궈나갈 수 있는 지를 판별하기 위한 평가 툴(Tool)이다. 사외이사 후보추천 과정과 내부거래, 감사위원회 구성을 포함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보수체계 등을 살펴본다.

HMM은 견제기능 지표에서 45점 만점에 24점, 평점은 5점 만점에 2.7점을 받았다. 경영진의 간섭없이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회의가 연간 한 차례도 열리지 않는 점, 임원들의 보수 산정에 주주가치 제고 성과 등을 반영하지 않는 점 등이 주요 감점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HMM은 현대상선 시절이던 2016년 현대그룹에서 분리됐으며 현재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각각 지분 30.87%, 30.38%를 보유 중이다. 채권단 관리체제인 만큼 상대적으로 투자에 신중하고 CEO 인사도 채권단의 입김 아래 있다.

실제로 해운업 불황이 다가온다는 경고가 팽배할 때도 HMM이 이렇다할 신사업 발굴을 하지 못한 데는 리더십에 한계가 있다는 원인이 컸다. 지난해부터 추진된 매각이 불발된 이후, 2030년까지 총 23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성장전략을 지난달 발표하긴 했으나 다소 대응이 늦었다는 평이다.

회사 측은 “별도의 최고경영자 승계 계획과 관련한 운영방안 및 사규는 존재하지 않지만 정관과 이사회 규정에 따라 대표이사 선임을 이사회의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앞으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입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매각과 관련해 불확실한 전망을 감안하면 당분간 승계정책을 손보긴 어려워 보인다.

이밖에 HMM은 사외이사의 추천 경로에 대한 항목에서 3점을 받았다. 만점에서 2점이 깎였는데 외부 자문단 또는 주주들로부터 이사를 추천받을 수 있는 경로를 따로 마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에 설치된 사외이사추천위원회의 결의로만 후보를 추천하고, 선정하기 전 결격요건은 사외이사 자격요건 확인서 등을 통해 검토한다.

또 등기이사 대비 미등기이사의 보수 수준은 적정한 편으로 채점됐다. HMM에서 미등기 임원은1인당 2023년 기준으로 연평균 2억1834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사외이사를 제외한 등기이사의 평균보수(6억5130만원)의 34% 수준이다.

감사위원회 3인이 전부 사외이사인 점, 부적격 임원의 선임 방지를 위한 정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공개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도 높게 평가받았다. 2개 모두 만점인 5점을 받은 항목들이다.

회사 측은 부적격 임원 선임 방지에 대해 “취업규칙에서 사내 윤리경영 방침의 준수 등에 대해 정하고 있으며, 어길 시의 징계절차를 두고 있다”며 “또 임원선임시 임원위촉계약서에 결격사유를 계약해지조항으로 포괄적으로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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