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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갈등의 근원 현금창출력…고려아연이 '캐시카우' 역할

고려아연, 올 상반기 영업현금 8311억 vs 영풍 512억…영풍 배당 수령액 비중 커

김형락 기자  2024-09-19 14:41:54
영풍그룹에서 현금 창출원(캐시 카우) 역할을 하는 계열사는 고려아연이다. 영풍은 고려아연에서 거두는 배당이 영업활동현금흐름(영업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올들어 고려아연의 현금창출려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 온기 현금 창출력을 넘어섰다. 영풍은 운전자본에 현금이 묶이고, 고려아연에서 유입되는 배당이 중간·결산배당으로 나뉘면서 영업현금이 줄었다.

영풍과 고려아연의 갈등은 영풍을 경영하는 장씨일가와 고려아연의 최씨일가간 동업 관계가 흔들리며 발생했다. 고려아연을 이끄는 최윤범 회장이 독립을 타진하고 영풍은 MBK파트너스와 연합해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찾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그 근간을 더 따져보면 고려아연의 현금창출력을 놓칠 수 없다는 계산도 포함돼 있다.

19일 금감원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연결 기준(이하 동일, 별도 기준 따로 표기) 고려아연 영업현금은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한 8311억원이다. 6개월 만에 지난해 온기 영업현금(8209억원) 이상을 벌었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 주요 계열사(연결 실체에 포함된 종속기업 제외) 중 현금 창출 규모가 가장 컸다.

고려아연을 관계기업(지분 25.4% 보유)으로 두고 있는 최대주주 영풍은 현금 창출력이 떨어졌다. 올 상반기 영풍 영업현금은 전년 동기 대비 1100억원 줄어든 512억원이다. 영풍 별도 기준 영업현금이 줄면서 연결 실체 현금 창출력이 저하했다.


영풍과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업을 영위한다. 영풍은 아연괴, 황산 등이 주요 제품이다. 고려아연은 주로 아연과 연을 생산·판매한다. 아연은 일반적으로 철강재 보호피막으로 쓰인다. 강관·강판·철선·철 구조물 등 소재에 도금용(표면 처리)으로도 사용된다. 황산은 비료·섬유·무기약품공업·금속 제련·제강·제지·식품 공업 등에 쓰이는 기초 소재다. 연 수요는 대부분 배터리 제조용이다.

자산총계도 고려아연이 더 크다. 올 상반기 말 고려아연 자산총계는 13조3208억원이다. 연결 조정 전 비철금속 제조·판매 부문 자산만 14조7907억원이다. 영풍은 올 상반기 말 자산총계 5조5838억원 중 제련 부문 자산은 2059억원이다. 관계기업인 고려아연 지분 장부금액(2조5781억원)이 가장 덩어리가 큰 자산이다. 인쇄회로기판(PCB) 부문 자산은 6615억원이다.

영풍은 PCB·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제조, 반도체 패키징 사업 등을 영위하는 종속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영풍을 공동 설립한 뒤 영풍은 장씨 집안이, 고려아연은 최씨 집안이 경영하는 체제가 이어졌다. 지금은 장형진 영풍 고문 측(영풍, MBK파트너스 포함)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고려아연은 별도 기준으로 현금 창출력을 키우며 연결 실체 영업현금을 늘렸다. 올 상반기 고려아연 별도 기준 영업현금은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한 5692억원이다. 같은 기간 별도 기준 반기순이익은 18% 증가한 3382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매출채권을 회수하고 매입채무를 늘려 운전자본에 잠긴 현금도 없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매입채무 감소분(3516억원) 등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 변동액(2603억원)이 영업현금 차감 요인이었다.

고려아연 종속기업들도 연결 실체 현금 창출력 개선에 기여했다. 올 상반기 자원 순환 사업을 영위하는 미국 법인(Pedalpoint Holdings)과 서린상사(비철금속 수출입) 영업현금이 각각 마이너스(-)745억원, -193억원을 기록했지만 고려아연 연결 실체 영업현금은 별도 기준보다 컸다. 같은 기간 코리아 그로쓰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아크미디어·포커스이엔지 재무 정보 포함) 영업현금이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한 264억원을 기록하고, 켐코(황산니켈 제조·판매)도 영업현금으로 235억원을 유입시켰다. 이밖에 반기 영업현금을 발표하지 않은 다른 종속기업 영업현금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영풍은 고려아연 배당정책이 바뀌면서 현금흐름이 달라졌다. 영풍은 올 상반기 별도 영업현금이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한 -126억원이다. 같은 기간 반기순이익에서 비현금 항목과 운전자본을 조정한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은 적자 폭이 증가한 -345억원, 배당금 수취액은 760억원 감소한 337억원을 기록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중간배당을 도입했다. 2022년까지 고려아연 결산배당(주당 2만원)은 이듬해 1분기 영풍 영업현금으로 유입됐다. 지난해에는 고려아연 총 배당금(주당 1만5000원)이 중간배당(주당 1만원)과 기말배당(주당 5000원)으로 나눠서 들어왔다. 중간배당은 지난해 3분기 영풍 영업현금으로, 기말배당은 올 1분기 영풍 영업현금으로 유입됐다.

영풍 주요 종속기업 현금 창출력은 사업 부문별로 달랐다. 전자부품 부문에 속한 코리아써키트(PCB 제조)와 인터플렉스(FPCB 제조)는 올 상반기 영업현금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5억원, 106억원 증가한 445억원, 246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반도체 부문에 속한 시그네틱스(반도체 패키징) 영업현금은 적자 전환한 -19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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