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주주 프렌드십 포커스

'대주주의 결단' 남양유업, 저평가 해소 총력전 펼친다

①자사주 소각+액면 분할 추진, 매입 중인 자사주 추가 소각 여부 '관전 포인트'

정유현 기자  2024-09-10 14:45:14

편집자주

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남양유업이 자사주 매입에 이어 증시 입성 후 처음으로 자사주 소각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월 대주주로 오른 사모펀드 운용사(PEF) 한앤컴퍼니가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만년 저평가' 꼬리표를 떼기 위해 주주환원 기조에 변화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주식 액면분할 결정까지 더해지며 일단 주가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저배당 정책은 '유지' 속 자사주 소각+액면분할 추진

남양유업에 따르면 오는 19일 자사주 4만269주를 소각할 계획이다. 남양유업의 발행주식 총 수는 보통주 기준으로 72만주다. 이번 소각 규모는 발행 주식 총 수의 5.6%에 해당하며 금액으로 보면 231억원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번 자사주 소각은 지난 6월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추진 이후 추가적인 주주환원책이다.

자사주 매입은 NH투자증권과 신탁 계약을 체결한 후 6월 24일부터 12월 24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있다. 이번 소각건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물량이다. 자사주 매입이 완료된 후 추가 소각이 진행될 수 있을지가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남양유업은 재무 여력 대비 주주 환원에 적극적이지 않은 기업 중 한 곳으로 꼽혀왔다. 2004년부터 배당은 매년 실시했지만 배당 성향은 낮은 편이었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1주당 1000원, 배당 총액은 8억원선이 유지되고 있다. 무차입 경영 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맥락에서 저배당 정책을 고수하는 편이었다.

사업보고서의 '배당에 관한 사항'을 살펴보면 저배당 정책에 관한 회사 측의 의지가 드러난다. 2013년 이후 매출 및 영업이익 감소세를 탄 것과 '코로나19' 등 악재로 인해 부침이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재원이 충분히 확보되고 재무 상태가 2012년도 영업이익 수준(약 637억원)까지 회복될 경우에 배당을 재검토할 방침이다. 실적 상황을 살펴봤을 때 저배당 정책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기업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배당 확대 등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분위기다. 남양유업은 저배당 정책은 고수하되 전반적인 국내 증시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자사주 관련 정책을 내놓으며 분위기 반전을 도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용 효율화 작업으로 실적이 점차 기지개를 켜고 있는 스텝과 발맞춰 주가를 관리하기 위한 한앤코 차원의 '극약처방'으로도 해석된다.

액면 분할을 통해 오랜 기간 지속된 주주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다. 1주당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보통주식은 자사주 소각까지 마치면 총 679만7310주, 종류 주식은 200만주로 총 10배 늘어난다.

다음달 25일 주주총회를 열고 액면 분할 안건이 통과하면 신주는 11월 20일 상장된다. 액면분할을 통해 거래 부담을 낮춰서 주가 상승과 거래 활성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PBR 1배 미만 '저평가' 상태 지속, 주주환원책 주가 상승 모멘텀 작용

남양유업의 주주 환원책은 대주주인 한앤코의 책임 경영 차원이다. 오랜 기간 저평가 구간에 머무르고 있는 주가 부양을 위해 팔을 걷었다.

남양유업은 2013년 장중 100만원을 넘기며 황제주 반열에 오르던 종목이다. 하지만 갑질 등 악재에 휘말리면서 주가가 내리막을 걸다가 2021년 7월 대주주 변경 이슈와 맞물리며 장중 80만원을 터치했다. 올해 초까지만해도 60만원대 부근에 형성됐던 주가는 최근 40만원 후반대로 후퇴한 상태였다.

남양유업 3년간 주가 추이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 최근 5년간의 주가 상황을 살펴보면 최소 0.2배에서 최대 0.7배 수준으로 PBR 구간이 형성됐다. 최근에는 0.6배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가가 장부가를 밑돌 정도로 저평가된 상태라는 의미다.

다행히 이번 자사주 소각과 액면분할 소식에 주가가 반응하고 있다. 10일 장 초반 시초가가 전일보다 8만3900원 오른 55만8000원에 형성된 이후 장중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자사주 소각과 액면분할 추진이 주가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남양유업 측은 "유업계 경쟁 심화 등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경영 전략 변화를 통해 기업가치 향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경영 정상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실천해 나갈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