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유니셈의 주가가 다시 반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연초 8000원대에서 오르내리던 주가는 7월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며 7월 4일 장중 52주 최고가인 1만2480원을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이후 3분기 들어 반도체 설비투자 지연 전망이 나오자 주가는 빠르게 하락했습니다. 지난달 19일 주가가 6070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는데요. 52주 최저가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약 두 달 사이 주가가 반토막이 났죠.
이후 주가는 19일을 기점으로 지난달 말까지 다시 빠르게 상승하며 7000원대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지난달 30일 종가는 7720원으로 열흘 만에 27%가량 올랐습니다. 타 국내 반도체 장비주들도 비슷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향후 전방 산업의 업황 회복 속도에 따라 유니셈의 주가 향방도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Industry & Event 유니셈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전문기업입니다. 1988년 설립돼 1999년 코스닥에 상장했습니다. 주요 거래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두고 있는데요. 두 회사의 투자 규모는 유니셈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주력 생산제품은 스크러버와 칠러입니다. 먼저 스크러버는 반도체·LCD 제조 공정상 발생하는 유해가스를 정화시켜주는 장치입니다. 칠러는 반도체·LCD 공정 중 발생하는 열에 의해 상승하는 챔버와 와퍼홀더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온도 조절 장치입니다.
유니셈은 가스 스크러버 국내 시장점유율 45% 이상, 칠러 시장점유율 30% 이상을 확보 중인데요. 매출 비중을 살펴봐도 두 제품의 존재감이 상당합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스크러버와 칠러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2%, 38.8%였습니다.
지난해에는 전방 고객사들의 투자 축소·지연 영향으로 매출은 전년 대비 8.3% 감소한 232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환율 상승 등으로 국내외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40.1% 감소한 17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1087억원)와 비슷한 1002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41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상반기(97억원)의 42% 수준에 그쳤습니다. 유니셈은 최근 반도체 시장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하반기에 바로 실적 반등에 성공하는 건 어렵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유니셈은 외부시장 환경의 변동성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신규 고객사 확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반도체 산업 내 저탄소 친환경 기조가 확산됨에 따라 플라즈마 스크러버와 같은 친환경 장비 진입공정 확대를 위해 노력 중입니다.
◇Market View 유니셈에 대한 증권가의 시각은 어떨까요. 다올투자증권은 올해 7월 초 '미세화 연결고리 확대'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냈는데요. 고영민 연구원은 해당 리포트에서 "eSSD 생산을 위한 고객사의 낸드 단수 확장 투자는 이미 진행 중으로 업황 이상의 추가적인 실적 기울기를 만들어줄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고객사 내 식각 장비에 TEL 장비 채택이 확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고 연구원은 이어 "2분기 이후 계단식 실적 회복이 기대된다"며 "내년에도 이어질 반도체 장기 호황에 대비한 생산업체들의 투자 재개가 확인될 시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신규 목표가로 1만6000원을 제시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유니셈의 키맨은 김형균 대표이사입니다. 김 대표는 1959년생으로 유니온산업 설립 후 유니셈 부사장을 거쳐 현재까지 대표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지분 13.07%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김 대표가 경영총괄을 맡고 삼성전자 출신 이양구 대표이사가 장비사업부를 이끌고 있습니다.
더벨은 유니셈의 IR 부서에 직접 연락해 최근 주가 흐름과 앞으로의 사업 전망을 물어봤습니다. IR 담당자는 "연초부터 7월까지는 반도체 투자가 3분기 또는 4분기부터 살아날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으나 7월 중순을 기점으로 D램과 낸드 투자가 내년으로 밀릴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며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해당 부분이 주가에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최근 낸드 업황이 예상했던 것만큼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전망이 다시 나오며 9월 말 주가가 반등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친환경 스크러버를 통한 매출은 조금씩 발생하고 있고 극저온 칠러의 경우 내년 3분기부터 매출을 인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